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선거혁명', MB정부에 남긴 교훈
        2009년 08월 31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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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압승을 거뒀다. 54년만의 정권교체다. 민주당은 총 480개 의석 가운데 단독 과반수(241석)를 크게 웃도는 308석을 확보하면서 압승했다. 반면 여당인 자민당은 109석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30일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회창 종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로써 청와대가 검토해온 충청권 총리 ‘심대평 카드’는 무산됐고, 선지당 의석이 17석으로 줄어들면서 창조한국당과 구성한 원내교섭단체 ‘선진과 창조의 모임’도 붕괴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 국무총리 후보로 강현욱 전 전북지사,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김기준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4~5명의 후보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늦어도 다음 달 4일 이전까지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오늘(31일)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홍보기획관실과 대변인실을 통합한 홍보수석실이 신설되며 이동관 대변인이 홍보수석을 맡을 예정이다.

    이날 상당수 전국단위 아침신문에선 일본 총선 결과를 ‘선거혁명’이라고 분석하는데 입을 모았다. 또 향후 한일 관계에서 ‘훈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한 분석도 많았다. 그러나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에 대해선 신문마다 엇갈렸다.

    3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일 ‘정치혁명’ 54년만의 정권교체>
    국민일보 <변화와 개혁…신일본 열다>
    동아일보 <일 민심 대지진, 정치를 뒤집다>
    서울신문 <54년만의 선거혁명…신일본 열다>
    세계일보 <일, 반세기 만에 새 시대 열었다>
    조선일보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만 미가 세계경제 주도할 것">
    중앙일보 <일본 선거혁명…54년 만에 정권교체>
    한겨레 <일본 ‘선거혁명’ 54년만에 정권교체>
    한국일보 <열도 빅뱅>

       
      ▲ 8월31일자 한겨레 1면.  
     

    이번 일본 총선 결과에 대해선 ‘자민당 체제’의 붕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1면 기사<동북아 ‘보수동맹’ 균열 예고>는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자민당 체제는 "냉전, 이익 유도 정치(고도성장에 입각한 분배정책), 수권 야당의 부재에 기반했다"며 "이 세 가지가 무너지며 자연스럽게 그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또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민당 체제의 붕괴이다. 구체제가 종료되기만 했지, 신체제가 아직 성립되지 않았다"며 "자민당 이후의 체제는 일본과 동아시아를 새로운 안보·경제 질서로 밀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판’과 ‘변화’라고 분석도 나온다. 경향은 3면 기사<日 최악 실업·양극화 … 부패·무능 기득권 ‘심판’>에서 "’심판’ 그리고 ‘변화’. 8·30 일본 총선 결과는 이 두 단어로 요약된다"며 "유권자들은 자민당의 54년 독주 체제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표출했다. 빈부 격차 확대로 이어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아니오’라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일본’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8월31일자 중앙일보 12면.  
     

    중앙도 12면 기사<자민당 관료주의에 염증 "일단 갈고보자" 민심 분출>에서 "부패한 관료주의가 만연했고 각종 정책이 중앙 중심, 효율성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빈과 부,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가 심해졌고 자민당 정권에 대한 민심은 극도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신뢰 상실’도 자민당 패배의 한 축이었다. 국민일보는 3면 기사<부패·금권 정치 종언…"혁명적 변화의 시작">에서 "특히 자민당의 최대 강점이었던 집권 능력 면에서 국민 신뢰를 상실한 점이 최대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며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사임 이후 잦은 총리 교체와 실정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앗아갔다"고 분석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선 총론에선 변화가 없지만 각론에선 호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상당수다. 중앙은 8면 기사<아시아 중시 정책 분명히…한국엔 호재>에서 한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총론에는 변화가 없지만 각론에서는 약간의 호재(好材)가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 또 "한·일 관계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들에게선 민주당 정부의 출범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느껴진다"며 "이는 민주당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한·일 관계에 화근이 돼 왔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를 명확히 하는 등 과거사 관련 사안에서 주변국의 입장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8월31일자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도 4면 기사<"야스쿠니 신사 참배 않겠다"… 한일관계 기상도 ‘햇살’>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한국은 같은 기사에서 "우리 정부는 민주당 정권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가 좋다가도 과거사 문제만 나오면 불편해지던 악순환의 빈도가 줄어들 수 도 있"지만 "정부는 민주당 정권이 단기적으로 북일간 화해무드를 조성할 수는 있지만 북핵 등 북일관계 현안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자민당처럼 납치자 문제에 관해서는 강경하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도 3면 기사<야스쿠니 대체시설·위안부문제 처리 천명 등/한·일 외교마찰 상당폭 줄어들 듯>에서 ‘민주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동북아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 대아시아, 특히 대한반도 정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쪽"이라며 긍정적인 신호에 무게감을 두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긍정적 신호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동아도는 3면 기사<"야스쿠니 참배 반대"/ 과거사-병력증강 ‘자극’서 ‘자제’로>에서 "한일관계가 평소에 잘 나가다가도 야스쿠니 신사나 역사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에 부닥쳐 주기적으로 삐걱거렸던 점을 감안하면, 하토야마 시대에는 적어도 국민감정을 격화시켜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양국관계가 후퇴하는 일은 상당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민주당은 내년 참의원선거까지는 정치사회적 의견충돌을 유발할 만한 일은 가급적 벌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출범과 함께 과거사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고 한일관계가 단시일에 대폭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너무 성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특히 조선의 경우 3면기사<성난 민심, 정관(政官)유착·정치(政治)세습에 ‘사망선고’>에서 "20년 동안 누적된 자민당에 대한 염증이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後)의 일본’이 어디로 향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라는 것을 기사 서두에 배치했다. 

    향후 한국 정부에 대한 주문도 신문에 따라 달랐다. 경향과 한겨레는 적극적 입장으로서 대외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향은 사설 <일본의 정권교체를 주시한다>에서 "북한과의 대화·협조 용의도 있다고 했다. 그가 한국·중국 등 아시아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동아시아 공동체’ 발언으로 볼 때 향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일본의 대외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국은 북핵이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에 있어 일본의 정권교체에 따른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한겨레는 사설<자민당 시대 마감한 일본의 선거혁명>에서 "미국과 일본의 정권교체는 우리 대외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가동된 북과의 대화 기조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달라진 국제여건 속에서 우리만 소외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 8월3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는 한겨레·경향과 다른 인식을 내보였다. 사설 <일 민주당 정권, 隣國(인국)들의 신뢰 높일 수 있을 건가>에서 "한일 관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종전보다 호전됐다"고 자평했다. 동아는 "일본 하토야마 정권에서 한층 성숙된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두 나라 정부와 민간 부문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갈등 등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여전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아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대북(對北) 정책에서 민주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북핵 불용(不容)’은 한국과 미국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주장했고 "일본 정부가 한국 경제의 고질적 대일 무역역조를 줄이는 데 협조한다면 한일 FTA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중앙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일 관계를 비판하는 내용을 사설에 담기도 했다. 중앙은 사설<일 정권교체, 한·일 ‘보편적 관계’ 출발점 돼야>에서 "양국 간에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특별 담화, 98년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 의미있는 외교적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파동이나 일본 측의 ‘망언’ 한마디에 다시 원점으로 후퇴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교과서 파동을 맞아 당시 주일대사를 사실상 소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국민에게 상처 주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래서야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특히 한·일 관계 측면에서는 양국 관계의 ‘보편화(化)’ ‘일반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양국 관계가 과거사·영토 문제만 불거지면 냉각상태에 빠져버리는 ‘특수 관계’ 속에서 언제까지 헤매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사설<자민당의 역사적 대패(大敗)로 막 내린 일본 총선>에서 "미·일 동맹의 변화는 한·미 동맹과 맞물려 돌아갈 공산이 크다. 아시아 중시(重視)를 내건 일본 민주당 정권이 세계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과 본격적인 헤게모니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일본 총선은 한반도와 동(東)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해선 주문하지 않았다.

       
      ▲ 8월31일자 경향신문 사설.  
     

    언론관련 뉴스로 한겨레는 2면 기사<검찰 촛불백서 ‘입맛대로 왜곡’>에서 "검찰이 ‘왜곡 보도’와 ‘국민들의 위법성 인식 부족’을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시킨 백서를 내놨다"며 서울중앙지검이 30일 내놓은 <미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시위사건 수사백서> 내용을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검찰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논리대로 ‘피디수첩과 일부 신문 보도가 불안감을 증폭시켜 시위에 참가토록 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 등에서 정부 비판적 보도가 많았다며, 비판 대상의 행위에서는 원인을 찾지 않고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문제삼는 태도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경향도 10면 기사<검 ‘촛불 백서’ 언론·배후세력 탓만>과 함께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들'(PD수첩, 광우병국민대책위 등)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대통령 왜 두 번이나 사과했는지 설명 없어"/"정권 입맛에 맞춰…검찰 개혁 필요성 자인">을 함께 배치했다.

    경향은 사설<왜곡과 편견 판치는 검찰의 ‘촛불 백서’>에서도 "도저히 정부기관이 펴낸 백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검찰 백서는 촛불시위의 인과관계부터 왜곡했다. 촛불시위의 원인을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이 아니라, 문화방송의 <PD수첩>에 돌렸다. 방송사 프로그램이 불법 시위를 선동했다는 식이다. 게다가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검찰 기소가 합당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고 논평했다.

       
      ▲ 8월31일자 중앙일보 16면.  
     

    반면 국민일보는 8면 기사<작년 촛불집회 석달간 93만명 참석>, 중앙은 16면 기사<촛불집회 직접 피해만 1조원 넘어>등을 전해 경향 한겨레와 다른 논조를 보였다.

    한겨레는 8면 기사<방송 이어 신문도 대기업에 넘어가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신문법 시행령을 고쳐, 자산규모 10조원 미만 기업은 일간지 지분의 100%, 10조원 이상은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문화부 안대로 신문법 시행령이 바뀌면, 8월말 현재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인 29개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일간신문의 지분을 100%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며 △"신문까지 자본에 넘겨주는 것" △"기업들이 사정이 열악한 작은 신문사나 지역지들을 대거 사들여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폐단"으로 "지역언론의 획일화"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동아는 12면 <KBS 전-현직 PD 억대 금품수수 수사>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KBS의 전현직 PD들이 해외 뮤지컬 공연 유치를 도와주겠다는 명목 등을 내세워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챙긴 혐의를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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