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은 인문사회 포기하려는가?
        2009년 08월 26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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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겸임교수 재임용 취소와 관련하여 노정태 님이 <프레시안>에 쓴 ‘당신들 같은 민주세력은 필요없다’라는 글에는 ‘긴급기고’라는 제목이 달려있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예견되지 않은 사태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년부터 중앙대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재단 교체다.

    중앙대학교는 지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되었다. 이름있는 사립 종합대학이긴 하나 사실 중앙대는 100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고, 아직 청산되려면 먼 걸로 안다. 깊은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도 안성캠퍼스 투자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성캠퍼스 투자실패와 두산 인수

    이와 겹쳐 잘 거론되지는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대학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종종 동문들끼리 이야기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중앙대학교가 위치한 흑석동은 입지가 불리한 곳이다. 안성캠퍼스 실패와 서울캠퍼스 관리 미비로 중앙대학교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들이 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으나 2003년경 중앙대는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소장 인문학자 두 사람을 전격 초빙했다. 그 하나는 김용옥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진중권이었다. 김용옥은 지금도 석좌교수로 중앙대에 재직하고 있고, 진중권은 독문과 겸임교수이자 2, 3년 전 중앙대가 개설한 문화연구 석박사 통합과정에 출강하기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의 외부활동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김용옥은 사회발언을 극도로 자제한 반면 진중권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칼라TV’ 등의 활동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학내에서도 진중권 겸임교수는 강의는 물론 독문과 콜로키움을 중심으로 꾸준히 각종 학회와 포럼에 참석하며 부지런히 학술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학교는 비교적 고무되었다. 왜냐하면 중앙대학교의 ‘경영’에 관심없는 사람의 눈에도 거슬릴 정도로 학교 운영이 후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또한 갓 석사에 입학하자마자 자료대출을 놓고 도서관 직원과 한바탕 했을 정도였다.

    기대 속에 인수 절차를 마친 두산그룹은 중앙대 내부의 독자적 사정에 별로 개입한 것 같지는 않다. 몇 번 물의를 일으킨 박범훈 총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건설그룹답게 도서관 리모델링에 바로 들어갔지만, 어차피 너무 낡아서 한 번은 뒤집어야 할 도서관이었기에 학내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리모델링을 핑계로 등록금 동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진중권 재임용 취소에 놀라지 않은 이유

    내가 진중권 교수 재임용 취소에 놀라지 않은 이유는 올해 7월, 학교 측에서 중앙대 대학원 신문사 소속을 강제 이전시키려고 시도한 사건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자치기구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중앙대 대학원 신문사는 학생지원처 산하 언론매체부로 소속을 이전할 것이며 거부할 경우 현 지위를 박탈하고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부의 5개 언론사가 소속되어 있는 언론매체부의 이전이 우려된 이유는 언론매체부 운영규정의 독소조항 때문이다.

    규정에 의하면 총장이 모든 발행물과 제작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배포마저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언론사의 목적에 위배되거나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 각언론사 운영 자문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자치기구이자 비판 및 학술적 성격이 오롯한 대학원 신문사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학부매체인 <중대신문>과의 통합이 암암리에 거론되었기에, 자칫하면 대학원신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조치였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원신문사는 대학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중대신문>과 통합하지 않겠다는 확약과 언론매체부장과 세부적인 운영규정 수정안을 논의한다는 조건 하에 언론매체부로 소속을 옮겼다. 물론 최소한의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소속 이전을 철회할 예정이지만, 예산이 끊긴다면 존립을 확신하기 힘들다.

    이러한 사건 이후 일어난 진중권 교수 재임용 철회는 놀랍지는 않으나, 두려운 것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인문사회 분야에서 나름 탄탄한 위치를 점해온  이 대학교의 학술연구 분위기가 저해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인문학 전체의 손실

    외부적으로 예술대학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중앙대학교의 인문사회 분야는 평가가 좋은 편이다. 6년째 본의 아니게(?) 중앙대학교에서 학위 공부를 하면서 방만하고 무성의한 행정과 후진적인 면학환경에 분노를 터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에 매진하는 양심적인 교수들이 상당히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책이 없으면 사서 보면 되지만, 선생이 ‘후지면’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다. 중앙대학교의 사회학, 독문학, 영문학, 국문학, 법학 등의 학과는 양질의 논문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학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압력에 못 이겨 재임용을 철회한 것에 불과한 것이면 다행(?)이지만, 재단인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의 미래에서 인문사회분야를 제외시켜 버린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인문학 전체의 손실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에 대해 어떤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문사회분야를 퇴출시킬 생각이라면 재고를 할 필요가 있다. 그 무시무시하다는 삼성도, 성균관대를 인수했지만 오히려 인문사회분야가 위축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성균관대 내 연구소에서 좋은 논문을 많이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미 진중권 교수를 자른 것만으로도 중앙대학교가 가진 위상은 상당히 타격을 입었다. 정권은 몇 년 뒤 교체될 수 있지만 한 명의 학자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양성기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본 중앙대학교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 일을 못 해낼 기관은 아니다. 그걸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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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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