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 주축 비정규-프리터노조를
'노땅 진보정당' 스스로 일 안해 문제다
    2009년 08월 23일 12: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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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88만원 세대가 처음으로 출간된 지 이제 만 2년이 지난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세상이 약간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희망을 어느 정도는 품고 있었다. 책 표지 문구대로 바이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20대 청년들이 나름대로 자의식을 갖고 저항할 방법을 찾을 거라는 약간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한 만 29세

그때 했던 그런 생각을 지금은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20대를 넘어서 30대로, 그나마도 남아 있던 만 29세라는 나이도 다음다음 달 생일이 지나면 쓸쓸히 멀어질 생각을 하니 그저 가슴이 텅 하니 먹먹하다.

40대를 바라보는 어느 선배가 말한 것처럼 “아직은 시간이 많고 뭘 해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도 그 이전에 뭔가 토대를 닦아 놓고서야 할 수 있는 얘기지, 황량한 벌판에서 그냥 막 한다고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예전처럼 좌충우돌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가슴 깊이 깨달았던 것이 ‘어찌됐든 현실은 현실이다’라는 사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결혼을 하자면 돈이 있어야 되고, 돈이 있으려면 직장을 잡아야 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도 없으니 정규직으로…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되어버린다.

바로 몇 년 전까지는 ‘세상을 확 뒤엎어버리자’는 생각에서 이제는 ‘월급 200만원만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것으로 이 세상에 뭔가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나마 세상에 일찍 적응해 직장을 잡은 친구들은 올해 모두 결혼을 해서 이 녀석들을 축하해주러 갈 때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면 조금씩 쓸쓸함이 더 해 간다. 나는 나대로 인생을 즐긴 게 아닌가라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한때의 경솔함이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 버린 것은 아닌지 라고 왠지 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내 인생을 망친 건 아닌가?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 밑바탕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인간 대접을 받으면서 사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나는 우석훈이 책에서 지적한 바대로 ‘청년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그런 업종에서 일을 한다.

광주는 기아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비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상당수의 청년들이 마트라던가 백화점 같은 대형서비스·유통업체에서 일을 한다. 물론 타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러한 서비스업종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크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들을 조직해 20대 청년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한 노조를 결성하는 게 어떨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최저임금만을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금액으로는 100여만원 남짓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이라는 건 말 그대로 최저 임금일 뿐이고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 물가를 비롯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반 여건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이것만 받아서는 결혼해서 살림차리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조차 버겁다. 본래 진보정치세력들이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역시 결론은 『게공선』에 나온 바 대로 “우리에게는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다

본래부터 노조를 만들자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뭐랄까 일을 하면서 내 앞 길이 점점 꽉 막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같이 일을 하는 내 또래, 아니면 나보다 나이 어린 동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비슷한 심정인 것 같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이런 삶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수많은 청년백수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더 나은 삶을 바라며 공부를 하는 것처럼 이들도 당장은 여기서 일을 하지만 훨씬 더 좋은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다수인 만큼 이들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을 두 가지로 생각해봤다. 첫째는 청년활동가들이 들어와 일을 하면서 노조를 만드는 방법이고 둘째는 온라인을 매개로 해서 개인단위로 가입하도록 하는 일반노조 형식으로 가는 방법이다.

나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 첫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일하는 곳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주차파트인데 이곳의 직원만 해서 약 30명 가량이 된다. 사람은 부족해서 늘 구하기 때문에 적어도 뭔가 의욕을 가진 약10명 가량의 청년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입사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일을 하다가 사업장 내 직원들 소수만이라도 조직해서 노조를 결성하면 어떨까.

정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

여기서 노조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투쟁보다는 사측과 임금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협상을 통해 임금을 개인당 10만원씩만 올리더라도 해당 사업장 뿐만 아니라 주변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노조를 단순히 시위하고 투쟁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시각을 바꿔 곳곳에서 청년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조직하는 그런 상황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진보정당이나 진보세력의 역할은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만들어 내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청년활동가집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88만원세대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른바 운동 1세대에게 모든 영향력이 집중된 현 상황에서 2세대와 3세대로 세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선배 활동가들이 이런 문제점을 깨닫거나 후배 활동가들을 길러내는데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진보정당이라면 역삼각형 모양으로 불안정함을 추구하는게 더 옳지 않을까. 예를 들어 청년활동가들 중심으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시도하는 것들이 먼저 행해져야 하지 않는가. 시간이 되면 이들에게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남은 것은 하나. 사업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온라인을 통해 활동가를 조직하고 노조를 출범시킨 이후 청년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노조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알바생 권리찾기’와 같은 활동이 아마도 주된 사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집단적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청년들을 조직하는 것이 현상황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므로 이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2008년 총선 당시 88만원세대 후보임을 내세우고 출마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후보들.(사진=레디앙) 

40~50대 노땅들에게 장악된 정당들

그렇지만 첫 번째 방식의 노조와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서 노조라기보다는 일종의 상담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알바생권리찾기와 같은 최저임금 지급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요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불법다단계와 사채 같은 것들에 대해 주로 상담을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년노동자들을 규합해 집회를 한다거나 개별 사업장에서 행동을 촉구하는 등 사업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일본의 ‘프리터 전반노조’ 활동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정규직 운운하는 진보정당이 과연 비정규직을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을지 상당한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의 중추가 적어도 30대 중후반까지는 내려와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무슨 운동을 하든 활기를 되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거의 ’40~50대 노땅’들에 의해 당은 장악되어 있고 -이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아마 앞으로도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그 상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저번에 올린 글 ‘게공선과 공산당'(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4356)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특히 20~30대 젊은 계층, 그중에서도 노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공산당’을 재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공산당이라는 명칭의 의미, 두 번째로는 역사성이 있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하기로 하자.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 결성

분명 미래에 대한 그림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또는 “저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로. 요즘은 복지국가 얘기가 꽤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글쎄 일단 사회주의하고 가까운 거라면 그중에서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을 주장하기에 앞서 “지금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또렷하게 답할 수 있는 어떤 실천행위가 아닐까.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노회찬, ‘3김시대 끝났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는 생활진보로 판바꿔야’. 이런 기사가 뜬다. 어떤 생활진보를 한다는 것인지 호기심에 내용을 들여다보니 “9월부터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민노당과 합당 관련해서는 “언제 합하느냐가 문제인 듯하다.”라는 발언을 한다. 내용을 쭉 읽어보니 민생보다는 내년 지방선거가 이 발언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의 문제점은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일을 잘 안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중앙에 있는 활동가들부터 비정규직으로 내려가서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이 나중에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내거나 이후의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민노당이 쪼개지기 전, 남원연수원에서 이재유 추모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공산당 재건에 목숨을 걸었던 이재유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들 보다 그가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현재의 진보정당이 지금 이 위치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만약 밑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조직된 어떤 힘이 솟구쳐 오르지 않는다면 적어도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상을 지금과 똑같은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 전진 가능성 높지 않아보여

물론 2세대들이 끝까지 남아 있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는 당의 상층부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테지만 앞 세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대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줄서기 정치판으로 끝나는 그리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아직 젊다면, 그리고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현 상태에서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째는 비정규직이든 무슨 일을 하면서든 스스로 먹고 살 방안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조직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직접 일을 하면서 고생을 해봐야 세상을 바꿀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어쨌든 의지를 가지고 있는 청년활동가들끼리 먼저 조직을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사회를 그려내는 것은 결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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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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