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로'와 '광명성'의 쌍둥이 정치학
    By 내막
        2009년 08월 27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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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강국’의 꿈을 안고 발사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다.

    실패 원인으로는 위성보호덮개(페어링)의 한쪽이 제 때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었고, 이에 따라 위성은 지구로 떨어지면서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7차례 연기 끝에 국민적인 환호 속에 발사된 나로호가 깊은 탄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쉬움이 큰 탓인지, 정부와 대다수 언론에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발사체의 목적이 위성을 궤도 위에 올려놓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이 1998년 8월과 올해 4월 광명성 1, 2호를 궤도 위에 올려놓지 못하자, 정부와 언론은 이를 실패라고 하지 않았던가?

       
      ▲ 광명성2호와 나로호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또한 정확한 실패 원인을 분석해 이를 극복한다면 다음에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호로 상징되는 우주발사체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광명성’이 실패면 ‘나로’도 실패

    먼저 우주과학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심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나로호의 1단계 로켓은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한국 땅에서 발사된다는 상징적 의미에 비해 그 실질적인 의의는 크지 않았다. 또한 실패의 원인이 페어링의 미분리에 있다면, 한국의 위성 제조 및 2단계 로켓 기술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나로호 발사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들의 우주 이용 현황을 상세하게 전달하면서 “한국도 세계에서 10번째로 자체적인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게 됐다”며, 국민들의 국가적 자부심과 다른 나라에 대한 경쟁심을 자극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물론이고, 한국이 체제 경쟁에서 완승한 것으로 판단한 북한도 우주 개발 경쟁에 가세하자, 나로호의 발사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과학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할 나로호 발사에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되면서 애초부터 궤도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나로호 발사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엄청난 수출 증대와 홍보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효과, 역효과 고려도 필요

    산업연구원(KIET)은 발사 성공시 경제적 가치가 최대 2조3천445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수출 증대 및 홍보 효과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는 떡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다른 나라가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 나라의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한 적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 제고 효과 역시 ‘역효과’를 포함하고 있다. 나로호 발사 이전부터,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동일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의 의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더구나 나로호 발사는 북한의 4월 로켓 발사 및 5월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부상한 한국의 ‘미사일 주권론’과 ‘핵주권론’과 조우했다.

    더구나 국제사회는 나로호 발사를 실패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주장처럼, 나로호 발사 성공시 경제적 효과가 그만큼 크다면, 실패에 따른 손실도 커진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주민들이 굶고 있는데…"라더니

    아울러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북한도 주장한 것인데,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대다수 언론, 그리고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굶고 있는데 엄청난 손이 들어가는 로켓 발사가 왠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우주발사체의 경제적 효과가 그토록 크다면, 북한에는 왜 거꾸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씁쓸한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막대한 예산 소요도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에는 5천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또한 정부는 2016년까지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기간에 총 3조6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더구나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칫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부실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엄청난 혈세를 우주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현명하고 타당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우주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예산 및 사업 재조정, 특히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해서는 ‘실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많은 나라들이 자체적인 로켓 개발보다는 다른 나라의 로켓을 이용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남북한 사이의 ‘이중잣대’의 문제이다. ‘북한이 하면 불륜이고 남한이 하면 로맨스’라는 색안경으로 우주발사체 문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잣대’의 문제

    북한은 지난 봄에 국제법적 절차를 밟아 ‘은하 2호’에 ‘광명성 2호’를 탑재해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면서 2차 핵실험 및 6자회담의 전면 거부로 이어졌다.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과잉대응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요동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남북한의 우주발사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할 수 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점에서 ‘우주발사체’는 핵무기를 실어 날릴 수 있는 ‘탄도미사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그러나 핵과 탄도미사일이 있다고 해서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 권리를 제약해야 한다는 국제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5대 핵보유국들을 제외하더라도 인도, 이스라엘, 최근의 이란에 이르기까지, 이들 나라가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사례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강성대국론’을 주창하고 나선 북한은 인공위성 보유를 강성대국론의 핵심적인 요소로 삼으면서 추가적인 위성 발사를 공언해왔다.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또 다시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준다. 북한의 위성 보유 권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우주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전용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 과제가 한국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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