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사1조직'의 힘…노동자 윈-윈전략
    By 나난
        2009년 08월 18일 09: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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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은 제조업에서는 생산공정을 분할․하도급화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계속 확대해 왔다. 세계1위의 조선업종은 정규직의 2~3배가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정의 70~80%를 담당하고 있다. 철강업종과 자동차 업종도 노조의 대응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20~40%의 공정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자본의 목표는 노조의 영향권 밖에 있는 신설, 미조직된 사업장부터 시작하여 생산공정 전체를 하도급화하고 필수관리업무 영역만 정규직으로 남기려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STX종공업, 현대차 인도공장, 대우버스 울산공장, 한진중공업 필리핀공장 등 생산공정 전제를 하도급화하고 있는 사업장이 늘어가고 ‘높은 생산성, 비용절감, 노동유연성, 노조회피’로 모범사례로 추앙받는 현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것을 막아내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상시업무와 공정의 하도급금지 및 정규직화’, ‘단체협약 동등적용을 통한 정규직화’, ‘비정규직 조직화를 통한 원․하청노동자 공동투쟁’이 우리의 전략적 과제이다.

    타타대우지회가 제시한 모범적 해법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말은 무성하나 실천이 보이지 않는 이 때 타타대우상용차의 승전보는 ‘제조업 비정규직 문제는 이렇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라는 해법을 보여줌과 동시에 금속노조의 활동가들에게 각성의 울림과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우사태로 어려운 시절을 겪고 타타대우상용차로 재출발하게 된 지회는 2003년 정규직 조합원이 430명이었으나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계속 사내하청을 증가시키는 사측에 맞서 2003년 25명, 2004년 30명 등 일부의 정규화를 요구해 관철시켜왔다.

       
      ▲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앞장쓰며 ‘연대의 힘’을 실천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또한 2005~6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교섭에서도 매년 10%씩 단계적 정규직화를 합의하고 실천해 왔다. 이어 2008년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규칙변경을 통한 조직화’ 방침에 따라 조합원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선전으로 사측의 방해를 극복하고 만장일치로 규칙을 변경하였다.

    지회는 규칙변경에 머물지 않고 지회 임원을 전면에 내세워 간부, 대의원들로 조직확대위원회를 구성하여 사내하청노동자 340명 전원을 가입시키는 쾌거를 만들어 냈다.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위로는 사무관리직인 차장급부터 아래로는 사내하청노동자들까지 조직화를 실현하여 원청 자본에 맞선 단일전선을 구축하게된 것이다.

    경제위기로 노동진영이 위축되던 2009년 4월 1일에는 기존의 10% 이상 정규직화 합의 이행에 따라 42명을 정규직화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투쟁의 기운을 높였다. 2009년 임금협상을 앞둔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정규직생산직 560명+정규직사무직 254명+비정규직생산직 279명+비정규직사무직16명=1109명의 압도적 단결력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합의내용은 ‘남이 아닌 한 식구’

    지회는 비정규직과 같은 식구가 된 첫 번째 교섭에서 임금, 성과급, 복지후생 동등인상과 비정규직 특별요구를 통해 고용보장, 노조활동 보장, 노동안전 동등적용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결국 72시간동안의 파업을 통해 8월 12일 100% 관철은 아니지만 기존의 운동 수준을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그 내용은 △성과급 정규직․비정규직 통상임금 400% 동일지급 △정규직 기본급 80,000원, 비정규직 72,000원 인상 △비정규직 고용유지 최선 △비정규직 사용시 사전합의 △비정규직 노동조합활동 이유로 불이익 처분 금지 △귀성여비, 조문지원, 단체정기보험 정규직과 동일적용 △비정규직 업무상 휴직종료 즉시 업체와 협의 통해 원직복직 등이다.

    특히 임금차별 인상은 아쉬움이 남지만 성과급 동등 인상은 최초의 사례로 사내하청노동자가 ‘차별없는 생산의 주역’, ‘남이 아닌 한 식구’, ‘동지’로 인정된 것이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계속 차별을 축소해 나가고 단계적으로 정규직화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회는 8월 13일 이 내용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84.2%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타타의 합의내용을 금속노조의 기준으로

    타타대우상용차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고 있다.

    첫째, 생산공장을 분할 담당하고 있는 사내하청의 조직화는 조직력의 강화와 파업의 효과를 복원시켜 주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규직지회가 파업하면 사측이 사내하청을 데리고 라인을 부분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으나 사내하청노동자까지 조직된 2009년의 투쟁에서는 파업 시 공장이 완전히 멈춰서 파업의 위력을 배가시켜 주었다.

    둘째, 사무직의 합류 역시 전문성과 정보력의 결합으로 지회운영과 사측의 대응에 밀리지 않는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다. 2009년 대우버스의 사무직지회의 77일간의 파업투쟁에서 보여지 듯 사무직노동자들의 역할이 재평가 되고 있으며, 스스로 각성화 되고 있는 사무직 조직화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나마 일깨워 주고 있다.

    이제 구사대로 상징되는 사무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1사 1조직’으로 끌어들여 같이 활동해 나가야 한다. 이주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1사 1조직’안으로 조직화 해나가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1사 1조직’으로 한 몸이 되었을 때 비정규직 요구안을 가지고 제대로 투쟁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이 같은 조직단위로 묶인다는 것은 정규직에게도 비정규직의 요구가 남을 도와주는 요구가 아닌 우리의 요구가 되어 투쟁해 나가는 것이다. 마찬 가지로 성과급 동등적용, 비정규직 고용보장 등의 문제에서 다양하게 공격해 오는 사측의 ‘파이론’, ‘고용안정 방패막이론’ 등의 단골메뉴도 마찬가지 선상에서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넷째, 임금 동등인상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으나 정규직화, 차별철폐를 위한 매개고리로 조직화(1사 1조직)를 설정하고 공동투쟁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차별철폐를 실천해 나간다는 방향으로 볼 때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단계적 정규직화를 실천해 나가고 있고 단협 동등적용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등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종합적으로 노력해 가고 있다는 것이 더 많이 각인되어야 한다.

    다섯째, 현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접근 수준이 동정심에 기반 한 복지후생 개선, 성과급 일부지급 등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화를 직접 실천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타타의 합의내용과 정신이 전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운동의 기준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타타대우상용차지회의 합의는 성과급을 동등하게 쟁취하고, 총고용 보장에 입각한 고용보장을 쟁취했다는 훌륭한 합의 사실을 넘어서서 노동운동의 사활적 과제라고 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사업장별 목표수립 및 체계적 대응을 위한 반성적 계기로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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