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선거구제는 '쥐약'인가?
    By 내막
        2009년 08월 18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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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정치선진화 방침을 제기함에 따라 이러한 개편이 미쳐올 파장과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정치권이 분주하다.

    참여정부 시기부터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민주당은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상 자신들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반기면서,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물들이 있는 만큼 대통령에 의해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정국주도권을 빼앗기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인 만큼 당분간 내홍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총력지원체제를 갖추고 대통령의 제안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 8·15경축사 중인 이명박 대통령 (사진=청와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기류를 전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정국전환’이라는 1차적 목표를 가졌다는 점과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한나라당 개별 의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제안 배경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관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진보신당은 대통령의 제안이 수세적인 입장에서 나온 임기응변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결론이 없이 논의가 끝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하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즉각 대응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신당 "MB, 임기응변적 임팩트 불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17일 대표단 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정치제도의 개혁이 지역주의도 문제지만 지역주의만을 타파하는 것으로 목표가 한정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전제로 한 선거제로의 개편 논의가 필요하고 당은 즉각 이에 대한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대표는 "지역주의뿐만 아니라 민심이 정치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호남에서 한나라당, 영남에서 민주당이 몇 석 가진다고 지역주의가 없어지지는 않고, 더욱이 정치권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정치권에 민의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 전면 확대가 중심이어야 하며,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나 전면적 대선거구제로 가지 않으면 흉내내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선거횟수를 줄이는 것을 연구한다는데,  재보궐 선거가 필요 없는 비례대표제 확대로서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기 주도적으로 정권 인수시기부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장기간 고민되어서 나온 의제들이라기보다 임기응변적인 성격이 강하고, 최근 내놓은 중도실용노선이나 친서민정책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정치적으로 수동적인 처지에서 제시된 것이라는 진보신당의 정세분석.

    이와 관련해 진보신당 박철한 정책실장은 17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행정체제 개편이나 선거제도 개편의 본래 목적인 지역주의 정치관행 구도를 해소하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비례대표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철한 실장은 특히 "중대선거구제는 어떤 제도적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내용은 굉장히 상이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지역주의 양당제가 오히려 더 고착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 결론 안날 수도…내부 이해관계 조정 힘들어"

    박 실장은 그러나 선거제도와 같은 종류의 문제는 여당 내에서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 실장은 "정부여당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권역별 비례대표보다 한 지역구에서 2~3명 정도의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제 같은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중대선거구제 문제는 내부세력의 이해관계도 조정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이에 대해 친이-친박이 합의되지 않는 상황이고, 당장 친박 TK 소속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고 기존 의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친박 입장에서는 어쩌면 자파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어서인지 반발이 좀 있고, 향후 박근혜의 대권행보와도 맞물려서 풀어가는 문제일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선거제도 개편 같은 주제는 그때그때 정치국면마다 충격요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게 큰 생명력을 가지고 정치환경을 좌지우지하기는 힘든 사안"이라며, "한쪽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데 자신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선거구제까지 내놓는다는 이야기는 정치권력의 속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8·15경축사는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굉장히 수세적인 입장에서 제기한 의제이기 때문에 영향력도 없고, 특히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 이야기는 벌써 한 달 전에 나왔던 것을 재탕한 것"이라며, "얼마 전에 제시했던 중도실용이나 친서민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임팩트를 이어가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계속 도망가다가 반격해야할 때라고 반격하는데, 다시 도망갈 수밖에 없게 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다수를 위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는 분명한데, 기득권을 옹호하려다 보니까 자꾸 꼼수가 생각나서 그것을 집어드는데 그것마저도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악순환"이라는 것이 박 실장의 정세평가.

    박 실장은 특히 "요즘 서민정책이라고 쏟아지는 게 그린벨트를 풀어서 기프트 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식의 파퓰리즘적인 발상인데, 이런 것도 자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온 것이라면 이쪽에서 환경문제를 가지고 반발하더라도 국민들에게는 굉장히 힘을 받았겠으나 힘이 다 빠진 다음에 나온 이야기를 누가 믿겠느냐"며, "지금은 시간만 많이 남았지, 사실 정권 말기적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퇴진대상’의 제도개선 제안?

    기무사 민간인 사찰 문제에 총력대응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 제안과 관련해 ‘퇴진 대상’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제도개선 제안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결코 임기응변식으로 나온 것은 아닐 것으로 평가하면서 학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영구집권 기반 마련’이라는 큰 그림이 제안 배경에 있을 수 있다는 전제로 접근하고 있어서 종합적인 대응방향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에 따르면 민노당은 선거제도와 관련해 창당 이후 논의되었던 자료를 취합하고 당내 논의를 모으고 있는 중으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의견이 좀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면 안돼"

    우위영 대변인은 17일 <레디앙> 기자와 만나 "진보신당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례대표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선거구제 논의도 한국사회의 양당 구조 속에서 소수 진보정당은 손해를 보고 죽을 수밖에 없다"며, "자기들이 독식하려고 하지 어차피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것을 쉽게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며, 민주당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 배경에 대해서도 우 대변인은 "계산 없이 나오지는 않고, 최소한 국면전환용이고, 최대 효과는 정권기반 특히 친이계의 기반확대라는 밑그림이 있을 것"이라며, "당론이 모아질 필요도 있지만 이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고 경계의 뜻을 밝혔다.

    우 대변인은 "최소한의 효과부터 최대한의 효과까지 계산이 된 다음에 나왔을 것"이라며, "8·15경축사니까 하반기 정국 상황, 국회, 국감에서 피동에 빠지지 않기 위해 프레임과 카드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 대변인은 특히 "가장 죽어나는 것은 친박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노림수가 만만치 않은 것"이라며, "이에 대해 단순하게 중대선거구제는 찬성하고, 석패율은 반대하고 하는 식으로 반응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호남지역이나 영남권 일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민노당이 약진할 가능성에 대해 우 대변인은 "당장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재정권 치하에서는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는데, 전략적으로 호남이나 영남지역의 노동자 밀집지역을 생각한다면 중대선거구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에서 돌파를 못하면 집권과 영원히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 영구집권 목적일 수도"

    우 대변인은 "외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단순한 국면전환용을 넘어서 집권을 영구화시키기 위한 취지라는 의혹도 나왔다"며, "당장 눈앞에 호남 등을 보면서 덥석 물었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박철한 정책실장의 지적처럼 ‘지역주의 양당제가 오히려 더 고착되는 효과를 낳는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다.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수적으로 기존 정치인들의 손해를 동반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우 대변인은 "의원 개인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조직단위로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걸려 있지만 계파정치의 우두머리들이 결정하면 개별 의원들은 입도 벙긋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 대변인은 "우리는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퇴진되어야 하는 정권 하에서 제도논의가 무의미하다"며, "논의를 하더라 분위기 조성이 되어야 될텐데, 소수야당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수렴이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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