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줘'가 두려운 당신에게
    2009년 08월 13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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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A씨. A씨는 집 현관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아이들이 외치는 "놀아줘"라는 말 때문이다. 두 아이는 A씨가 현관에 들어가면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놀아줘!"하고 외친다.

이 아이들은 그냥 "놀아줘"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온 집안을 뛰어 다니며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A씨의 몸을 두 아이가 타고 오른다. 한 아이가 다리를 잡고 몸을 못 움직이게 하면 다른 아이는 목 위로 올라탄다.

아이들이 많이 어렸을 때야 그나마 견뎌낼 수 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A씨는 육체적으로도 견디기 어렵다. 그만 하라고 해도, 알겠다고 지금부터 놀아준다고 해도 아이들은 상관하지 않고 "놀아줘"라고 소리 지른다.

이쯤되면 아이들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A씨에겐 ‘놀아줘"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제발 그만하라고. 알겠다고 했잖아. 한 번 더 ‘놀아줘’라고 하면 아빤 정말 화 낼거야"라고 소리까지 지르는 경우도 생긴다.

아이들이 이렇게 "놀아줘"를 끊임없이 외치는 것은 아빠와의 놀이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 10분을 놀더라도 아이와 아빠가 공유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은 아빠가 건성건성 대충대충 놀아주는지, 정말 즐겁게 신나게 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몇 시간을 의미 없이 같이 있는 것보다 단 10분이라도 재미나게 놀아줬다면 아이들의 "놀아줘’ 타령은 멈춘다.

아빠와 아이들의 30분간의 즐거운 놀이를 소개합니다. 이 놀이는 아무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됩니다..

   
  ▲ 필자의 자녀와 친구들

이 놀이는 ‘◯◯랜드 가기’입니다.

놀이공원 이름은 각자 알아서 지으면 되는데 주로 사는 곳 이름을 지으면 됩니다. 우리는 파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파주랜드라 부릅니다. 아이들과 아빠는 이제 파주랜드에 입장합니다.

1. 대관람차

– 아이들 무등을 그냥 태우면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더군요. 대관람차 탄다고 하고 표도 받습니다. 표는 종이로 받아도 되고 그냥 손바닥만 쳐도 됩니다. 이렇게 애들 무등을 태우고 집안을 한바퀴 돕니다.

여기는 거실, 여기는 작은 방, 여기는 부엌 이렇게 설명도 하고 말입니다. 대관람차를 타는 도중에 아이들과 끊임없이 얘기를 해야 합니다.

2. 파주 드롭

– 아이들 겨드랑이 밑을 잡고 아빠 머리 위로 올립니다. 올라갈 때는 천천히 한두 바퀴 돌면서 올라갑니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머리 위에 올렸으면 하나, 둘, 셋 한 다음에 아이를 떨어뜨립니다. 바닥에 닿기 전에 아이를 잡아 줍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스릴 넘치는 놀이입니다. 주의할 점은 아이가 다치지 않게 바닥에 떨어지는 전에 아이를 붙잡아야 합니다. 바닥에 이불을 깔면 더 안전하겠지요. 그리고 역시 표 받는 것은 잊지 말고요.

3. 유령의 집

– 아이들 눈을 손으로 가리고 손가락으로 목 뒤를 찔러 어느 손가락으로 했는지 하는 놀이입니다. 아빠가 유령 역할을 해서 아이를 품안에 꽉 잡아두고 합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맞추면 유령의 집을 탈출하는 거고요. 손가락으로 찌를 때 귀신소리 음향효과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와 스킨쉽도 할 수 있고 의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4. 바이킹

– 아이들을 옆으로 안고 좌우로 안고 흔들어줍니다. 요람처럼 흔드는데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나중에는 속도도 빠르게 더 높이 올려줍니다. 마치 바이킹처럼 말입니다. 오랫동안 해줄 필요는 없고 제 경험상 한 10번만 왔다 갔다 해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할 겁니다.

5. 수퍼 미끄럼틀

– 아이들은 유난히 수퍼, 울트라 이런 말을 좋아해서 그냥 붙인 겁니다. 아빠는 의자 위에 앉고 다리를 쭉 펴서 미끄럼틀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아빠 다리위에서 미끄럼틀을 탈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정상적으로 탈 수도 있지만 거꾸로 머리부터 내려오게 타게 해도 됩니다. 저처럼 다리가 짧은 아빠는 애들도 위험하지 않더군요. 이것 역시 혹시 모르니까 바닥에 이불을 깔고 하셔도 좋습니다.

6. 팽이나라

– 아빠가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빙글빙글 돕니다. 마음같아서는 계속 돌고 십지만 10바퀴만 돌면 아이보다 아빠가 어지러워 넘어집니다. 그러니까 어지러워지기 전에 알아서 멈추시면 됩니다.

사실 이런 놀이들은 여러 책에서 소개되기도 하고 아빠들이 한 번쯤은 해봤던 놀이입니다. 하지만 따로 따로 하니까 아이들도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끝나게 돼서 아이들이 시시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주랜드 간다 하고 이런 놀이들을 만들어 쭈욱 이어 해봤더니 아이들 정말 너무 좋아합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요. 다 끝나고 나서 "오늘 00랜드는 여기서 문닫습니다" 하고 정리하면 아이들도 금방 순응하고 만족감을 표시합니다.

이렇게 다 놀아도 30분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열심히 놀아주면 그 날 하루는 아주 뿌듯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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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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