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무급휴직 미끼 거짓자백 강요
    "가정 살리려 동료 팔아" 자살 기도
    By 나난
        2009년 08월 24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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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1주일 치 정신과 치료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며 자살을 기도한 쌍용차 지부 조합원 A씨(38)의 유서(전문) 속에 ‘무급휴직 복직’을 빌미로 한 경찰과 사측의 강압 공조수사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 상당부분 기록돼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회사 강압적 공조수사?

     A씨의 유서는 24일 금속노조에 의해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유서에 따르면 경기도청 경찰은 복직을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가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노동과세계
       
      ▲ 사진=노동과세계

    “C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빼줄 수 있다…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이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이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이다.”(유서 중)

    “B조합원을 설득시켜 대포를 만들었다고 불게 하라. 구속은 시키지 않고 만들라고 시킨 놈을 잡으려고 한다며 대포 쏘는 거, 만드는 걸 보지 못한 나보고 B조합원을 설득시키라고 한다.”(유서 중)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00이 대포를 쏘는 것을 봤다고 거짓말을 하면 복직시켜 주겠다’, ‘00이 대포를 만드는 것을 봤다고 거짓말을 해야 도와줄 수 있다’며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하지만 A씨와 함께 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A씨는 공장에서도 몸이 좋지 않아 (도장공장) 내에서만 근무했다”며 “그 친구가 대포를 쏘거나, 누군가가 파이프를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데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복직 미끼로 거짓말 강요"

    금속노조가 밝힌 쌍용차 지부 조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15일, 19일 양일간 진행된 수사에서도 A씨에게 “20번이 넘게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으며, 경찰은 A씨의 집으로도 수시로 전화해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복직과 관련된 회유 활동으로 동료들에 대한 거짓진술을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거짓진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씨는 심적 부담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제는 A씨에게 이뤄진 강압수사가 모든 농성조합원들에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경찰은 대부분의 조합원에게 복직을 빌미로 한 허위자백을 강요하는 가하면 ‘구속시키겠다’, ‘긴급체포하겠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진술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은 새벽 2~3시까지 밤샘조사를 받고도 다음날 또 다시 6시간 이상씩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부모님을 모셔놓고 조사를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 24일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속노조)

    권두섭 변호사는 “긴급체포를 할 거면 요건에 따라 체포하면 되고,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면서 “하지도 않을 구속과 체포를 빌미로 허위자백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의 이 같은 회유와 협박은 자기들이 만든 훈령이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명백한 위법수사”라며 “협박죄 및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노사합의 따라 할 일을 경찰이 나서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권은 회사가 가지고 있고, 노사합의에 따라 쌍용차지부가 순환휴직과 정리해고 비율에 따라 복직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경찰이 무급휴직을 약속하는 건 맞지 않다”며 복직을 전제로 한 경찰의 강압수사에 “사측과의 공조가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농성 중일 때는 노노갈등으로 함께 해온 동료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들더니, 이제는 77일간 목숨을 걸고 함께했던 사람들끼리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모조리 파괴하려 한다"고 지탄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선임, 접견권 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심야수사와 장시간 수사를 강요받는 가하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까지 데리고 와 수사를 벌이고, 구속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노사대타협이 아닌 노동자 말살"이라며 쌍용차 사태와 관련돼 진행되고 있는 경찰 조사상의 문제점을 수집해 법률원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위자백과 경찰의 협박에 괴로워하던 A씨는 “내가 동지들에게 할 수 있는 길이 이길 뿐”이라며 지난 20일 “어머니 댁에서 샤워를 마치고 유서를 작성한 그는 정신과에서 받아온 1주일 치 약 21봉지를 한꺼번에 복용"하며 자살을 기도했다.

    한편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무급순환휴직을 빌미로 한 강압수사 의혹에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강압수사를 펼치지도 않았으며 (유서 속 C형사와 관련해) 복직을 보장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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