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십자생명 매각 위한 노조말살정책?
    By 나난
        2009년 08월 17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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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기업은행과 SG제일은행 등이 금융지주 전환 인수대상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거론한 녹십자생명보험회사가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노조가 반대하자 이에 찬성한 비조합원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노조 무력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

    비조합원에게만 보상금 지급

    17일 전국생명보험산업노동조합 녹십자생명지부에 따르면 녹십자생명 하상기 부사장은 지난 13일 전국 지역본부장 긴급회의를 소집해 전조합원에 대해 탈퇴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또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보상금이 지급되는 19일 이후 남아있는 전 조합원에 대해서는 원격지 발령을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녹십자생명 측은 "근거없다"는 입장이다. 하상기 부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원격지 발령 역시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는 지난 7월 발표한 경영서신을 통해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에 동참한 직원들에 대해 “보상금, 위로금 지급 외에 3년간의 고용안정 약속을 적용” 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녹십자생명 지부 측에 따르면 회사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에 반대한 조합원이 찬성한 비조합원과 동등한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 녹십자생명보험 포스터.

    노조 "회사, 노조탈퇴해야 보상금 지급"

    지난 2003년 재무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 부족으로 녹십자 그룹으로 인수된 녹십자생명(옛 대신생명)은 인수 후 수차례에 걸친 자본금 증액 과정에서 대주주인 녹십자그룹이 증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분처분과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여러 은행에 인수제안을 받으며 매각설이 구체화됐다.

    이에 녹십자생명 지부는 "대주주의 증자 포기로 매각이 필연이라는 전망 속에서 녹십자생명은 비조합원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시행"하였고, "매각 등의 상황에 부담스러운 조합원에 대한 탈퇴 작업"을 지속적으로 단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녹십자생명은 지난 2월 노조와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건을 논의해 왔고, 6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업계 평균 수준의 1/3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7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2표, 반대 84표로 부결됐다. 30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이 회사 측의 인사 불이익과 원격지 발령, 보직 변경 등의 압력에 140여명으로 준 이후다. 이에 회사는 "전 직원(413명) 과반수 이하의 노조"라는 이유로 같은 날 비조합원을 상대로 투표를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회사가 진행한 투표는 소속과 성명, 주민번호 등을 기명한 공개 투표로, 이는 "명백히 절차상 위법한 행위이며 강박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다.

    "전 경영진 나서 노조 탈퇴 종용"

    이에 녹십자생명지부는 18일 정오 기자회견을 갖고 "140여명으로 조합원이 줄어들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 강제시행과 노조무력화 차원에서 전 경영진이 나서 조합원 탈퇴공작을 자행하여 불과 2~3일 사이에 60여명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탈퇴했다”며 “현재도 인사상 불이익 조치 등을 거론하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생명지부가 회사 측과 체결한 단체협약 제9조와 제10조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유로 조합원에게 어떠한 불이익 처우도 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서도 회사 측의 이러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자 녹십자생명지부를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경영서신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노동조합 말살 및 부당노동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한 경영서신에 따르면 “회사는 긴박한 위기상황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임금삭감과 같은 극단적 방법은 피하고 임직원 모두와 회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했다”며 그 구체적 방안으로 “임원 연봉 10% 반납, 퇴직금누진제 개선, 연차휴가 사용촉진, 불급(不急)한 제반 비용 축소 및 집행 유보” 등을 발표했다.

    "회사 망하게 하는 이기적 집단"

    또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이 지난 7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시대적 흐름과 회사의 상황을 무시한 채 오로지 개인의 이익과 기득권만을 주장하는 몰염치한 행동”이라며 “다수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선택을 한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우선적으로 비조합원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금 누진제의 단수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에 녹십자생명지부는 “녹십자생명 경영진의 불법행위 중단과 원상복구 처리"를 주장하며 "직원들에게는 법 준수와 윤리강령 실천을 강조하면서 정작 회사는 온갖 불법부당노동행위와 금지된 노동조합 지배개입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조합원 탈퇴, 퇴직금 누진제 폐지, 노조 무력화 조치가 과연 경영위기 때문만인지, 실제 공공연한 매각설과 연계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원들의 고용과 복지를 책임져야 할 회사가 도리어 유약한 직원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회유와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는 "매각 계획은 없다"며 "노조가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퇴직금 누진제 폐지안에 반대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향후 노조와 합의해 추후에 단수제 전환을 하는 것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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