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력 '올인' 그러나 힘에 부친 '진보'
        2009년 08월 08일 02: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달 28일 민주노동당은 평택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최고위원-의원단 등 지도부 전원이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선 24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홍희덕 의원까지, 민주노동당은 그야말로 지난 10일 동안 전 당력을 기울여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에 나섰다.

    높은 평가 받은 민주노동당 활약

    진보신당 역시 30일, 대표단과 당직자들이 평택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8일 동안 대표단과 당직자들이 번갈아가면서 농성에 참여한 진보신당은 천막이 철거된 이후에도 평택에 남아 도장공장안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공권력에 맞섰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그동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미디어법으로 형성된 전선에서 소외되던 진보정당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이슈였다. 진보양당은 이에 적극 결합했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치열하게 싸웠다. 민주노동당 5명, 진보신당 1명 등 총 6명의 진보의원들이 보여준 ‘공중전’의 활약도 좋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6일 쌍용자동차 노사간 협상이 타결된 이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정상근 기자)

    특히 민주노동당의 활약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쌍용자동차 정문 앞 가족대책위원회의 천막밖에 없던 시절, 민주노동당이 처음 당의 천막을 설치했고, 이후 진보신당과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결합해 거대한 외곽진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2일 600여명의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은 평택역에 집결해 “쌍용자동차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공권력 투입 중단”을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고, 협상타결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9일 당원 결의대회까지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보다 적극적인 행보였다.

    "당 조직 정비 강화에도 도움"

    의원단의 활약도 돋보였다. 14일 간의 단식 끝에 타결 전인 5일 병원에 후송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측과 경찰의 물-식량 반입 금지계획을 폭로했고, 협상 결렬 이후에는 이미 협상과정에서 사측과 경찰이 공장진입계획을 세워놓은 것을 밝혔다.

    이정희 의원은 사측의 소방시설 단수가 ‘현행법 위반’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정희 의원은 6일 <레디앙>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소방방재청에서 사측에 대한 고발조치가 들어갔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도 ‘중재단’의 일원으로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결합도 많이 늦은 측면이 있다”며 “진보정당이, 특히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권익을 위해 진작 결합했어야 했지만 당의 역량에 한계가 있고 의원수도 적은 상황에서 미디어법 국면을 맞아 대응의 속도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회와 반성으로, 미디어법 국면이 다소 지난 이후 ‘당장 내려가자’는 당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고 홍희덕 의원의 단식부터 시작되었다”며 “막막했던 연대지원대책에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 합법적 공당으로 그 공간을 열었다고 자평하며, 당으로서도 쌍용차 문제에 적극 결합하면서 당의 조직 정비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힘 키워야"

    진보신당도 노회찬 대표, 조승수 의원, 심상정 전 대표가 번갈아 쌍용자동차 현장을 지켰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대표단회의를 천막을 세운 이후 평택에서 진행했다. 여기에 조승수 의원은 “법정관리 상태에서 공적자금이 지원된 선례가 없다”는 정부의 발언을 뒤집는 사례를 발견해 폭로하기도 했다.

    이 처럼 진보양당이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결국 정권과 사측의 강경대응에 맞서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무엇보다 힘의 한계가 절실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협상 타결소식에 “눈물어린 환영”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미디어법이 일단락되고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진보정당은 자기의제에 충실한 지점인 쌍용자동차에 매달릴 수 있었으나 워낙 정권과 사측의 대응이 강해서 소수정당이 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컸다”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 5일 조승수 의원이 공장정문 쪽으로 향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섰다. 이에 조 의원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물대포를 맞고 연행까지 되어야 했다.(사진=정상근 기자)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보며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봐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우직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보며 많은 아픔을 느꼈다”며 “우리가 더 (정부가 대화에 나서도록)이끌어내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노, 1천만 탄핵서명-진보신당 생활 밀착형 진보

    일단 쌍용자동차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진보정당들은 조직을 추스르면서 하반기 사업계획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당 자체의 자기운동이 정체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하반기 투쟁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권퇴진운동’을 전면에 내 건 민주노동당인 만큼 “천만인 탄핵서명운동, 시국선언운동을 조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현재 SSM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진보운동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종철 대변인은 “8월 20일 경 정도에 SSM, 영리병원과 같은 6~7개의 의제에 대한 순서를 정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