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고용? 이주노동자 옥죄는 족쇄
By 나난
    2009년 08월 11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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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가 오는 17일 실행 5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고용”을 보장한다는 고용허가제는 직장 이동, 구직 기간의 제한으로 “고용의 자유는커녕 족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주공동행동이 ‘고용허가제 실행 5주년’을 맞아 11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노동자의 고용 실태 및 고용허가제의 부당함을 고발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옥죄는 역할만 해왔다”며 “사업주들의 권한만 보호하는 위선적인 제도임을 지난 5년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사업주 권익만 보호"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되고,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실시됐지만 “권익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오는 17일로 시행 5주년을 맞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고용 보장은커녕 노동권마저 말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3회 초과할 수 없다. 또 사업장 이동시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들의 부당한 대우와 권리 제한에 앞에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에 “(사업장 이동의 제약으로) 사업장 이탈 등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악랄한 사업주들은 직장 변경 승인 요구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를 훼방하기 위해 허위로 이탈 신고를 해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 신분으로 내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사례 1> 직장 변경 3회 제한으로 인해 상습 임금체불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상황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제OO 씨는 2007년 5월 한국에 입국해 2번의 직장이동 후 OO정밀에서 일하다 상습 임금체불로 다시 직장이동을 선택했다. 이후 2개월의 구직기간이 만료되어 감에 따라 결국 OO정밀에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으나 또 다시 2개월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고용지원센터는 같은 업체로 복직했어도 직장이동 횟수에 포함이 되어 업체를 나올 경우 출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처우개선 및 인권보호를 위한 기능보다는 사용주에 대한 종속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통한 이주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인권보호라는 정부의 주장이 실효성 없는 선언으로 그치고 있는 것.

여기에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의 구직기간 2개월 규정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구인 수요가 구직자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구직기간 제한으로 인해 체류 자격을 상실한 이주노동자는 2,448명으로, 이에 “정부의 입장은 결국 이들 개인이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취업에 실패한 것이니 한국에 체류할 자격이 없다는 자본의 비인간적 논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례 2> 최저임금 및 수당 미지급, 숙식비 공제

충남에 있는 장난감회사 OO토이즈는 2008년 12월부터 일하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임금을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의 80%만 지급했다. 이는 수습기간을 적용한다고 치더라도 명백히 최저임금 위반이다. 심지어 2009년 2월부터는 기숙사비 명목으로 10만 원을 공제하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수십 시간씩 해도 한 달에 받는 돈이 100만 원이 안 된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발표하며 기업들에게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 시행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사업주가 기숙사·일반주택 및 이에 준하는 시설과 2끼의 식사를 제공할 경우 최저임금의 20%(180,800원)을 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침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 또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삭감된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균등대우 원칙, 임금 전액불 지급 원칙, 일방적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 행위”라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간사냥식 단속

한편, 이주노동자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법질서’ 확립으로 “인간사냥”에 가까운 단속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마석 가구 공단에 260여 명의 단속반과 경찰을 투입해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를 무더기 단속했다. 2008년부터 올해 5월까지 강제 추방된 인원만도 4만2천여 명이다.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가 발행한 「미등록이주자 단속과 외국인보호소 방문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를 당해 경찰서를 찾거나 권리구제를 위해 노동부를 찾은 이주노동자들이 그 자리에서 출입국관리소로 인계돼 자신의 권리를 찾지도 못한 채 강제추방되는 사건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이주공동행동은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라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그들의 권리를 우선으로 보장했던 ‘선(先)구제 후(後)통보 지침’을 폐기하고 출입국관리법의 ‘통보지침’을 강화함으로써 인권후진국, 노동후진국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한국 정부의 반인권성과 반 노동성이 고용허가제에 그대로 묻어난다”며 △직장 이동의 자유와 동등한 노동권 보장 △고용허가제 전면 전환 △숙식비 공제 중단 △인간사냥 단속 중단 △통보의무 조항 폐지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공동행동의 이정원 활동가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야만적 제도”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을 절망과 한숨으로 바꾸는 고용허가제와 정부의 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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