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제안’, 불편하다
    2009년 08월 19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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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을 이어받은 MB의 ‘지역주의 망국론’

의외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꺼내들었다. 한나라당도 놀란 모양이다. 그것도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지역주의’로 규정하고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으니. 잠깐 김대중, 노무현 정부인 줄 알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제안은 두 측면에서 의외다. 하나는 지역주의 담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 봤지만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내각제 개헌이 아니었다는 것.

제도권 정당 밥그릇 지켜줄 ‘중대선거구제’, 정당정치 도움 안 돼

중대선거구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지역주의 극복책으로 지향한 선거제도이다. 선거구에 따라 2~3위 정당도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 ‘망국론’의 해법치곤 허무하다.

중대선거구제는 한국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결과는 참담했다. 유신체제부터 5공까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했던 선거에서 여당은 절반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면 야당들은 나머지 절반을 두고 다퉜다. 집권당은 온갖 실정을 하더라도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책임성을 강화하는 민주적 개혁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 81,85총선 경남, 경기 정당별 획득의석

제도권 정당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원외정당 출현도 어려워진다. 정당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한국 정당들의 현실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한나라당 대 ‘무당파’인 무감동 정당정치가 자칫 고착화될 수 있다. 야당없는 민주주의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제도권 정당의 밥그릇 나눠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노명박’의 슬픈 현실, 사회적 기반 부재한 진보정당

이 대통령이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이뤄내야 할 일”이라며 개혁의지를 천명하니 노 전 대통령이 오버랩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권력’까지 내놓으며 하겠다고 했다. 바로 2005년 한나라당 대연정 제안이었다.

‘지역주의 망국론’의 화신이 된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대연정 논란 이후 원포인트 개헌론(2006)-한미FTA 강행(2007)으로 나쁜 정치를 반복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영호남 일당독재’라는 이데올로기적 표현의 효과만 낳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현 정권의 모든 실정을 덮었다. “결국 한국정치의 문제는 ‘지역주의’다”로 모든 것을 환원시켰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사회’다. 지역주의 극복위한 중대선거구제에 함몰되면 이명박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노동없는 민주주의’, ‘시민없는 시민사회’ 등 산적한 민주적 가치들을 실현해야 한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빈부격차, 분배, 지역 내 불균등 심화 등 사회문제만 해도 산적하다. ‘지역주의’로 이 모든 걸 회피하겠다면 현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

진보정당은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안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최장집 교수는 “‘망국적 지역감정론’을 불러들여 개탄하거나 국민의식개혁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성향의 유권자와 노동자, 서민 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정당 대안을 마련하는 데 강조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지금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편이 아닌 사회적 기반 확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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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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