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 '동방신기'도 소외된 존재였다
    By mywank
        2009년 08월 06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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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 멤버 중 3명이 SM 엔터테인먼트에 ‘반기’를 들고 나서며 소속사를 향해 "아니오"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소위 ‘노예 계약’에 대한 거부인가,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아이돌의 자기 선언인가. 그 내막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레디앙>은 모든 연예인들이 자신을 키워주고 고용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고마워하는 요즘의 스타 제조와 운영 그리고 분배 시스템에 관한 얘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연예산업’의 일각을 들여다 볼 기회가 될 것을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요즘 한국 대중문화를 쥐락펴락하는 대형 연예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와 이 기획사의 간판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사이의 다툼이 불거지면서 연예계뿐 아니라 주식시장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 최초로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체계화한 SM 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출신 이수만이 만든 연예기획사로 H.O.T., S.E.S., 신화, Fly to the Sky,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천상지희 The Grace, 소녀시대, 샤이니 등 한국 아이돌 시장의 굵직한 계보를 만들어낸 스타의 산실이다.

    평양시민 인구와 맞먹는 팬클럽 회원수

    동방신기는 2003년 말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포부를 갖고 만들어진 이름처럼 국내에서뿐 아니라 일본에서 발매한 총 8장의 음반이 모두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골드 등급에 올랐으며, 한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을 무대로 한 아시아 투어 콘서트에서 모든 표를 매진시킬 정도로 시장에서 확고한 대중성을 확보한 SM 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아이돌 그룹이다.

       
      ▲ 동방신기

    최근 이들 다섯 멤버 가운데 셋이 따로 목소리를 모아 소속사와의 불공정한 계약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들 사이의 다툼에 더해 팬클럽까지 움직이니 언론이 들썩이고, 사회의 관심이 모이게 될 수밖에.

    기네스북에 최대 규모의 팬클럽으로 올랐다는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 수가 무려 80만 명에 이른다니 도시 규모로 치자면 평양이나 부천시 인구와 얼추 맞먹는 숫자다.

    애당초 자본주의 상품 시장에서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의 문제는 고용조건과 분배의 문제를 안고 출발한다. 더구나 아이돌의 경우 기존 음반 시장의 관행과 다르게 소속사가 연습생이라는 제도를 통해 소속 연예인을 상품가치가 있는 조건에 맞춰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기존 음반시장에서는 소위 ‘마이킹’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가능성있는 뮤지션이 음반사로부터 음반 발매를 전제로, 선인세 명목으로 돈을 받고 음반을 만드는 제도가 ‘마이킹’이다.

    연습생,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데 아이돌은 자신들이 이미 준비된 뮤지션도 아니고, 스스로 음반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은 소속사가 기획하는 대로 춤과 노래, 음반뿐 아니라 얼굴과 몸매, 이미지까지 맞춤으로 다듬어져 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런 준비 과정이 연습생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습생은 빠르면 초등학교 5, 6학년 나이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는 별도의 계약 없이 어느어느 기획사 연습생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학교 정규 수업보다 소속사의 연습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데뷔를 꿈꾼다. 그러다가 소속사의 판단에 따라 상품성이 무르익었다고 생각될 때 데뷔를 하게 되고 그때서야 계약이 이루어진다.

    연습생 기간이 몇 년씩 걸리고, 각 기획사마다 수많은 연습생을 관리하다 보니 막상 데뷔 시점에 이르게 되면 누적된 시간이며 금전적인 비용 때문에 갑과 을 사이에 정당한 계약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된다.

    미성년 시절부터 관리를 맡아온 기획사는 본격적인 계약을 할 때 가능한 한 긴 계약조건에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려 할 것이고, 수많은 연습생 가운데 모처럼 데뷔할 기회를 갖게 된 신인 연예인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계약 자체를 하게 된다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려 13년이라는 긴 계약기간에 이익의 1%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하는 계약도 무릅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돌 시장이 커지고, 스타성이 만들어내는 시장 효과가 확대되고,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자라나면서 애초의 계약 자체가 안고 있던 불공정의 문제가 불만이 될 수밖에 없다.

    13년 계약, 1% 수입의 배경

    가령 이번 동방신기의 경우처럼 소속사 측은 멤버 각자가 5년 동안 적어도 2억 정도를 받았다면 그동안 관리, 기획, 홍보까지 도맡아 온 회사 측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하지만, 불만을 갖게 된 멤버는 회사 총 매출액 가운데 적게는 4분의 1에서 많게는 반에 이르는 이익을 만들어낸 자신들이 받게 되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들이 7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제시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바람직한 기간으로 제시한 것이 2년 단위의 계약이다. 그렇다면 동방신기의 13년 계약은 분명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기간이다. 그런데도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 음반 시장의 문제와 맞물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동방신기 일본 공연. 도쿄돔이 팬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동방신기의 팬클럽 숫자가 80만이라지만 이들의 실제 음반 판매량은 20만장 정도에 불과하다. 불법 다운로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실제 음반 판매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음반 1장의 판매 가격이 1만원 안팎이라고 가정한다면, 소속사는 장당 6,500원 정도를 거두어들이게 된다.

    그러니까 20만장이면 13억원 정도인 것이다. 이 가운데 18% 정도가 SM 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룹대표에게 프로듀서 인세로 돌아가고, 회사운영 경비며 연습생 관리비, 홍보비, 공연기획비까지도 지출되어야 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음반 수입이래야 그리 대단하다고는 할 수없는 것이다.

    음반 이외 또다른 수익 창구인 음원 판매의 경우, 총 매출액의 50%가 통신사 몫이다. 나머지 가운데 20~25%가 유통업체 몫이고, 또 그 나머지에서 저작권자인 작사, 작곡자의 몫을 제하고 나면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아이돌이 받게 되는 것은 그 모든 나머지의 나머지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기획사는 음원회사며 유통업체까지 사업을 다각화해서 막상 아이돌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자체의 몫은 가장 작게 남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상품이자 생산수단인 ‘아이돌’ 

    동방신기처럼 해외시장까지 진출해서 성공한 경우 음반 판매 수입은 한국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더 많은데, 이미 SM 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최대 규모의 음반 기획사인 AVEX와 라이센스 협정을 체결하면서 별도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SM 엔터테인먼트 자체와는 다른 복잡한 수익배분 구조를 거치도록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최대의 아이돌의 산실인 SM 엔터테인먼트는 대외적으로 "우리도 적자"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동방신기 사태는 자본주의 상품시장에서 대중문화 상품으로서의 아이돌이 스타로서의 인기와 어마어마한 규모의 총매출액으로서의 상품가치를 띤 외형을 갖추고 있으나, 시장의 분배 문제에서 본질적으로는 존재 자체가 상품이자 생산수단이자, 연예활동이라는 노동을 통해 그런 이미지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외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소외는 당사자가 자각하고 법적 분쟁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기형적인 음반시장, 사람을 관리해서 최적화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연습생 제도, 스타라는 환상을 꿈꾸는 숱한 연예인 지망생,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지속되는 연예계와 미디어 시장이 있는 한 이런 일은 몇 번이고 되풀이될 것이다. 점점 더 교묘한 방법으로.

    * 이 글의 필자 이안은 그동안 <레디앙>에 ‘영화 vs 세상 마주서다’라는 제목의 영화평을 쓴 영화칼럼니스트 이안젤라씨의 필명이며, 앞으로 본지의 문화담당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됩니다. 영화평도 필명으로 계속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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