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사는 1천6백만에겐 그림의 떡
반값 말고, 참담한 공공임대 정책 봐야
    2009년 08월 28일 05: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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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집 없는 서민들이 내집을 장만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보금자리 주택 32만 채를 임기 안에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8.27 부동산 대책을 밝혔다. 특히 그린벨트를 해제해 시세보다 최대 절반 가격으로 싼 값에 분양함으로써 실질적인 내집 마련의 길을 닦겠다고 한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현재 집없이 셋방 사는 사람들의 처지다. 가장 최근 통계인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셋방사는 국민 657만 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딘가 자신 명의의 집을 사놓은 67만 가구를 제외한 590만 가구(거주인구 1600여만 명. 총인구 대비 33.3% 수준)가 집없이 전세나 월세 또는 사글세 셋방을 떠돌고 있다.

   
  

서민들 절대 다수 반값 돼도 못 사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인 96%는 전월세 보증금이 1억 원이 채 안되고 67%는 3천만 원도 안 된다. 우리나라 평균 가계자산의 80∼90%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전월세 보증금이 재산의 거의 전부일 것인데, 셋방사는 가구의 절대 다수가 집을 현재의 절반 값에 준다고 해도 살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을 시세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정부 말이 지켜질 경우 분양가가 지방은 2억대 강남은 3억대로 현재 시세보다 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을 살 때 은행대출을 끼거나 부모형제의 도움을 받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가진 재산이 최소한 분양가의 절반은 돼야 하기 때문에 최소 1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정도의 전월세 보증금을 내고 사는 가구는 집 없는 서민 590만 가구 중 4%, 24만 가구 정도에 그친다. 그간 전월세 가격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극소수만이 여기에 해당되는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라도 내집 마련의 길을 터줘 집없는 서러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절대 다수 전월세 가구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한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집없는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은 내집을 장만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96% 절대다수의 보통서민을 중심으로 펼쳐야 한다.

참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그것은 굳이 내집을 사지 않아도 내집처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일 바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이지만, 참담하게도 공공임대주택은 2007년 기준 전체 주택의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평균 20%에 비해서 한참 모자라고 그만큼 한국에서 셋방사는 설움은 더 큰 것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당장 전월세 가격 폭등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월세 가격 인상 상한제, 전월세 계약 10년 갱신 청구권 보장, 기간 10년으로 연장, 전월세보증금 보증센터 등의 단기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공공임대주택보다는 분양주택 공급에 중심을 두는 정책을 펴고, 심지어 기왕에 공급될 예정이던 공공임대주택조차도 축소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자, 대다수 집없는 서민들의 실질적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미국 부시 행정부는 주택소유자가 늘어나면 보수정치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소유자 사회론’을 맹신하다가 미증유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데, 행여 이런 이유로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절대다수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현실 무시한 그림의 떡

정부가 분양주택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을 펴는 데는 이를 경기부양으로 연결 지으려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읽힌다. 더구나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 장치를 대부분 풀어버렸고 부동자금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에서 공급중심의 주택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자칫 집값 폭등과 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의존도가 높아 경제발전에 큰 장애가 되는 현실에서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다.

나아가 보금자리 주택 공급 과정에서 집 없는 가난한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가혹하게 빼앗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정부가 개발 예정지로 밝힌 서울의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 경기도 하남미사지구 및 고양원흥지구는 다른 곳에 비해 셋방에 사는 가구가 훨씬 많고 특히 (반)지하방과 비닐하우스, 옥탑방 등에 사는 가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전월세 가구 비율이 54%와 44%인 데 비해 이들 지역은 61%에 달하며, (반)지하방과 비닐하우스 등 거주 가구 비중도 서울과 경기도에서 12%와 6%인 데 비해 이들 지역은 무려 23%에 달한다.
용산참사가 상징하듯이 그동안 정부여당이 밀어붙여온 뉴타운 재개발 정책이 해당지역에서 가난한 서민들을 내쫓고 중산층 이상만 살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시킨 서민대청소 정책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과정에서 또 다시 가장 가난한 서민들이 희생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서민대청소’ 정책 재현 우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환경이 파괴되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녹지지대가 줄어든다는 점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녹지공간이 부족한 게 서울과 수도권의 현실인데, 이런 식으로 녹지지대를 파괴해버린다면 미래 후손에게까지 두고두고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도심은 도심대로 뉴타운 재개발로 헤집어 놓은 정부여당이, 보금자리 주택 정책이란 이름으로 그린벨트를 ‘개발’ 벨트로 탈바꿈 시킨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8.27 부동산 대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중심의 주택정책을 가장 큰 뼈대로 세워야 하며, 이는 뉴타운재개발과 4대강 정비 사업 및 부동산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토건형 부동산 정책 방향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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