• "우리집 안에 보이지 않는 귀신, 국정원"
    숨을 곳이 없다 …'사이버 망명'도 불안
    By mywank
        2009년 08월 31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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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사태 이후, 이메일 등을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 사이트에 개설하는 ‘사이버 망명’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패킷(인터넷회선)감청’을 국가정보원이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수사기관들이 국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를 얻어 대상자의 이메일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패킷 감청은 인터넷회선 사업자의 협조를 받아 이메일 보내기와 받기는 물론, 웹 서핑, 게시물 읽기와 쓰기, 온라인 음악 감상, P2P 다운로드 등 모든 인터넷 서비스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감청할 수 있다.

    사이버 망명도 감청 가능

    또 패킷감청은 수사 대상자뿐만 아니라,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 가족들의 인터넷 사용 내용까지 모두 감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정보, 수사기관의 패킷감청 의혹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대응모임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패킷감청 의혹을 제기했다.사진 왼쪽은 피해자인 곽동기 실천연대 정책위원 (사진=손기영 기자)   

    통신비밀보호법, 국정원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참여연대, 진보연대, 민가협 등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국정원 대응모임’은 31일 오후 1시 민주노총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6월 12일부터 8월 11일까지 국정원으로부터 패킷감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 대응모임은 지난 6월 국정원이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서울중앙법원에 청구한 ‘통신제한조치 및 대화녹음 청취허가서’와 함께 첨부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 및 방법, 대상과 범위, 기간 및 집행장소’에 관한 내용이 담긴 서류를 증거자료로 내놓았다.

    "보이지 않는 귀신, 사생활 감시"

    관련 서류를 살펴보면 ‘대상자 근무처인 한국민권연구소에 자신의 명의로 사용 중인 하나로텔레콤 및 대상자 주거지에 처 박 아무개 씨 명의로 설치한 KT 뉴메가패스 초고속인터넷회선에 대한 전기통신내용의 지득, 채록 및 실시간 착발신 IP추적’이라고 감청 대상과 범위가 명시돼 있는 등 인터넷회선 사업자의 협조를 통한 패킷감청을 실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에 체포돼 재판을 받았던 곽동기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저희 집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가족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그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올해 5월경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후에도 패킷감청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패킷감청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개한 각종 서류들 (사진=손기영 기자) 

    그는 이어 “저희 집과 사무실의 컴퓨터가 접속하는 모든 IP 주소와 접속 내용을 국정원이 실시간으로 도감청을 하고 제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모든 통화, 문자 송수신 내역도 도감청을 했다”며 “저는 지금도 국정원이 저희 집과 제 핸드폰과 제 모든 대화 내용을 도․감청하고 있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문제는 국정원의 패킷감청이 비단 저에게만 국한되겠느냐는 것”이라며 “실천연대라는 작은 단체까지 집중적인 도감청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노동운동 및 정치단체에 대한 도감청 실태는 안 봐도 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피해사례 더 있을 듯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지연 민가협 활동가는 “자신의 이메일이 무분별한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G메일(구글 메일)’로 계정을 바뀌는 것이 이젠 의미가 없어졌다”며 “지금은 감청 대상자가 아니어도 그 가족과 사무실 직원들이 사용하는 개인정보까지 노출되는 등 사생활 침해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암호화 등 보안접속 방법을 통하면 보통 패킷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유수의 은행사이트들이 공인인증서를 써도 해킹되는 경우가 있듯이 보안기능을 걸어 놓아도 패킷감청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대응모임은 향후 패킷감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수사기관들의 도․감청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작업을 벌이는 한편, 관련 피해 사례들을 추가적으로 수집해 문제점을 널리 알려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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