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 계층? 알고보면 차하위다"
By 내막
    2009년 08월 30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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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해요. 방을 잡든지 취직을 하든지.. 아무튼 여긴 무덤 같아요. 다른 지역으로 떠날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하긴 내 인생 자체가 무덤이지…”
이OO (1982년생 / 남, 고시원 거주)

“지금은 게임도 안해요.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하는 게임도 없거든요.. 아마도 의지할 데가 없어서 계속 오는 것 같아요. PC중독 치료하는 데가 있으면 도움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고….”
김OO (1977년생 / 남, PC방 거주)

“요즘 들어서는 제 어려움 때문인지 주변에서 잘 되는 사람들을 보면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드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제 자신에게 채찍질해야죠. 제가 비싼 수업료 치르면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될거라고 믿어요.”
김OO (1969년생 / 남, 찜질방 거주)

“나는 돈은 없어도 마음은 부자야. 앞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없으면 죽은 거야. 꿈을 접으면 사람이 죽은거나 다름 없잖아. 그래서 나는 꿈만은 놓치 않으려고 해. 앞으로 내 가족을 다시 찾아서 다시 내 자리로 들어가야 할 것 아니겠어.. 그래야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 서 살지."
강00(60세, 남자, 서울, 만화방 거주)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불편하기는 해도 자고, 먹고, 씻고. 기원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 기원에서만 지내도 크게 불편한 건 없어요. 그리고 이젠 적응돼서… 밖에 나가면 머리 아프니까 차라리 나오지 않죠. 아는 사람 만날 수도 있고…”
곽OO (1960년생 / 남, 기원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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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빈곤문제연구소가 지난 8월 26일 명동가톨릭회관에서 제 78차 정기토론회를 갖고 ‘고시원, PC방, 만화방, 찜질방 거주자 실태조사 심층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찜질방, PC방, 만화방, 고시원과 같이 주거시설이 아닌 곳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복지 지원이 필요함에도 이들은 ‘근로능력’이 있거나 법적인 부양의무자가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되면서 복지수혜 마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마약 없고, 근로 의욕 높은 한국 노숙자들"

<레디앙>은 28일 국회 도서관에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서 류 소장은 “한국은 외국에 비해 노숙인 숫자가 적은 편”이며, 특히 "마약이 없고, 불안정 거주자들 대부분이 근로 의욕이 높은 편이기 정책적 지원만 뒷받침되면 문제 해결은 쉬운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쏟아 부을 돈이 부족해서인지 내년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사회복지 일반예산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류 소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노숙인들의 숫자는 하절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률이 급증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 이후 복지예산도 줄어들고 있다는데, 노숙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빈부격차 완화와 빈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빈곤문제 연구, 정책대안 제시, 빈민상담 및 구제 등의 활동과 함께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단체들을 대상으로 시설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경영컨설팅을 하는 순수 민간 연구기관이다.

다음은 류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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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정순 소장.(사진=김경탁 기자) 

– 심층면접 자료를 읽었다. 빈곤문제에 대한 연구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연구활동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 연구소는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2000년 10월에 법 시행과 함께 출범했다. 그전까지는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운동을 했다.

저희 연구소는 너무 창피하지만 연구원이 한 명도 없다. 앙꼬없는 풀빵 연구소이다.(웃음)

사실 맨 처음 연구소 출범할 때 이런 저런 연구를 매년 하고, 이런 저런 연구는 5년마다 한번씩 하겠다는 계획들이 있었는데, 연구원이 없어서 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때그때 프로젝트별로 팀을 짜서 신청하고 그것을 통해서 연구비가 조성되면 연구를 하는 식으로 운영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기초생활보장을 비롯한 그때그때의 여러 가지 현안을 따라다니면서 하는 연구, 예를 들어 오늘 토론회를 하는 장애인연금법에 대해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비판,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씩 정기토론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때그때 가장 중요한 정책적 현안 이슈를 다루고 있다.

– 연구원이 없다면, 불안정 주거 면접조사는 소장께서 직접 한 것인가?

= 제가 직접 면접한 사람은 몇 사람 안 되고, 대부분 노숙인 밀집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조사를 진행했다.  그것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정리를 해야하는데, 워낙 시간 없이 바쁘게 해서 아직 못했는데, 마지막 보고서가 나갈 때는 훨씬 더 가다듬고 정리를 해서 나가게 될 것이다.

“차상위계층? 사실은 차하위이다”

– 불안정주거 문제는 아주 오래된 문제이고, 사례집에도 나왔지만 법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도 비교적 잘 알려진 문제이다.

= 그렇다. 사실 비수급 빈곤층이 수급 빈곤층보다 생활이 더 어렵다. 정부는 그분들을 ‘차상위’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차하위’이다.

언젠가 노숙인 행사에 가서 “정부는 당신들을 따뜻한 물이 나오는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생활수준이 높다고 ‘차상위’라고 부릅니다”라고 했더니 어떤 사람이 갑자기 펑펑 눈물을 터뜨리면서 울더라. 너무 미안해서 그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었다.

– 당사자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였을 것 같다. 사실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경우도 법적인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못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 그런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 지금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생계비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수급권자들이 대게 그런 결정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신청을 하러 가면 공무원들도 모른다고 한다.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쫓아버리려고 모르겠다고 하는 것인지 진짜 몰라서 모르겠다고 하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 예산 문제도 그렇다. 정부예산은 집행이 되어 있어도 지방정부 예산이 모자라서 그런 경우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서 한 수급권자가 100만원을 받게 되어 있으면, 정부에서 80만원을 내고, 광역자치단체에서 10만원, 기초자치단체에서 10만원을 내는데(서울만은 예외적으로 정부 50, 서울시 25, 구청 25), 그 10만원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재정자립도는 낮고 수급권자는 많아서 지방재정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더 그렇게 말하는 일이 많다. 대개 재정자립도가 낮은 가난한 농어촌 지역을 보면 노인네들만 수북히 사니까 수급권자가 많은 것이다.  

   
  ▲28일 공청회 관련 KBS라디오와 인터뷰 중인 류 소장. 

– 세금 내는 사람은 적고, 받을 사람은 많고…. 젊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문제가 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 그래도 지방에 가면 좀 혜택을 받기가 쉽기는 하다. 왜냐하면 서울은 생활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기준이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매우 불리하게 짜여져 있다.

주거비가 비싸고,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부분이 최저생계비에 반영이 안 되어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는 지역마다 좀 다르게 지원된다. 그런데 우리는 중소도시 기준과 똑같이 적용을 해버리니까. 농어촌은 좀 더 유리하고 대도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 자료를 보니까 PC방에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PC방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자나?

= 고시원이나 만화방은 그나마 발은 뻗고 잔다. 만화방의 경우 군대 침상처럼 자는 곳을 따로 마련해놓은 곳도 있고, 아니면 의자를 몇 개 붙여서 잘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있다.

다방 같으면 이발소 의자 같은 편한 의자에서 자는데, PC방은 그냥 컴퓨터 앞에서 잔다. PC방이 잠자리로서는 열악한 것 같다.

쪽방과 만화방의 차이

– 쪽방은 이번 연구대상에 포함이 안 되었나.

= 쪽방은 기존에 연구된 것이 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뺐는데, 실제 보니까 쪽방에 사는 사람들과 만화방 등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소득 차이가 크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화방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쪽방에 사는 사람과 만화방에 사는 사람 사이에 제일 중요한 차이는 겨울을 어떻게 넘기는가이다. 쪽방에는 일용직 근로자들 중에서도 겨울에 일이 없어도 쫓겨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재정적, 신체적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반면,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만화방을 선택한다. 만화방에서 살면 겨울 동안에 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게 거기에 사는 굉장히 중요한 이유의 하나이다. 

– 이들에게 임대주택이 공급되더라도 만화방 등에 사는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걸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요새는 매입임대라는 게 있는데, 7가구에서 15가구 정도가 들어가는 다가구 주택 건물 한 채를 공공임대로 매입해서 분양을 할 경우 한 팀을 거기에 넣으면 된다. 일선에서 실무자들이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 이런 문제는 국회가 관련 법을 만들고 정부가 예산을 배정해주어야 할텐데.

= 올해만 해도 영구임대 말고 매입임대가 전국에 6,500가구 정도 분양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지금보다 두세 배 정도만 늘려주고, 특히 준노숙인 밀집지역에서 해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숙인 감소 추세…민간사업의 힘

– 정부나 정치권이 해야 할 중요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노숙인 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 그리고 최근에 그 숫자가 더 줄어들었다. 원래 하절기에는 노숙인 수가 가장 늘어날 때인데, 실제 지하도 같은 데 가서 조사를 해보면 줄어들었다. 

줄어든 이유는 (경기회복이나 정부정책 등의 이유가 아니라) 민간에서 하는 임시주거비 지원사업 때문이다. 이는 노숙인에게 집을 얻어줘서 기초수급자로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게 1년에 500명 정도 되는데, 이들 중에서 80%인 4백명이 다시 지하도로 안 내려가고 탈노숙에 성공을 했다. 민간에서 500명 하던 것을 다시 정부에서 지원해서 500명 정도만 늘리는 것은 큰 예산이 들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뽑아 올리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의 노숙인들은 외국의 노숙인들에 비해 마약을 하지 않아서 맨 정신이기 때문에, 일감을 주고, 아플 때 의료지원을 하고, 일감이 없으면 일자리 수급을 잘 관리하면 다시 노숙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중독자들 가장 안타까워"

저희들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람들은 중독자들이다. 알콜도 알콜이지만, 인터넷 중독, 음란물 중독 등도 문제이다. 이런 분들은 특별히 사례 관리를 하면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맞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인터넷 중독자들을 보면 고학력이고 젊고 똑똑하다. 그것도 병이라고 보고, 그 병에서만 건져내주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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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모습.(사진=김경탁 기자) 

류정순 소장과의 인터뷰는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과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정부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발표를 하고 직전에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장애인연금법’ 제정의 밑그림이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입법예고된 것에 대해 ‘장애인연금법’ 제정을 요구해온 관련 단체들이 항의의 뜻을 모아 전달하고 투쟁의 논리를 가다듬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공청회에 정부측 입장을 밝히는 토론자로 참석이 예정되어있었던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모두 불참해 장애인연금법 제정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기본 태도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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