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노조와해 작전 시동 걸었나?
    By 나난
        2009년 08월 20일 06: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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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현직 경제부처 장관과 협력사들이 함께 한 간담회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회사의 노조 부당 지배개입”을 넘어, 이명박 정권의 노조 무력화 ‘작전’이 본격화된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쌍용차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노동유연화와 노동운동 탄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쌍용차 사태에 대해 "일회성 사건으로 넘기지 말고 노사문화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해,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대노조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대량 구속 사태, 검경과 언론의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 이념적 공세, 관료들의 강경 발언 속출 등은 이 대통령 발언의 후속 작업의 성격을 가지며, 이번 쌍용차 법정 관리인이 유관부처 장관에게 민주노총 탈퇴 운운하는 ‘불법적 발언’을 당당하게 한 것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지난 6일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한상균 지부장과 지도부가 도장 2팀 공장안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보고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쌍용차 박영태 법정관리인이 지난 18일 저녁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및 쌍용차 협력사 모임인 쌍용협동회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민주노총 탈퇴뿐 아니라 노사규약의 실질적 내용을 바꾸어 진정한 노사문화를 확립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단체협약 내용에 불합리한 게 많다”는 이 장관의 지적에 “법이 좀 앞서 있는 측면이 있다. 잘못돼 있는 협약에 대해서는 발췌를 해놨고 법률 검토도 해왔다”면서 “특히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조항과 관련해서는 과감히 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회사 쪽의 이 같은 발언과 움직임에 대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장영규 대협실장은 "금속노조 탈퇴와 관련해 (회사로부터) 노조가 직접 들은 얘기는 없다"면서도 "노조 변경 운운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쌍용차 회사 쪽은 현재 점거농성을 벌이지 않은 임직원의 폭력행사가 있을 수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이유를 들며 비해고 조합원 및 노조 간부가 공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쌍용차지부는 노조 정상화를 위해 다음 주 공장 안 노조사무실 출입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장영규 대협실장은 “회사의 일방통행적 경영과 노조 무력화로는 대타협의 정신으로 이끈 합의문을 실천할 수 없다”며 “노조 정상화를 이루고, 회사를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 지부는 19일 진행됐던 실무 교섭 자리에서 박영태 관리인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교섭 직전 언론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직접 들은 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항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영태 공동관리인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 발언은 현행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몰상식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조의 운영과 상급단체 결정은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명백한 지배개입”이라고 말했다. 또 “쌍용차지부의 민주노총 탈퇴는 금속노조가 결정할 문제”라며 “금속노조가 노동관계법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으로, 하위 기구일 뿐인 쌍용차지부 차원의 민주노총 탈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쌍용차지부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해야 한다. 때문에 법정관리인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 발언을 두고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윤호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과거와 달리 노사문제에 원칙을 갖고 임했다”면서 “쌍용차의 경우 향후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정부의 원칙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회사가 노조의 자문위원, 고문이라도 되나”며 “노조가 상급단체를 선택하는 것은 자주적인 부분으로, 사측이 어떤 노조를 선택하면 불이익 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노조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경영인과 관료, 권력자들이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드러내는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9일 성명을 내고 “노조활동 자체를 봉쇄하고 노조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이는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조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상급단체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며 불법행위”라며 "노조를 대화의 상대가 아닌 파괴와 약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권 간섭”이란 주장에 대해 “스스로 합의해 서명한 단체협약을 이제와 ‘경영권’ 운운하며 개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노조가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 역시 “인사문제나 배치전환, 정리해고 등의 문제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연관된 부분으로,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활동한다”며 “(사측은) 공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경영권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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