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3백개 테이프 공개에 앞장"
    김용철 변호사 "아이들 취업길 막혀"
        2009년 08월 19일 09:2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2005년 8월 18일,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안기부 도청테이프에 담긴, 이른바 ‘삼성 X-파일’에 언급된 전현직 ‘떡값 검사’ 7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거명된 김상희 법무부차관이 즉각 사의를 표명할 만큼, 이 폭로의 사회적 파급력은 엄청났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9년 8월,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던 전현직 검사들은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은 반면, 오히려 유착관계를 폭로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판결을 받고, 2심을 받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왼쪽 부터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김용철 변호사,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사진=정상근 기자)

    18일 오후 2시부터 국회 도서관에서는 ‘삼성 X-파일 폭로 4년, 그 이후’를 주제로 공개좌담회가 열렸다. <한겨레21>과 진보신당이 공동 주최한 이번 좌담회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사회로, 녹취록을 공개했던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그리고 그 실체를 또 다시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석해 거대재벌과 권력, 언론의 유착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아들 다니는 학교 이사가 이학수"

    이들에게 있어 4년 전이나 현재나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삼성(재벌)공화국’이었다. 노회찬 대표에게 “지난 4년은 대한민국 스스로 ‘성역이 존재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과정이었고, 김용철 변호사에게는 “뇌물을 받아도 흠이 안되는 세상”이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삼성에게 방송까지 내어주려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세상에서 이들이 ‘삼성’을 건드린 댓가는 가혹했다. “피고 노회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 대표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재판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그 자신의 정치생명은 위기를 안고 있다.

    “직접 삼성의 떡값을 전달했다”며 세상을 뒤집은 ‘빵집 아저씨’ 김용철 변호사는 “아이들의 취업길을 막아놓았다”며 “아빠가 누구인지 밝히면 기업에 못들어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한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이사가 이학수”라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을 막는 언론노조 선봉에 섰던 최상재 위원장은 “딸 앞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는 가족이 보는 앞에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연행까지 되어야 했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이들의 대담은 ‘절망’에 그치지 않았다. 노 대표는 “성역이 존재하는 것도 우리 사회지만 성역을 없애기 위한 노력 역시 소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도 “비겁한 부분도 있지만 이미 몇몇 언론에서는 내 폭로 이전 ‘삼성 X-파일’에 대한 윤곽을 보도”하는 등 ‘최대 광고주 앞에서’ 비겁하지만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지금 10대들의 표현력, 생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촛불을 들었던 중3이 다음 대선에는 선거를 할 수 있다. 지금은 의도적으로라도 ‘힘내자’고 할 수 밖에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만들,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모으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친 개가 몽둥이를 들고 있는 현실"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김용철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내가 운영하는 빵집을 찾아 멀리서 오는 분들도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동네에서 사 드시면 된다. 택배로 빵을 보내달라는 분들도 있다”며 주변의 관심을 전했다.

    이들은 대담 중간에 ‘해야 할 일’도 잊지 않았다.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의 표현에 의하면 “미친 개가 몽둥이를 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삼성과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노 대표는 “삼성이 자신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에 뇌물을 준 만큼 사회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삼성이 뇌물을 준 곳이 제대로 살아있어야 한다”며 “언론, 검찰, 정치권이 살아 바로 잡아야 하며, 그런 것을 살리는 데 국민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표는 “국민들이 많이 잊고 있지만, 당시 안기부 도청 테이프는 300여개에 가까웠는데, 시중에 나도는 것은 그 중 3개이며, 나는 그 중 하나의 테이프를 들었을 뿐”이라며 “아무도 듣지 못한 나머지 테이프가 서울중앙지검에 밀봉 보관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삼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범접할 수 없는 권력으로, 노 대표의 폭로가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이었다면, 그에 앞서 기자들이 이미 했었을 것”이라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삼성이 방송뉴스 채널을 갖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며 “지금까지와는 비교 못할 만큼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표는 마지막 발언을 통해 “‘삼성 X-파일’은 잊혀지긴 했지만 끝난 사건이 아니”라며 “이런 대형범죄가 한국사회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요구 있다면 언제든 파헤칠 수 있고 파헤쳐야 한다. 나는 재판 결과가 좋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테이프들을 공개하는 것,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