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치가를 보내며
    2009년 08월 18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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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거했다. 온 마음으로 깊이 애도한다. 유족들과 그를 존경하고 아껴온 이들에게도 진정 위로의 말을 전한다.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개 정치인이 아니라, 한국 현대 정치의 역사이자 현실로서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념과 정파적 차이를 떠나 그가 한국 현대 정치의 ‘큰 정치가’였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 정치의 ‘큰 정치가’

그는 옳고 그른 정치적 결단과 행동 모두에 있어 그러한 면모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그는 항상 국가의 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자기 나름의 이념과 철학과 비전, 그것의 실현을 위한 목숨을 건 헌신과 냉철한 전략, 열정어린 추종자들과 수많은 지지자들의 성원에 바탕했다.

더 나아가 그는 민주화, 지역주의, 신자유주의, 한반도 평화 진작으로 점철되어온 한국 현대 정치의 역사와 현실을 만들어낸 정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과’는 바로 그러한 역사적 현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처음 출마해 ‘종신독재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박정희 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이후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정치 지도자였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납치와 살해 협박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1980년 5월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고 이역만리 땅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박해와 탄압은 반독재 민주화를 가져올 인민적 저항의 필요성을 키워내는 것이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루어진 한국 현대 정치 최초의 ‘평화적인 수평적 정권교체’는 바로 김대중이라는 정치 지도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반DJ 비호남연합’ 구성, 즉 3당 합당이 이루어진 이후 더욱 그러했다. 어떤 정치 지도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 정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노벨 평화상은 국제사회의 정당한 평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단과 전쟁 이후 최초로 우리들의 피부에 와닿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어냈다. 북한의 경제위기와 핵 보유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가 이 정도나마 유지될 수 있는 배경이다.

즉 냉전적 반공주의에 바탕한 수구 보수 세력의 몰지각한 색깔 시비에 맞서 의연하게 추진된 햇볕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노벨 평화상 수상은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 진작이라는 그의 업적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정당한 평가이다.

하지만 그는 ‘고통의 역사’로 기억될 수 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정당 체제와 사회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민주화 세력의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경쟁하였다. 지역정당 체제는 민주화 세력의 양대 지도자인 이들 간의 경쟁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자유주의적 개혁 정치인으로서 이념 정책적 차별성이 크게 없는 두 지도자가 호남과 영남이라는 각자의 지역 연고에 바탕한 지역주의 득표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DJP 연합을 꾸려 지역주의 득표전략을 활용하였다.

빛과 그림자

사회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1997년 IMF 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 하에서 실시된 정리해고와 노동유연성 강화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그의 뛰어난 국제감각과 정세인식에 바탕한 (신)자유주의적 이념과 정책에 대한 신념, 그리고 정치의 경쟁적 속성에 대한 탁월한 이해에 바탕한 고도의 리더십이 자아낸 역설이기도 하다. 그에 맞설 권위있는 지도자와 정치세력의 부재가 바로 그러한 역설적 현실을 가져왔다고 하겠다.

우리는 그가 생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기 성찰과 그에 바탕한 교훈을 들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경험과 식견을 통해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나아갈 길을 보다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서거가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국가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생애를 보다 심도 깊게 조명하는 것은 살아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우리는 그의 공과에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대중이라는 역사와 현실을 딛고 한국 정치와 사회를 발전시켜나갈 지혜를 찾고자 그를 추도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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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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