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자-정당-민중, 역사의 톱니바퀴
    By 내막
        2009년 08월 08일 04: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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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가 쓴 레닌의 정치적 전기 『레닌 평전2 :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책갈피, 이수현 역, 이하 레닌평전)가 마침내 나왔다. 1편인 『당 건설을 향하여 : 레닌 1893~1914』(2004, 북막스, 최일붕 역)가 나온 지 5년만의 소식.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출판사는 2004년에 출간됐던 1권의 개정판과 3권 『포위당한 혁명』을 조만간에 출간할 예정이고, 4권 『볼세비키와 세계혁명』도 2009년 안에 출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 표지

    『레닌평전2』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부터 10월의 러시아 혁명까지 레닌의 정치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N N 수하노프의 『1917년 러시아 혁명 – 개인적 기록』과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를 주로 참고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에 대해서는 ‘불후의 명작’, ‘탁월한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이런 걸작이 있는데도 굳이 같은 시기를 다룬 책을 또 쓴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만도 하다"며, "트로츠키의 책은 엄청난 장점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심각한 결함도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가 밝힌 트로츠키 책의 ‘엄청난 장점’은 러시아 혁명이 오랫동안 억눌린 수많은 피억압 대중이 떨쳐 일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사건이었고, 투쟁의 열기 속에서 노동자, 농민, 병사의 의식이 변하는 과정을 빼어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반면 트로츠키 책에서 볼셰비키당 – 평당원들, 간부들, 지역위원회들, 중앙위원회 -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심각한 결함’으로, 이러한 결함이 나타나게 된 것은 과거 스탈린주의가 1917년 혁명에서 볼셰비키당의 구실을 왜곡한 것에 대한 반발과 함께 트로츠키 스스로 볼셰비키당 전체를 과소 평가했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저자는 "스탈린주의 신화에서 볼셰비키당은 몇몇 사소한 경우를 빼면 항상 레닌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획일적 정당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레닌은 자신의 당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거듭거듭 투쟁해야 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또한 "말을 행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정당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혁명기간에 볼셰비키당은 수많은 소규모 그룹들로 이루어진 느슨한 연합체에 불과했고, 이 그룹들은 서로 단절돼 있었을 뿐 아니라 해외의 레닌과도 단절된 상태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트로츠키 책에 대해 "그런 지역조직들이 어떻게 해서 응집력 있게 투쟁하는 정당으로 조직됐고, 당의 행정은 어땠으며, 당 간부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한 묘사가 배제됨에 따라 이 역사적 드라마에서 레닌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레닌이 대중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그의 구호가 대중에게 전달되고, 그가 대중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당 간부들이 있어야 했다"며, "1917년에 레닌이 쓴 글들은 거의 모두 당원용이었다"고 지적한다.

    레닌은 당과 함께 계급에게 배우고 계급을 이끌면서 당이라는 중간 톱니바퀴를 이용해 노동계급 대중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움직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진시켰고, 갖가지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혁명을 성공시켰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 * *

    지은이 토니 클리프(Tony Cliff)

       
      ▲『레닌평전』 시리즈의 저자 토니 클리프

    토니 클리프(Tony Cliff)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됐고 트로츠키 지지자가 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소규모 혁명 조직을 건설하다가 제2차세계대전 기간에 영국군에 의해 투옥된 직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1950년대에 소련과 동유럽을 깊이 연구한 후 이 사회들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정설 트로츠키주의와 결별했다.

    그가 창설한 ‘사회주의 평론 그룹’은 1960년대에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됐고 1970년대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발전해 영국에서 가장 큰 급진 정당이 됐다. 자서전 『쟁취해야 할 세계(A World to Win)』가 출간되기 직전인 2000년에 4월에 사망했다.

    레닌 평전 4부작과 트로츠키 전기 4부작을 포함해 많은 책을 쓴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였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여성해방과 혁명』, 『당 건설을 향하여 : 레닌 1893~1914』, 『새천년의 마르크스주의』, 『로자 룩셈부르크』, 『소련 국가자본주의』 등이 있다.
    옮긴이 이수현

    이 책을 옮긴 이수현은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했고,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본주의의 대안과 사회주의 가치 논쟁』, 『좌파의 재구성과 변혁 전략』, 『크리스 하먼의 새로운 제국주의론』,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 『세계를 뒤흔든 1968』,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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