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가 MB에게 건네준 역사적 기회
    북 조문단, 청와대 초청으로 화답을
    By 내막
        2009년 08월 20일 0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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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굳게 닫혀있던 남북관계의 문을 열어줄 것인가?

    일단 다리는 놓여졌고 조짐도 희망적이다. 북한은 20일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된 6명의 고위급 명단을 남측에 통보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조문단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사실상 최초의 남북 당국간 접촉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2000년 남북정상회담

     

    주목되는 세 가지

    북한의 조문단 파견 방침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체류 기간을 21~22일로 알려왔다는 점이다. 1박2일로 체류 일정을 전해온 것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 이외의 목적을 띠고 있음을 암시한다. 참고로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때 송호경 아태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쪽 조문단은 남쪽에 한나절만 머물다 돌아갔다.

    둘째는 조문단이 최고위급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조문단장인 김기남 비서는 북한 권력서열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2005년 8ㆍ15 민족대축전 참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에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파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그와 동행하는 김양건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 때에도 배석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때에도 김 위원장에 앞서 현 회장을 만나 합의문을 조율했다.

    셋째는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껄끄러운 시기에 조문단 파견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6.15 공동선언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북한의 결정 시기는 북한이 북침 훈련이라고 규정한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과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나로호’ 발사 시점과 겹쳤다. 비록 당국간의 접촉이 1차적인 목적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조문외교’의 의미

    이러한 북한의 ‘조문외교’는 보다 큰 맥락에서 북한의 대외전략을 엿보게 한다.

    김정일-클린턴 회동과 미국 여기자 석방, 현정은-김정일 면담과 유성진씨 석방 및 5개항에 걸친 합의문 채택, 북한 외교관 2명의 미국 뉴멕시코 방문에 이어 최고위급 조문단의 파견 방침은 북한이 대외관계의 전면적인 재구성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특히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주당의 일본’을 상대로 대일 관계 개선까지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외교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민 손에 이명박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가 주목된다.

    일단 여전히 부족한 감은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최근 대북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관련해 최대한 로우 키(low key)를 유지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북한의 조문단 파견 통보 직후에는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의 조선적십자사에 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이는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간 이뤄진 ‘추석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인 동시에, 이명박 정부가 현정은-김정일 면담과 북한의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당국자 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대통령, 북한 조문단 청와대로 초청해야

    관심의 초점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조문단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에 모아진다. 조문단의 체류 기간이 1박2일이라는 점에서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통민봉관(通民封官)’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북한이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키로 한 것은 소극적으로 해석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탐색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북한의 의도이든, 이명박 정부로서는 절호의 기회에 온 것이다.

    북한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대통령이 북한 조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북한 조문단은 초청에 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조문단은 김정일의 특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당국자 회담의 재개뿐만 아니라 남한의 대북특사 파견 및 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시기이다. 이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통함’은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자학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한반도 주민들과 인류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국민 통합과 과거와 현재 사이의 화해를 통한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비전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화답할 차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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