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일부 소장파가 국장 거부"
    By 내막
        2009년 08월 19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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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와 분향소 및 영결식 장소가 19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본청 앞 잔디광장으로 결정된 가운데 장례형식에 대해서는 국장과 국민장 사이에서 확정을 짓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회의 무기 연기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절차를 총괄하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낮 12시 30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시빈소가 차려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단 영결식과 빈소와 분향소는 국회 광장으로 결정해서 정부와 협의를 끝냈다"며, "최종적 문제가 몇 가지가 남아서 오후에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이 밝힌 ‘최종적 문제 몇 가지’는 장례의 형식을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것인와 장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 등을 말한다.

    현직 대통령으로 재임 중에 사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국장이 치러진 전례가 없지만 유족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국장으로 치러지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국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청원서명도 진행되고 있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국장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최대한 유족의 뜻을 따르겠다는 원칙을 밝혔고, 이에 따라 유족 측에서 국장으로 치러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고, 정부측은 관공서 휴무 등을 고려해 국장으로 치르되 6일장(일요일인 23일 영결식)으로 하는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19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래 오늘 2시에 국무회의를 열어 국장 절차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일부 젊은 보좌진 국장 반대"

    국장과 국민장을 놓고 선뜻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노영민 대변인은 "언론에 보도된 국장+6일장 방식도 정부 쪽에서 제안했던 것인데, 청와대 일부 젊은 보좌진들이 반대 입장을 밝혀 철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반대 배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에 대한 장례절차가 국장(國葬)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준비하고 이메일까지 발송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에 대해 노영민 대변인은 "당연히 국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논평까지 준비했는데 못하게 됐다"며, "일을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고, 이 정부가 얼마나 속이 좁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전국 시도당 건물 등에 근조 플래카드를 거는 등 정국이 화해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장인지 국민장인지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데 무슨 화해 분위기냐"고 반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 형식 문제가 자칫하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운명적 관계와 두 전직 대통령의 한국현대 정치사에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국장과 국민장으로 차별하는 것은 예민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19일 오후 4시 40분 경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정부측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며, 곧 발표가 날 것이니 기다려달라"고만 말하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나라-진보신당 등 신중 입장

    한나라당은 장례 형식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 "국장·국민장 여부는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 당은 아무런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신당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 "그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일부 논의가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가 먼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의 핵심 당직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현직이었기 때문에 국장이라는 논리는 허약하다"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국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다고 보지만 재임시절 경제 사회부문에서 정책을 생각하면 진보진영이 먼저 나서서 국장을 주장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당이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당내에서는 유족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현재 (유족이)국장을 원하는 만큼 국장으로 치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장례장소와 관련,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19일 오후 2시 10분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국회의사당 본청 앞 잔디광장에 빈소 겸 분향소를 차리기로 했고, 장례식이 끝나는 날 영결식도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 대변인은 "지금부터 분향소 설치 작업을 시작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할 경우 약 12시간 이후부터는 조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고, 박지원 의장도 "유가족 등은 20일 오전부터 국회 광장에서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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