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하의 현인? 그는 위선자였다
        2009년 08월 16일 10:2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경기침체 탈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파장이 미국사회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토대 흔들리는 미국 사회

    아메리칸드림의 대표 주자였던 캘리포니아주가 재정 적자로 인해 공립대학 등록금을 한꺼번에 30%나 인상하고 경찰은 기름값이 없어 순찰활동을 줄여야 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책 표지. 

    설상가상으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2009회계연도 재정 적자가 회계연도 시작 10개월만에 1조3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재정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한달 사이 2천억 달러나 늘어난 수치이며, 2008회계연도의 같은 기간 적자액보다는 무려 8천800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위기를 일찌감치 예감하였는지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금융시장에 광범하게 퍼지기 시작한 파생금융상품을 ‘대량살상무기’라며 그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하였다.

    그래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의 탁월한 안목에 전세계가 경의를 보냈다. 그런데 그가 ‘대량살상무기’가 생산, 유통되는 데 필수적인 트리플A 신용등급을 남발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대주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즉 그가 소유한 1주에 10만 달러가 넘어선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무디스의 20%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던 것이다.

    그가 무디스 대주주라는 것의 의미

    살로먼 브라더스의 주요 주주였던 버핏은 살로먼의 ‘숨겨진 손실’에 대해 회계법인과 증권사들이 이해상충에 책임이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그러나 무디스의 대주주인 버크셔 헤서웨이는 무디스 경영진들이 애널리스트들에게 신용등급 조작을 강요했다는 양심선언이 잇따랐으나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뒤늦게 이에 대한 지적들이 잇따르자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달 800만 주를 매각하여 지분을 17%로 줄였다고 공시하며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하였다.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규제 시스템 개혁안이, 신용평가기관 개혁이 빠진 반토막짜리로 끝난 것도 미국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그가 무디스의 대주주라는 것과 무관한 것일까?

    투자의 귀재가 신용평가업체의 수입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몰랐을까? 위험한 모기지 관련 증권에 대해 무분별하게 높은 신용등급을 남발해줘 금융기관들의 돈벌이를 돕고 그 대가로 고액의 수수료(건당 1000달러에서 150만 달러까지. 보통은 3만-10만 달러)를 챙겼다.

    뿐만 아니라 이해상충이 분명한 금융기관에 대한 컨설팅 업무까지 맡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던 것이다. 버핏이 본 투자유망성이 바로 이점이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레이건 이후 미국에 만연하기 시작한 ‘경제오염’ 현상 가운데 하나인 이해상충에 대한 무감각에 ‘현인’도 빠져들었던 것이다.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입간판에 분노한 시민들이 커다랗게 써놓은 ‘탐욕(Greed)’의 공범이 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탐욕의 공범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경제오염’ 행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무디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버핏은 전력 및 에너지산업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미드아메리칸에너지사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2006년도 법인세를 단 4%로만 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2007년에는 6억 6600만 달러의 세액을 2035년까지 납부 연기하고 그것도 절반만 내면 되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엔론 등 민간 전력회사가 자회사들이 거두어들인 주민들의 세금을 국가에 내지 않기 위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것에 대해 오리건 주의회가 금지법안을 통과시키자 예의 발언권을 가지고 이를 무력화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 그는 특별보조금을 받아내는데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실업율이 높은 버팔로 시당국에 로비하여 자신 소유의 보험회사 가이코의 콜센터를 버팔로로 이전하는 비용인 4000만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1억 달러를 받아낸다.

    2000여명의 고용효과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국민세금으로 큰 수익을 올린 셈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키운 것은 대마불사를 내세운 대규모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기업중심주의의 기치 아래 국민세금으로 부를 축적한 버핏과 같은 기업소유주들이었던 것이다.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라는 명예뿐만 아니라 미국 나아가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 지난 30년간의 경제오염 행위가 현재의 미국의 경제 및 재정위기를 낳은 것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 아니라 그동안 경제오염 행위로 벌어들인 돈을 피해자인 국가의 재정에 반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바닥내고 있는 수많은 보조금 사냥꾼, 탈세꾼들이 자신을 방패막이로 ‘현인도 하는 일’이라며 활개 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선자로 불리지 않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