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소극적 바보로 만드는 우리 교육
        2009년 08월 28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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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EBS에서 평가목표와 학습목표의 차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그것은 한국교육의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평가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고, 얼마나 똑똑한지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학습목표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고, 도전을 통해서 익히려는 것을 말한다. 평가목표의 상황에서 사람은 결과만 중시하게 되지만, 학습목표의 상황에서는 지식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다.

    아이들에게 쉬운 퍼즐과 어려운 퍼즐을 차례로 시킬 경우, 평가목표를 가진 아이는 최초에 성공했던 퍼즐을 반복해서 하려고 한다. 반면에 학습목표를 가진 아이는 실패한 어려운 퍼즐에 계속 도전한다. 평가목표를 가진 아이는 쉬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학습목표를 가진 아이는 어려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얘기다.

    평가목표를 가진 아이들이 쉬운 것을 하려는 것은, 반드시 성공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실패 상황에 봉착하면 눈에 띄게 자신감을 잃는다고 한다.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실패할수록 도전의식에 불탄다.

       
      ▲ 일제고사를 치르고 있는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들과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들에게 비슷한 문제를 풀게 한다. 그리고 점수를 실제보다 낮추어 알려준 후 다시 문제를 풀게 하면 어떻게 될까?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달려들어 더 많은 문제를 풀지만,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낮은 점수에 좌절해 아예 문제를 풀 의욕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평가점수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무능력의 징표라고 여겨 쉽게 좌절하는 것이다. 반면에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낮은 점수를 분발의 계기로 삼아 더욱 도약한다.

    아이들을 평가목표 성향이 아닌 학습목표 성향으로 길러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

    시험점수가 너의 모든 것이야!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평가점수가 너의 능력을 나타내며, 그 점수에 따라 인생이 갈릴 것이라고 세뇌당한다. 그리하여 어른이 돼서도 그것을 진리로 여기며, 평가점수에 따라 갈린 서열에 의문을 품는 불경한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자기 자식에게 보다 높은 평가점수를 받으라고만 윽박지를 뿐이다.

    EBS와 서울대 발달심리연구실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부모의 목표설정 경향은 아래와 같다.

    <부모의 목표설정 경향>
    – 평가목표 48.9%
    – 학습목표 23.4%

    평가목표적 경향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 아이들을 평가목표로 치닫게 만드는 게 단지 부모뿐인가? 아니다. 대학입시의 결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구조적으로 평가목표형 인간으로 만든다.

    뿐인가? 그 아래 단계에서도 일제고사, 학교정보공개 등으로 시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고입 시험까지도 생겨나고 있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평가에 따라 아이들이 갈리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시험성적을 비교시키는 게 아이를 평가목표 성향으로 고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 교육은 성적 비교가 주업이다. 아이가 얼마나 노력해서 어떤 종합적인 성취를 이뤘는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중요한 건 이것이다.

    ‘넌 몇 점, 몇 등이니?’

    한국의 아이들이 교육기간 동안 받는 질문은 이것이 다다. 몇 등 했느냐에 따라 교복이 갈리고, 대학 학벌이 갈린다. 이런 구조에서 아이들은 평가목표 성향의 인간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강한 형태로 대물림된다.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평가점수가 낮을 경우 자신감을 잃기 때문에 능력과 심지어 IQ까지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며, 평가점수가 높은 아이들도 진취성을 잃고 안전한 문제 안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바보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교육개혁은 평가목표적 구조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진행됐다. 교사들에게 더욱 많은 평가를 받게 하고, 학교장과 학교도 더욱 강한 평가를 받게 하고, 모든 평가 결과를 공개, 사회적으로 게시해 사회 전체가 평가목표적 성향을 갖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쟁력이 올라간단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모두를 평가의 노예로 만들 경우, 경쟁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도전 정신만 거세될 뿐이다. 게다가 시험에서 낮은 평가점수를 받을 아이들은 반드시 보다 적은 사교육비를 쓴 아이들일 것이기 때문에, 석차경쟁구도가 강화될수록 없는 집 자식들의 자신감과 도전정신과 지능은 저하될 것이다.

    이렇게 파괴적인 경쟁교육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들이 백주대낮에 터져 나오니, 우리는 과연 제 정신인 사회에 살고 있는가?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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