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호 "DJ, 강기갑 대표에 많은 기대"
    By 내막
        2009년 08월 27일 06: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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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정세균 대표의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9월 국회에 대한 전격 등원을 선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정국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를 보인 27일, 민주노동당은 김 전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한번 더 다지는 자리를 가졌다.

    강기갑 대표는 이날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남은 사람들이 아쉽게 생각하고 통탄만 할 게 아니라 고인이 남기신 업적과 뜻을 정치인들이 힘을 합해서 이루어 나가는 것이 도리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제 우리가 이루어가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정치인들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으기가 제일 어려워 걱정도 되지만 하도 이 정권이 반통일 반서민 반환경 반민주 행보를 하면서 돈만 귀중히 여기고 사람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심판할 수밖에 없다"며, "어렵지만 정치권이 손을 맞잡고 상생과 민족통일의 세상을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으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민노당에 따르면 이날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기대를 걸었고", 민주당에도 강 대표와 협력해 뜻을 모으라는 충고를 하면서 "강 대표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평소에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특히 ‘정치인들이 마음과 힘을 모으기가 제일 어렵다’는 강기갑 대표의 말에 대해 "강 대표가 적극적으로 앞서서 나가면 (정치권이) 잘 협조가 될 것이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강 대표는 또한 "이명박 정권에게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라고 3보1배를 할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까지 주셔서 대법원에서 의원직 유지 판결이 난 것과 민주노동당의 여러 활동에 대해서도 격려해 주셨다"며, "꼭 한 번 찾아뵙겠다고 하니 흔쾌히 오라고 답까지 주셨는데, 이렇게 가시게 되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DJ, 강 대표에게 ‘3대 위기론’ 첫 언급

    강기갑 대표가 동교동을 처음 찾은 것은 2008년 11월 27일 민노당 지도부’가 방북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던 자리.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경제의 3대 위기론’이라는 개념을 처음 언급한 것이 이 자리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 흐름을 보면 대세가 10년 전의 시대로 전체 흐름이 역전되는 과정"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크게 민주주의의 위기, 경제위기와 서민의 고통, 남북관계 경색 3가지"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그날 언급한 ‘3대 위기론’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경제사회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공세로 야권과 시민사회가 정신 없이 휘둘리면서 대책 없이 밀리던 시점에 정국을 단순화시키고 전선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해 "걱정은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이미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등 세 독재정권을 좌절시켰다. 앞으로 그 누구도 독재에 성공할 수 없다"고 발언, 간접적이나마 ‘이명박=독재정권’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수용(?)한 민노당은 지난 6월 있었던 정책당대회를 통해 ‘정권 퇴진’을 당의 당면목표로 결의한 바 있다.

    ‘독재→정권퇴진’은 논리적 귀결

    이와 관련해 민노당 관계자는 27일 <레디앙>기자를 만나 "이명박 정권을 ‘독재’라고 규정하는 순간, ‘정권퇴진’을 목표로 정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노당을 제외한 어느 정당도 ‘정권퇴진’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없다. ‘이명박=독재’라는 개념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 정당이 민노당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와 노무현 대통령 서거 국면을 지나오면서 어찌 보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상주’를 자임한 민주당이 아닌 우리(민노당)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전까지 노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다가 서거 이후 태도를 돌변한 것에 대해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이 제기된 바 있고, 서거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정치 이슈 정도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라는 개념을 처음 전달한 상대가 민주당이 아닌 민노당 지도부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27일 <레디앙> 기자를 만나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현 국면에서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찾아뵈었던 것"이라며, "그때 마침 필요한 말씀을 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만남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노당과 민주당이 굳건하게 손을 잡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본다"며, "앞장서서 길만 열어주면 된다. 비관할 필요 없다. 국민을 이기고 독재할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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