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보다 ‘연대’ 기준 논의해야”
        2009년 08월 21일 06: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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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분당되고, 진보신당이 창당된 지 1년 반이 흐르며 ‘무조건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줄어들고 있다. 21일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가 주최한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제3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통합’보다 ‘연대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사노준)은 지난 18일 민주노총이 제안해 열린 ‘진보4당 TFT’ 1차 회의에 참석, 그 명칭부터 원안이었던 ‘진보정당세력 단결과 통합을 위한 TFT’에서 ‘통합’을 제외하고 ‘진보정당세력 대단결을 위한 TFT’로 바꾼 바 있다.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민주노동당도 “당장 통합은 어렵다”며 한 발 물러섰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은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와 성격은 진보대연합을 하지 않고 진보진영의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그 시점을 ‘선거연합’이후로 설정했다.

    배타적 지지방침과 통합 요구

    이로써 “올 12월까지 내외부 압박을 통해 제진보정당 통합추진 조직 구성을 완료하겠다”던 민주노총 통추위가 가장 ‘급진적’이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세력이 아닌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특히 ‘배타적 지지방침’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날 참석해 인사말을 한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토론 중간에 “통합보다는 지방선거 연대를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며 통추위와는 다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토론자들도 ‘통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는 “‘지금 왜 통합을 해야 하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오늘 참석한 4단체 사이의 전략적 목표가 같다고 볼 수 없는데, 통합을 목표로 하지 말고 경쟁과 실력대결을 펼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정치가 분열이 되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안되니까 분열된 것”이라며 “진보가 특정 사안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손혁제 경기대 교수도 “진보정당들이 공조-연대를 모색할 수 있으나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 진보정당의 역량, 정치구도 속에서는 하나씩 양보하면서 성과를 가져가야하며, 정파들은 통합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현 자신의 위치에서 세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함께 할 수 있는 정책공조 먼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통합’을 논의하는 것 보다 정치과정에서 연대, 공조 등을 어떻게 활발하게 할지 구체적 방안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특히 지방선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정책공조의 틀과 과제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유례 없이 민주노총이 고립되고 노동운동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대담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정당에 끌려 다니지 말고 연말까지 통합작업을 수행하고, 여기에 응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시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도 “새로운 미래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은 모두 하나”라며 “우리끼리 서로 자기 살을 떼 내는 작업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통합’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 진보정치 통합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민영 처장은 “민주노총 조합원 중 민주당-한나라당 지지자는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가 있나”며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해 민주노총의 정치활동 기초를 냉철하게 만들고 조합원들이 내년 선거에서 어느 정당-세력을 지지해야할지 논의와 토론으로 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당 이유 노동자들에게 설명했나"

    그러나 이에 대해 한 통추위 위원은 “만주노동당 설립에 힘을 실었던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요구하는 당위성을 부정하면 안된다”며 “정치세력들이 민주노총이 통합을 요구하기 이전에 왜 분당되었는지 철저하게 평가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분당될 때 양당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이를 설명했나”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첫 시도 노력이 분열로 귀결된 상황에서 통합논의는 더 절실하다”며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한계도 많이 느꼈지만 제진보정치세력이 모두 모여 함께 싸운 모습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추위는 오는 9월 1일부터 4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진보정당 세력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단위노조 대표 또는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세력 단결과 통합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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