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쿠는 진보운동하면 안되나요?"
    By 내막
        2009년 08월 15일 02: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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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위클리경향>에 "세계 최초로 ‘덕후’ 정당위원회 결성됐다"는 기사가 뜨기 전까지 사람들은 ‘사회당 덕후위원회’라는 것이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농담정도라고 생각했다.

    사회당 덕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사회당 10주년 당대회 직후 약식으로 출범해, 2009년 2월 1일 대전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정식 인준된 공식 부문위원회이다. 참고 사이트 

    ‘오타쿠와 정당의 결합’이라는 주제는 블로거들을 뜨겁게 만들었고, 이 재미있는 현상에 대해 몇몇 블로거들 사이에는 심지어 ‘토론’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사회당 덕후위원회’ 명의의 플래카드와 웹자보, 공식논평이 계속 이어져나왔고, 사람들은 차차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레디앙>은 진보정당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당원들’ 코너를 통해 사회당 덕후위원회 김성일 위원장(닉네임 ‘고군분투 김슷캇’)을 인터뷰했다.

    사회당 덕후위원회 ‘고군분투 김슷캇’

    인터뷰는 13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근처에 자리한 사회당 중앙당사에서 이뤄졌으며, 덕후위원장(단어 자체로는 왠지 ‘덕후대마왕’이 연상되지만)은 오타쿠라기보다는 락커 같은 느낌의 얼굴로 기자를 반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회당 덕후위원회 김성일 위원장 (사진=김경탁 기자)

       *     *     *

    – 사회당 입당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 입당은 작년 6월쯤이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전부터 당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다가 보니 들어오게 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고,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는데, 당에서는 이상하게 보더라. 왜 이 시기에, 하필 진보신당도 아니고 사회당에 들어왔냐는 것이다.

    – 직업은 뭔가

    = 출판대행 쪽에서 일하다가 며칠 전에 실직자가 됐다. 경제가 너무 안좋아서 큰 일이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 입당하자마자 당 활동을 활발히 했나.

    = 당시는 촛불정국이었으니까, 광장에 나가면 만나는 것이었다. 초기에 사회당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만간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광장에 사회당이 깃발을 펴거나 특별한 활동을 하는 시기는 아니었다. 입당한 6월 그 즈음부터 손 피켓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나는 사실 무슨 활동을 특별하게 한 것은 아니고, 따라다니면서 만담이나 하고 그랬다.

    – 덕후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 사실 그건 입당 전부터 농담 삼아서 했던 말인데, 농담이 진담으로 되어버렸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하기는 좀 헷갈리는 면이 있다. ‘진보 덕후연대’ 같은 이야기를 농담 삼아 여러번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진짜로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이야기를 했을 때는 완전히 농담이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보니 진짜로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지른 것이고, 지르고 나서 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 현재 회원은 몇 명인가.

    = 기명된 회원은 33명이다. 처음 정식위원회 인가 신청할 때는 딱 30명이었다.

    논란 혹은 시비들

    – 덕후위원회 소식이 언론에 나오고 난 이후에 블로거들 사이에 이게 과연 성립 가능한 개념이냐부터 시작해서 몇 가지 논란이 있었다.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될 수 있으면 진지하게 대처를 해왔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응을 하다보니까, 처음에는 하고 싶으면 해야 된다고 했던 게 너무 쓸데없이 진지해지고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더라.

    본질적으로 보면, 성립·불성립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 이야기를 꺼내려면 성립의 요건이 아니라 불성립의 이유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성립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덕후위원회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니네가 뭔데 오타쿠를 대표하겠다고 나서느냐’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사회당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니네가 뭔데 오타쿠를 대표하냐구?

    -니들이 뭔데 사회주의자를 대표하냐는…

    = 모든 게 안 되는 것이고, 아무도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안 되는 논란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 덕후위원회 명의의 도발적인 플래카드와 유인물도 화제가 됐다.

    = 플래카드는 덕후위원회 사업이라기보다 당 기획위원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문구가 생각나서 제안을 했더니, 당에서 하기는 좀 그렇다는 입장이어서 덕후위원회 이름으로 하겠다고 해서 돈을 지원받아서 내건 것이다. 유인물은 자비로 만든 것이다. 플래카드를 만들고 나서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돌발적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 인터넷 유행어 ‘닥치고’라는 표현에 통쾌함보다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사진=사회당 덕후위원회 블로그 제공)

    – 플래카드 문구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도 있더라. ‘닥치고 기본소득’이 불쾌하다는 건데, 사실 ‘닥치고’는 인터넷에 널리 사용되는 유행어이지 않나.

    = 거기에 대해 불쾌하다고 시비를 걸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략적인 문제에 대해 훈수 두듯이 말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전략에 대해 ‘왜 이런 전략을 썼는지 설명하라’고 말하면 설명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왜 전략을 공표하나(웃음)

    그런 질문을 받으면 황당하고 대답도 할 수 없고. 그것은 그 카피 자체의 문제를 떠나서 대답하면 망가지는 것이지 않나. 대답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해 자꾸 물어보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평소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던 사람들이다. 덕후위원회에 대해 불성립의 요건도 없는데 까다롭게 따지는 것도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것들과 다르니까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 경우 이유를 물어보는 것을 떠나서 이유를 미리 짐작하고 그것을 확정시킨 다음에 ‘나는 다 알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라’ 하고 나오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욕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당을 들먹이는 이야기를 하면 대응을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평생 사회당에는 관심도 없다가, 그리고 앞으로도 관심이 없을 것이면서 왜 그런 것으로 협박을 하고 드는거냐’

       
      ▲ 사회당 덕후위원회 깃발

    ‘덕후’에 대해

    – 덕후위원회 깃발에 사용된 캐릭터는 뭔가.

    = 코나타라고 <럭키스타>라는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이다. 전형적인 오타쿠 캐릭터인데, 심하게 오타쿠적으로 묘사되지만 그것이 혐오감을 주지 않는, 말하자면 흔치않게 매력적으로 묘사된 오타쿠 캐릭터이다. 그 깃발을 제안했던 사람은 탈당했지만(웃음), 사실 별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 일본 만화를 보면 오타쿠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촌스런 헤어스타일에 두꺼운 안경을 끼고 한 손에는 미소녀 인형(피규어, 또는 기차)을 잡고 있는 뚱뚱한 남자를 그린다.

    = 사실 한국에서도 이미지는 똑같다.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실제 그런 사람도 많이 있기는 한데, 일반화하는 문제도 있고, 사실 그렇게 생겼다고 뭐 나쁜 일인가.

    일본 같은 경우, 만화나 캐릭터 상품은 사실 오타쿠들이 미친 듯이 사서 장사가 되는 것인데, 오타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설파하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생산자들이다. 같은 계급 안에서 나는 이들과 다릅니다라는 것을 표출하기 위해서 일부를 학대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심한 것 같아서, 항상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오타쿠를 까는 것은 오타쿠’라는 말도 있다.

    오타쿠를 까는 건 오타쿠

    – 스스로 자신은 오타쿠가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어느날 스스로를 오타쿠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본인은 어떤 분야에 대한 오타쿠인가.

    =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선호하는 작가는 있지만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고 그중에서도 개그물, 특히 부조리 개그쪽을 좋아한다. 그밖에 미국 드라마도 즐겨보는 편이다.

    – ‘덕후’의 정의는 어떻게 내리고 있나.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인가.

    = 오타쿠는 자기 규정이다. 분야에 종속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어차피 자기가 오타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분야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에 규정을 별다르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오타쿠의 개념은 일본과 달리 굉장히 광범위하기도 하다.

    -오타쿠가 마니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결과적으로 자기규정을 빼면 결국 용어의 차이일 뿐인데, 마니아도 대중적인 취미에서 나왔다고 해도, 용어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면 갑자기 분야가 바뀌는 것이고, 결국 대중문화 안에서 학대받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학대받느냐 아니냐의 차이

    오타쿠라고 하면 서브컬쳐의 향유자인데, 보통 굉장히 대중적인 문화에 집착하면서도 대중적인 취급을 못 받는, 이상한 그래서 지금 흔히 ‘매니아’로 이야기되는 사람들처럼 지적수준이 있다는 대우도 못 받으면서 쓰레기 혹은 잉여인간으로 규정되는 차이.

    이런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락음악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문화였지만 시장에서 조금씩 밀려나면서 왠지 모르게 문화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바뀌면서 마니아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계속 개념이 바뀌는 것 같다.

    – 국민학교 때, 그러니까 20여년전만 해도 뭔가를 수집하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취미의 하나로 이야기됐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오히려 누가 뭘 수집한다고 하면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생겼다.

    = 지금은 오히려 돈이 드는 취미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돈을 모아야만 하는 문제들이 있으니까. 그런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돈이 남아돌아서 하건, 돈을 아껴서 혹은 노동을 통해서 하건 똑같이 안 좋은 취급을 받는다.

    결국 시기하는 것인데, 누구나 돈 들여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못하니까, 자기가 보기에는 사는 것과 관계없고 쓸데없어 보이는데 돈을 들이는 사람들이 싫은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뭔가 착취당하는 기분도 들고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날 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015B가 컴퓨터공학과 나와서 갑자기 가수를 하니까 ‘너희 때문에 대학 정원이 줄었다’고 원망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 의식인 것 같다.

    일본에서 오타쿠가 생긴 것은 사실 버블경제 때문이다. 여윳돈은 생기고, 쓸데없는 생산물들, 80년대 애니메이션 황금기에 쓸데없는 것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 중에서 오타쿠가 먹고 살기에 좋은 것들이 생산되면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좀 다른 경우이다. 80년대 일본에서 B급 문화를 들여와서 즐긴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철저하게 백도어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오타쿠가 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도 돈이 생길 때, 그러니까 당장 직업이 있고, 하루 두끼만 먹으면 이 정도는 살 수 있겠다고 형편이 될 때라면 돈을 써서 사는데, 그런 형편이 안 될 때는 별 거리낌 없이 백도어를 쓰는 것이다.

    사람들이 덕후위원회에 대해 비판하는 것 중에 가장 그럴싸한 것이 ‘철저하게 자본주의 생산물인 오타쿠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인데, 오타쿠가 시장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시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타쿠들은 메인스트림의 상품들에 대해서는 카피라이트를 굉장히 강하게 주장하지만,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문화를 생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동인문화라거나 코스튬플레이카피레프트성이다.

    코믹마켓(단행본 만화시장) 등의 하위문화를 보면 굉장히 자치적이고 심지어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돌아가는 좌파적인 문화인데 그에 대해서는 규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밖에서는 카피라이트이고, 자기들끼리는 카피레프트가 되는 것이다.

    카피레프트에 대해

    – 인터넷 공유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다운받아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렇게 수고스럽게 자료를 올리고 자막까지 만들어서 배포하는 고마운 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것인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타쿠인가?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공유프로그램이나 게시판에 영상을 리핑해서 들여오는 것은 90년대 외국에서 비디오를 사다가 돌려보는 문화에서 발전한 것인데, 자막의 경우는 번역 공부를 하면서 연습 삼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서 2000년대 초반에 자막을 자주 만들던 사람 중에 히토미라는 사람이 있는데, 본명이 히토미이다. 일본사람인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서 그게 공부가 되니까 취미와 병행해서 했던 것이다. 카피레프트가 용인되는 상황에서는 돈 안되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진다. 니즈(수요)만 있으면 대가가 없어도 그냥 나오는 것이다.

    – 카피레프트나 서브컬쳐는 진보정당들이 오히려 권장하고 보호해야 하는 영역이다.

       
      

    = 사실 그런 것은 진보언론에서 더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의소리> 같은 경우 사진에다가 워터마크를 박아버리지 않나, 파이어폭스에서는 이용을 제대로 할 수 없다든가, 그러면서 위에는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이라고 써놓는데, 사실 진보언론처럼 뭔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곳에서 카피레프트를 주장해야 그게 진보운동에 맞는 카피레프트운동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카피레프트를 엉뚱하게 써먹는 것이, 남의 생산물에다가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것이다. 남의 생산물에 대해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것은 문화적 상품에 대한 시장주의의 책임을 사회가 아니라 생산자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도 또 애매한 것이 불법다운로드를 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 이 사람들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법다운로드를 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하드웨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CD가 손에 잡혀야 내 것 같고 하는 심리가 있다.

    진보정당운동과 오타쿠

    – 참고로 <레디앙>은 정보공유 라이센스 2.0을 따르고 있다.(웃음) .집권 가능성을 당장 현실화될 수 있는 미래로 인식하는 기성정당 활동에 비해 개인적으로 어떤 이득을 얻을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내가 옳다고 믿고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진보정당 활동은 오타쿠 또는 동인 활동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동인활동은 그 자체가 사회 안에 소사회를 만듦으로써 사회에 편입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에 진보운동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어차피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희망이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심지어는 남들까지 속이면서(웃음) 하는 것이라는 게 좀 다른 것 같다.

    동인문화는 상업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소사회인데, 그 소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은 굉장히 자치중심인 면이 있다. 밖에서 욕을 먹기는 하지만 자본주의의 적자가 생산하는 것은 굉장히 반자본적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이상한 면이 있다.

    사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판은 대부분 상대방의 증언을 요구하지 않는다. 난 네가 왜 그런지 알고 있으니까 인정하라는 식으로 나온다. 심지어 덕후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 그 경력을 이용해서 문화예술계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진짜 할 말이 없더라.

    쉿! 난 니가 왜 덕후인지 안들어도 안다?

    이 사회에서 덕후위원회라는 경력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나. 또 덕후위원회를 만들어서 이 사회의 오타쿠들에게 다 너희 찍으라고 하려는 것 아니냐 다 알고 있다고 욕하고….

    – 누군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서 약간의 유명세를 얻었을 때 ‘그거 이용해서 국회의원 해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순수성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이용해서 국회의원이 되어서 그런 소양을 입법에 반영하면 좋은 일이지 않나.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세비만 받아먹고 튀면 문제가 되겠지만 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결국에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정당성을 부여해서 비판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이상한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하루종일 야동 보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에로게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럽다고 욕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사람들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 문제,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고 사실상 자아비판을 요구한다. 그런 것을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문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사회에서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고 문화자체가 그렇게 된 것인데, 그것을 반드시 현실과 비교해서 등치시킨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 전쟁만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마치 그 사람이 군대에 대해 찬성하는 것처럼 똑같이 비판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사회책임을 주장해야할 사람이 사회의 문제를 왜 개인에게 돌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 오타쿠성을 버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 아니 왜?

    = 비난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기 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취미생활을 버렸다고 하더라.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

    그런 비난도 이상한 것이,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는 지켜줘야 할 표현의 자유인데, 일본만화는 표지에 세일러복을 입은 여고생이 있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굉장히 이상한 것이다. 여기에도 권위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성적 대상화 문제를 기준으로 따지다보면 대중문화에서 남을 것이 별로 없다. 모든 것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용인해주면서 일본 만화만은 여고생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굉장히 비난받는다. 이 문화가 자본주의의 적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실 미국의 수정헌법1조를 정착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래리 플린트이다. 도색잡지를 만들고, 대중집회에서 포르노를 틀어놓고 전쟁과 섹스 중에 어느 쪽이 죄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했던.

    = “살인을 하는 것은 죄이지만 살인하는 장면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죄가 안되고, 섹스를 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 장면을 영화로 만들면 죄가 된다”고….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사실상 성을 다룬, 정확히 말해서 성적 욕망, 본능적 욕망을 다룬 문화 자체를 유익하지 않은 것,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심하게 마초적인 남성상이 그려진 작품을 즐기는 여성들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문제도 걸려있다. 그런 문화를 즐기는 사람을 딱 잘라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만 쏟아져 나온다면 사회적 문제가 되겠지만, 단순히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니까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

       
      ▲ "하루종일 야동 보면서 자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나쁜 건가요?"

    –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해’의 범주에 불쾌감이 포함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불쾌감을 피해로 포함시킬 경우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 심지어는 머리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욕을 먹고 길거리에서 싸움도 난다. 예전에는 살던 동네가 이상해서 그런지 지나가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시비를 걸기도 했다.

    – 길거리에서 담배 피다가 시비를 당했다는 여자 후배들의 봉변담 같은 것을 들어보면 보기에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 그렇게 시비를 거는 것으로 사회정의를 실천한다고 믿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기분 나쁘면 당연히 남들도 보기에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예전에 머리를 처음 길렀을 때, 아버지가 ‘남들 보기에 그렇지 않냐’고 자꾸 이야기를 하면 ‘저도 아버지 머리가 기분 나쁩니다’고 말했다가 얻어맞은 적도 있다.(웃음)

    저도 아버지 머리가 기분 나쁩니다

    중앙위원회에서 정식위원회 인준을 받을 때 ‘오타쿠가 뭔가 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더라. 하루종일 AV포스터를 붙여놓고 야동을 보면서 자위하는 사람들로 알고 있더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 때는 인준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봐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올바른 대답은 ‘집에서 하루종일 야동 보고 자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쁜 것이냐. 그 사람이 누구에게 피해를 줬는가’라고 생각한다.

    결국 똑같은 것이다. 그 작품이나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여러 가지 옳지않은 것들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지 말라는 것은 케냐산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옳지 않은 것을 다 거부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숨을 쉴 수가 없다. 특별히 왜 그런 만화 같은 것에 대해서만 학대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자기들이 보기에는 필요가 없는 것이니까 너희에게도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다.

    머리 깎으라는 말과 똑같은 소리다. 자기들과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는데, 그것을 무시해버리고 기존 담론들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혐오감 정당화 위해 끌어들여진 것들

    –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중에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감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동경하면서 동시에 혐오하는.

    = 그것은 좀 반대로 생각한다. 오타쿠에 대한 혐오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본에 대한 민족 감정을 들이대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쪽으로 굉장히 많이 유포된 것은 일본 담배, 일본 전자제품 사지 말라는 식으로 운동이 진화되어온 것인데, 그런게 아니라 거기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고 문화에 대해서만 터치하는 것은 억지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갖다 대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 일본에서 오타쿠가 처음 사회문제화 된 계기는 연쇄살인사건 때문이라고 들었다.

    = 사실 그것도 다 의도가 있는 것이다. 영화 <볼링 포 더 콜럼바인>에서 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다. 가방에 마릴린 맨슨의 CD가 들어있었다 따라서 마릴린 맨슨 때문에 죽인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중간에 아무런 설명도 없다. 영화는 ‘그럼 볼링을 치러간 것은 어떠냐. 그날 아침에 볼링을 쳤다는데’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말 연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가방에 들어있었다는 마릴린 맨슨의 CD도 런치박스라는 곡인데, 어리고 약한 꼬마애가 자기를 집단구타하려는 못된 놈들에게 도시락통으로 저항하는 저항의 노래이다. 그런데 그것을 듣고 학살을 했다? 이상한 이야기이다. 결국 마릴린 맨슨이 화장을 하고 머리를 길렀다는 것밖에 근거가 없는 것이다.

    오타쿠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심지어 고시원에 불지른 사람에 대해 사회가 문제라고 주장을 하면서 오타쿠한테는 네가 문제야! 라고 한다.(웃음)

    – 덕후위원회가 생기면서 당내에서 ‘덕후’라는 뜻이 긍정적인 뜻으로 바뀌고 있다고 들었다.

    = 당내에서는 덕후라는 개념을 원래 몰랐던 사람이 많았고, 저를 통해 처음 개념을 접했기 때문에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게 됐고, 그러다보니 사회와 괴리가 생기게 됐다. 같은 뜻을 가진 같은 말인데, 다르게 사용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성적소수자에 대한 표현이 문화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 예전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다룬 어떤 소설을 읽은 일이 있는데, 한 흑인 주인공이 ‘아프리카인’이라는 말이 경멸의 의미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니거’라고 부르던 시대에 살다가 시대를 건너뛰어서 현재로 와보니까 ‘니거’라고 부르면 큰일이 나는 시대가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전부 자기에게 ‘아프리카인’이라고 불러서 화가 났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따라 같은 단어가 다르게 사용되는 것이다.

    진보신당 오덕위원회 설립은 경이적 사건

    – 덕후위원회의 향후 활동방향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 일단은 내년 계획을 좀 짜볼 생각이다. 오타쿠에 대해 좀 다른 개념을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거나, 여러 가지 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떤 사업을 하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당에 덕후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뭘 그렇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후위원회를 만들어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 어떤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뭐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제가 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주 최근에 경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진보신당 오덕위원회라는 다음 카페가 설립된 것이다.

    – 정식위원회가 생긴 것인가

    = 그런 것은 아니고, 그 안에 정식위원회를 추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반반씩 섞여 있다. 그분들 중에 몇 명은 기본소득을 공부하는 제 사설 공부모임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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