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공대 투입, 당신이 직접 지시한 것입니까?
        2009년 08월 06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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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입니다.
    격무 중에 얻은 귀한 시간인 여름휴가를 잘 보내고 계신지 인사드리는 게 도리겠으나, 지금의 상황이 그런 인사마저 허용하지 않는 상황임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어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두 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기사를 접하고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같은 시각 한국정부의 경찰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6백여 명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평택의 전투와 평양의 대화

    비록 휴가 중이시지만 인터넷 유튜브에 올라온 경찰진압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공장 지붕 위에 주저앉아 무저항 상태인 노조원에게 서너 명의 경찰이 군홧발로 짓밟으며 진압봉을 높이 쳐들고 내리치는 장면은 1980년 광주에서 공수특전대원들이 광주시민을 살인진압 하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도 같은 사진이 실렸습니다. 경찰특공대에 의해 토끼몰이 당하던 노동자 중 세 명은 10미터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폭도입니까? 테러리스트입니까? 테러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가 왜 그곳에 투입되어야 합니까?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한 것입니까? 그들은 단지 부당한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생계형 파업을 벌였을 뿐입니다.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강제 해산하려는데 저항했을 뿐입니다. 경찰과 용역깡패들이 폭력진압을 시도하기 전에는 어떤 선제공격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시각 강희락 경찰청장은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경찰이 도장2공장에까지 들어가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의견차이가 크지 않고 대화로 풀기 바란다면서 헬기로 특공대원 투입하여 유혈진압 작전을 펼칩니까?

    유튜브 동영상을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어제 옥상 위에서 폭력진압을 하는 경찰특공대원들 바로 옆에서 회사 구사대가 대형 새총을 발사하며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최루액을 뿌리던 헬기안에 회사측 직원도 동승하였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질서 강조하던 당신께 묻습니다

    어떤 법적 권한도 없는 구사대가 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폭행하고 시설물을 강제 철거할 때도 경찰은 이를 방조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정문 앞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회사 구사대들에 의해 무차별 구타를 당할 때도 경찰은 구사대를 보호하며 폭력사태를 방치하였습니다. 저녁엔 무차별 연행에 항의하는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을 경찰버스로 연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평소 법질서를 강조해온 대통령께 묻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사설 폭력배들과 다름없는 구사대, 용역깡패들과 합동 작전을 펼치는 법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회사측의 불법행위를 오히려 방조하고 회사에 의해 고용된 용역직원인양 공권력이 행사된다면 이제 노동자, 서민은 자신을 보호해줄 경찰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까?

    지금 6백여명의 노동자들이 사실상 갇혀 있는 도장공장에 수 십 일 째 물과 음식공급이 중단되고 전기마저 끊어졌습니다. 감옥의 사형수에게도 이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전쟁포로들에게도 물과 음식은 제공됩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물과 음식반입을 권고하고 경기 소방방재청장이 소화전 단수 조치를 고발하겠다고 해도 회사는 꿈쩍도 않습니다.

    만일 단전 단수 조치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일이 아니라면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물과 음식 그리고 약품 반입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회사 측에서 막으면 경찰헬기를 동원해서라도 음식을 공급해야 되지 않습니까? 공권력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당신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이명박 대통령께 정중히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방향은 쌍용자동차를 살리는 것이 목표입니까 아니면 이른바 강성노조를 굴복시켜 노동시장유연화의 기세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까? 쌍용자동차를 살리는 것이 목표라면 이 파업이 이렇게 오래 갈 필요가 없으며 공권력이 투입될 이유도 없습니다.

    애초 2,646명을 정리해고 시켜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회사측 주장을 근거로 해서 보더라도 이미 그 수의 2/3는 희망퇴직한 상태이며 나머지 1/3의 인원을 가지고 무급순환직, 영업직 전환, 분사조치 등을 노사는 협의하고 있었습니다.

    무박4일의 최근 협상에서 거리를 좀 더 좁히는 협상을 한 번 더 하자는 노조의 마지막 요청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협상파기를 선언한 것은 회사측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지식경제부 그리고 노동부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쌍용자동차를 공중분해시키고 협력업체 직원 등 20여만명의 일자리를 날려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강성노조를 길들이고 정리해고를 강제시킴으로서 노동시장의 유연화 원칙을 공고히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오늘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경영상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로 접근하는 것은 바로 정부당국입니다.

    실용정부를 자처하면서 실용은 간 데 없고 오직 현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려는 데서 비극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쌍용자동차 회사의 부실을 낳은 것은 중국 상하이자동차로의 인수를 결정한 정부의 정책판단 오류와 경영진의 무능함이 원인임에도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태 악화의 원인인 것입니다.

    생수 한병 들고 평택에 가보십시요

    이명박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는 2008년 2월 25일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헌법 제 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물을 마실 자유를 합법적으로 제한 당해도 좋은 사람이 존재합니까? 그렇지 않다면 생수 한 병을 들고 쌍용자동차 정문으로 달려가 보십시요. 물을 건네주려는데 검은 옷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로막습니다. 그들 뒤엔 진압복 차림의 경찰이 버티고 서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서를 지키겠다면 물과 음식물 그리고 의약품이 반입되도록 직접 지시하십시요. 국가의 공권력이 일개 자본의 사설 폭력배처럼 역할하는 것을 당장 중지시키십시요. 경찰병력을 쌍용자동차로부터 완전 철수시키십시요. 그리고 노사의 자율적인 교섭을 보장하십시요.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가 없었다면 파업도 없었을 것입니다.

    노사간 의견차이가 크지 않다고 하면서 하루 안에 해산 안하면 강제진압 하겠다는 식의 억지를 그만두게 하십시요. 그리고 일자리를 보존하면서 쌍용자동차 회사를 살릴 중장기적 전략수립에 정부차원에서도 책임 있게 참여하십시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입고 있는 단체복의 등 뒤에는 <함께 살자>는 구호가 크게 새겨져 있습니다. ‘함께 살자’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대통령이 되지 마십시요.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적인 방식으로 타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가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요.

    경찰이 다수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공권력 행사가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십시요.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먼저 위하는 인도주의가 대통령의 이념임을 앞장서서 보여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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