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권 투쟁에 공안수사가 웬말이냐?"
    By 나난
        2009년 08월 11일 03: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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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 간 합의정신에 의해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쌍용차 사태가 경찰의 무더기 구속과 실무협의 중단으로 후폭풍을 겪고 있다. 경찰은 쌍용차지부 간부 구속은 물론 ‘이념서적’, ‘군사위원회’ 등을 운운하며 금속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생존권 투쟁”이 어느새 “공안사건”으로 둔갑된 것.

    경찰이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지난 10일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 등 38명을 추가로 구속한 가운데 현재까지 모두 64명이 구속됐다. 이에 지난 6일 노사는 정리해고 52% 무급순환휴직 48%에 극적 합의를 이뤘음에도 경찰의 그칠 줄 모르는 구속행렬에 일주일이 다되도록 실무교섭 한 번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노사 상생을 통해 쌍용차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야 할 시점에 사법부와 경찰이 이를 가로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6일 노사 교섭 타결 직후 77일간 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조합원 모두를 연행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7일 오전 10시까지 실무협의를 끝낼 것을 통보했다.

       
      ▲ 쌍용차 노사는 지난 6일 극적인 노사 교섭을 이뤘지만, 실무협의를 이끌어야 할 노조 지도부의 상당수가 구속된 상태다.(사진=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실무협의를 이끌어야 할 쌍용차지부 정책실장과 임원단이 모두 연행된 상태였다. 지난 9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야4당 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 측이 모두 수감된 상태여서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합의사항 일방 실행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과 경찰은 합의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무교섭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조합원 중 정리해고가 되지 않은 일명 ‘산자’들 역시 사측 임직원에 가로 막혀 공장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찰과 검찰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공장 점거농성을 풀자 언론을 대동해 도장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외부세력’이 평택공장 복지동 건물에 별도의 사무실을 설치하고 군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어려운 합의를 이뤘음에도 사측과 경찰이 공안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적했다. 즉, 기획수사를 통해 노사문제를 “공안사건으로 조작”하고 “쌍용차지부와 금속노조까지 와해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것.

    실제로 경찰은 언론을 통해 “외부세력이 평택공장 복지동 건물에 별도의 사무실 및 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70여권의 이념서적과 ‘주한미국 철수하라’는 현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주장한 ‘외부세력’은 쌍용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로, “지부에 노조간부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은 외부단체가 아니라 노조의 일상적 활동”이라는 게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또 ‘별도의 사무실’은 쌍용차지부가 평상시에 사용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사무실로 확인됐다.

    여기에 경찰이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하라’는 현판은 금속노조 확인 결과, 2004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당시 쌍용차지부가 사용했던 손 펼침막으로, 지부는 쌍용차지부 투쟁에서도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손 펼침막 등을 사용한 바 있다. 

       
      ▲ 금속노조가 11일 경찰의 "공안색깔 몰이"를 규탄하며 노사 실무협의가 조속히 이뤄질 것을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경찰은 또 ‘쌍용차 공동투쟁본부’ 안 ‘군사위원회’ 설치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쌍용차 공동투쟁본부는 정리해고 문제의 여론화와 지원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한 임시적 연대기구”라고 반박하며, 경찰의 “70여권의 이념서적” 주장에 대해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은 대형서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인문서적”으로 “검찰이 말하는 이념서적의 경계선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쌍용차는 고용안정과 생존권의 투쟁”이라며 “정부와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으로 빌미로 최대 규모의 구속 사태를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어떤 목적을 가진 노동조합 탄압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 보안수사대 소속 형사 7명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서민경제 살리기 범경기도민 대책위원회’ 서광수 공동집행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공안사건 조작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쌍용차 사태 전반에 걸쳐) 노동운동을 이념적 정치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근거 없는 공안색깔 몰이를 중단하라”며 실무협의 재개를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정갑득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부위원장 7명 등 집행부 10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또 쌍용차 평택공장 외부에서 경찰 장비를 파손하고 경찰관을 다치게 한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5억4,00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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