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책임론 무리"…"MB가 죽였다"
    By 내막
        2009년 08월 21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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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정권의 책임론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팽배하지만,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대통령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사이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죽였다"는 것이다.

    손석춘 "덕담할 때 아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손석춘 원장은 김 대통령 서거 이튿날인 19일 새사연 홈페이지 칼럼 ‘조용히 보내드릴 수 없는 까닭’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다"는 담당의사의 술회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고인의 서거가 억울하고 분하다"고 밝혔다.

    손석춘 원장은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떠오른 고인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이다. 여든 다섯 살의 전직 대통령이 국민장으로 치른 영결식장에서 흐느낀 오열은 고인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가를 입증해준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덕담할 때가 아니다. 고인의 마지막이 ‘편안’하지 못했던 직접적 원인은 이명박 정권에 있다"고 단언하면서, 고인의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연설에 대한 정부여당과 조중동의 반응으로 "마지막 가는 길 또한 험악했다"고 강조했다.

    오연호 "화병이구나 싶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지막 인터뷰를 가진 언론매체는 영국 BBC방송(7월 10일)이지만, 국내 언론과 가진 마지막 인터뷰는 6월 27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추천사를 겸한 ‘마음속의 추도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하는 행운(?)을 얻게 된 오연호 대표기자는 인터뷰 후일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구나, 한 번 병원에 가게 되면 쉽게 다시 동교동으로 돌아오시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는 식사도 잘하시고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는데  그 후에 왜 그렇게 갑자기 기력이 떨어졌을까, 생각해보았다. 그 인터뷰 자리에서 저는 그것이 일종의 화병이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고 분노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심했다"며, "그 화병은 자신의 내부를 다스리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불쌍해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DJ, 화병 개연성 충분"

    ‘화병’은 심리적인 쇼크나 정신적인 갈등에 의해서 뇌에 기질적인 변화가 없이 일어나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증상을 수반하는 병으로,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 한국 문화 특유의 증후군으로 공식 분류되면서 영어로도 ‘Hwa-byung’이라고 부른다

    화병은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현저한 인격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대신에 분노로 인한 에너지가 신체에 발현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두통, 불면증, 만성피로, 무기력감, 불안감,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수반된다.

    이 밖에 개인에 따라서 눈이 침침하고 쉬 피로하거나, 머리가 띵하고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며, 숨이 차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우면서 쓰리고 아파서 소화도 잘 안될 수 있으며, 입 안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나거나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한다.

    ‘화병’에 대해 한방정신과 전문가인 김정훈 마음소리한의원장은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을 바로 표현을 하든지 아니면 이해를 하여 풀어버려야 하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가슴에 쌓아두면 이것이 점점 쌓여서 화병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김정훈 원장은 20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뉴스에 나오는 이상으로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는 없지만, 일단 화병에 대해 일반론적인 관계 속에서 추론해보면 김 전 대통령에게 화병이 찾아왔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노통 서거 이후 달라진 일기장 분위기

    김 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삶을 통해 분노를 승화하려는 분이었다"며, "그분의 경우 삶 자체가 드라마틱했고,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는 대통령까지 올라가신 것 자체로 개인 차원에서는 소위 말하는 한풀이를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최근 일련의 상황들이 본인에게 다시 그런 위기감과 과거의 그런 생각들을 상기시킬 가능성은 분명하게 있고,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마음을 다치게 되는 ‘상심’으로 정기를 쇠하게 되고, 정부 반대로 추도사도 못하게 되면서 안 그래도 연로하신데 과거의 그런 감정들을 다시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두 번의 옥고를 치르는 등 삶 자체에서 그런 (분노를 일으키는) 부분들이 많은 분이지만 (그런 감정을) 승화시키려 했던 분으로 이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21일 공개된 김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를 보면 노 대통령 서거 이전까지만 해도 건강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행복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고, 끝까지 건강을 유지해서 지금의 3대 위기(민주주의, 남북관계, 중소서민 경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추도사 막은 정부, 연설 영상 상영도 막아

    김대중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마음속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못하게 막은 정부를 보면서 "어이없기도 하고 연민의 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보다 보름여 전인 6월 11일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있었던 그의 생애 마지막 대중연설에서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며, 후대 사람들에게 뒤를 부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추도사를 막은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빈소 앞에서 그의 생애 마지막 대중연설 영상을 틀지 못하게 막았다. 20일 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빈소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안전부가 김 대통령의 6·15기념사 동영상 상영을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영상차량을 통해 이 영상을 방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족측에서는 장례과정에 정치적인 주장이 나오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어 실제 영상물 상영이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백은종 "고인, 우리에게 투쟁 요구"

    20일 빈소 앞에서 만난 백은종 이명박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유족이 조용하고 차분한 장례를 원한다고 하지만 고인이 우리에게 요구했던 것은 투쟁하고 싸우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백은종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그 가족의 아버지이자 남편일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이끈 지도자"라며, "세계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그의 죽음 앞에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상주로서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21일 <레디앙>기자를 만나 "공식유언장이 없다고 하지만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나 마지막 공식연설을 사실상의 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남북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노력해달라, 뒤를 부탁한다고 말한 것을 유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특히 정부가 영상물 상영을 막는 것에 대해 "남한테 받은 비판을 받으며, 그게 정당한 비판이라 하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마음이 넓고 큰 사람이라면, 특히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의 고언에 대해서 약으로 받아들여서 내가 앞으로 처신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 국정을 운영하는데 어떻게 교훈으로 삼을까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야지 이것을 가지고 그렇게 속좁게 막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속좁은 소인배들의 짓"이라고 덧붙였다.

    "유서는 없어도 유훈은 살아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도 21일 ‘유서는 없어도 유훈은 살아있다’는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지금 형식적으로 ‘국장’을 대하고, ‘화해통합’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그 속내가 궁금할 뿐"이라며, "국민 화해 통합은 커녕 앙금만이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백성균 부대변인은 "오늘 공개된 일기에 담긴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명박 대통령이 가슴에 새기고, 국장이 국장답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유종의미를 거둘 수 있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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