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된 서거, 새 시대-새 인물 논의 장
    By 내막
        2009년 08월 19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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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서거’였기 때문인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와 달리 차분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고인 스스로의 건강상태와 85세라는 나이가 충격을 완충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주’를 자처하는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심지어 한나라당까지 각 중앙당과 지역당사 등에 애도 현수막을 걸기로 결정했고, 북한에서 대규모 조문단이 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오히려 ‘범민족적’인 화합분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민노당도 분향소 설치…한나라 당사까지 근조 현수막
     
    18일 오후 각각 긴급 지도부대책회의를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 등 3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 추모의 예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한편 중앙당 및 시도당 각 지역위원회의 사무실에 애도 현수막을 걸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대책회의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최대한 엄숙하고 장중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원칙 아래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옥외 투쟁과 각종 행사를 추도 및 장례기간 중 일시 중단하고, 중앙당 및 시도당 각 지역위원회의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기로 경정했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문상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도 18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중앙당과 광역시도당에 일제히 애도 현수막을 게시하는 한편 중앙당사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국민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분향소를 동시에 설치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도 근조 플래카드를 걸기로 했다는 점인데, 한나라당은 "각 시도당 사무실과 국회의원 사무실, 지자체 의원 사무실 등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근조 플래카드를 게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플래카드 수로만 따지면 가장 많은 플래카드를 거는 당이 한나라당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책임론 제기는 과도…큰 영향 없을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진보개혁진영 일각에서는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점은 큰 손실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정치권 전반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가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18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퇴임을 한 지 오래됐고, 연로한 다음에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그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이미 마음속에 내려져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가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형식 소장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비교해, 누구 때문이냐고 따질 만한 오해의 여지도 별로 없어서 책임 논쟁도 없을 것이고, 정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다 병문안을 간 다음에 서거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는 아주 차분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19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내 몸의 반이 무너져내렸다고 할 정도로 김 전 대통령께서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이분이 살아오면서 지켜온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서민들의 생존권 같은 핵심가치가 훼손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은 앞으로도 계속 토로하게 되겠지만, 김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기는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정치이슈로 삼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권과 남북관계 전반에 화해 분위기를 불러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그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으로 환원되는 초보적인 과정일 뿐"이라며 "전기가 마련됐다고 해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현 정부가) 더 진전시킬 수 있었던 것을 많이 후퇴시킨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며, "장례기간 중에 정쟁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진행하고 있던 모든 투쟁과 활동을 중단했지만 현안과 이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장례기간이 끝나고 추모 분위기가 정리되고 나면 다시 나름대로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구심점 논의 본격화 전망

    사회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금민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은 19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자체가 특별한 변화를 불러온다기보다 한 시대가 이제 진짜로 매듭이 지어졌으니까 다른 논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민 이사장은 "(DJ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가자는 논의가 나올만하다"며, "3김 시대는 노무현 정부때 이미 끝났지만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사 1987년의 정치구도를 만든 한 정치가의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논의되고 있던 다른 시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진보개혁진영의 정신적 지주 한 축이 무너졌지 때문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홍 소장은 "DJ는 3김 정치에서 마지막까지 권위를 유지하고 버티던 유일한 인물로, 지금까지는 그의 존재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었던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DJ의 서거는 새로운 인물이 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19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3김 시대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고, 김대중 대통령을 진보개혁세력의 정신적 지주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상훈 대표는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하며, 민주주의에서는 대통령도 퇴임하면 한 명의 시민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변화가 있지도 않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18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진보진영에서 볼 때에는 두 분이 진보개혁진영을 모두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DJ 이후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물에 대해 홍형식 소장은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초재선급 인물들이 많이 있다"며, "오바마의 나이가 47살인가 되는데, 모두 오바마보다 나이 많은 중고신인들"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특히 "청와대는 이미 야당의 지리멸렬함을 간파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새 살이 돋아나야 할 때로, 새 인물이 등장하거나 또는 기존 인물들을 억누르던 틀이 벗겨져서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18일 <레디앙> 기자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금만 더 살아 계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존재가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에 장애였을 수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위영 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현실정치에서 역할을 하지 않으신 지 오래됐기 때문에 결국 그분의 뒤를 이을 만한 인물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것은 후배 정치인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종철 대변인은 "새로운 구심점으로는 인물도 필요하지만 내용적으로 채워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앞으로 운동해가는 과정에 우리가 스스로 구심점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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