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아프지만 차선의 선택이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힘 빨리 키워야
    By 나난
        2009년 08월 06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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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무분별한 해외매각으로부터 시작된 쌍용차 사태가 공장 점거농성 76일, 굴뚝 농성 85일만에 마무리됐다. 벼랑 끝 대치를 이어오던 노사는 6일 ‘마지막 대화’를 갖고 극적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쌍용차가 풀어야할 과제는 첩첩산중 남아 있다.

    농성은 풀었으나, 웃을 수 없는

    쌍용차 노사가 6일 정오 교섭을 재개해, 양측은 분사와 희망퇴직 등 정리해고 52%,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환 등 고용보장 48% 합의안에 서명했다. 교섭이 재개된 지 1시간 30분만의 타결이었다.

    식수와 음식물, 전기와 가스까지 차단된 도장2공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공장 밖 세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웃음은 없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안타깝고 뼈아프긴 했지만 차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7개월간의 “함께 살자”, “총고용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지난한 싸움을 해왔지만, 이 요구는 노조의 외침이 결국 관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나 핵심쟁점인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졌다”며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계속된 반노동정책과 민주노조운동 탄압이 쌍용차 사태를 이후로 더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이미 1,800여명이 정리해고가 되었다. 결국 목숨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지부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한 지부장의 결단"

    그는 이어 "내부에서 싸웠던 분들은 그야말로 10~20년 가꿔온 회사가 주인하나 잘못 만나 골병 들었으니 자식 키우듯 지키고, 뒤집힌 정의를 바로 잡고 싶었을 것"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와 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노동운동, 진보정치가 받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6일 오후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한상균 지부장과 지도부가 도장 2팀 공장안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보고대회를 갖고 있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쌍용차 사태는 단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법정관리인에 의해 쌍용차 사태는 “사람을 자르는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해결됐다. 정부의 묵인 아래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고, 법정관리를 거쳐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극한으로 치닫던 쌍용차 사태가 노사의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7개월간의 싸움은 양측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무엇보다 52%의 ‘동지’는 공장을 떠나야 한다.

    남은 48%는 자신들을 향해 새총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어제의 ‘적’과 함께 일해야 된다다. 양측의 깊을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매우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시 일을 하게 된다고 해서 양측이 함께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산자와 죽은 자의 갈등이 심각하다. 일단 다시 회복하고 갈등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적 자금 투입해야"

    당장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쌍용차 사측은 파괴된 공장 설비를 보수 점검하는 데만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15일로 제출될 회생계획안을 법원과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생존은 힘들어진다.

    또한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에라도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해 법정관리 절차를 중단할 수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기존에 제시한 2,646명의 인력감축과 2500억원의 자금지원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칼자루는 정부로 넘어갔다.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만큼 쌍용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 회생안을 마련하고 정상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라며 “희망퇴직자에 대한 일자리 알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힘을 빨리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쌍용차 자체만으로도 노조가 거의 양보한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 빠른 회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측은 고소고발건에 대해서는 선처하는 대신 민형사상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방침이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은 “농성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소송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노노갈등의 흐름을 막고 진정한 의미의 노사회생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조 실제 내용 없이 구호만"

    한편, 일각에서는 쌍용차 투쟁과 관련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제대로된 연대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결코 단위노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상급단체가 사태 해결의 물꼬를 텄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금속노조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체제로 가겠다는 것은 기업별 노조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인데 (쌍용차 투쟁 국면에서는) 실제적 내용도 없이 지지만 외쳤다”며 “지난 1~2달간 금속노조나 완성차 노조의 태도, 외각에서 지원연대 투쟁을 보며 정부는 (쌍용차 노조 무력화에) 확신을 가지고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정부와 자본은 합동작전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목적을 관철시킨 반면 진보진영은 힘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총파업 약속을 몇번이나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게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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