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대하는 미국과 한국의 이질적 자세
        2009년 08월 06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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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자 전국단위일간지에는 미국과 한국의 현재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나란히 실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전격 방문해 5일(현지시간) 억류돼 있던 로라 링(32)과 유나 리(36) 등 기자 2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전세기편으로 LA에 도착한 뒤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이들은 공항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석방에 힘써준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이들은 대테러용 발사기는 물론이고 테이저건(일종의 전기충격총)까지 동원해 구조조정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던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이 진압으로 노동자 3명이 공장지붕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는 등 시위대와 경찰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공장 밖의 가족들은 경찰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 중앙일보 8월6일자 1면  
     
       
      ▲ 경향신문 8월6일자 1면  
     

     다음은 6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경찰 또 컨테이너 동원 진압>
    국민일보 <유씨·연안호 선원 4명 우리는 누가 데려오나>
    동아일보 <외국인 주민 100만 돌파 / 색다른 시대, 다문화 한국>
    서울신문 <미여기자들 "인생의 악몽 끝났다">
    세계일보 <클린턴·여기자 2명 LA 도착>
    조선일보 <"기쁘다"…더 이상 말하지 않은 미국>
    중앙일보 <"악몽은 끝났다…조국에 감사한다">
    한겨레 <토끼몰이 진압…’화약고’에 갇힌 쌍용차 노조>
    한국일보 <힐러리 "여기자 석방과 핵은 별개">

    풀려난 여기자들, 위기 때 빛난 미국의 유연한 외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 방북과 미 기자들의 석방소식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축제분위기인 미국과 달리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했던 정부당국은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한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클린턴의 방북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방북이 미국과 북한의 외교채널 회복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 기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실리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6일자 신문들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옹호해온 동아일보는 4면 <웃는 김정일, 굳은 클린턴…북-미 ‘동상이몽’ 한눈에 드러나> 기사에서 줄곧 미소를 지은 김정일과 굳은 표정을 지은 클린턴을 언급하며 "그(클린턴)의 방북 목적이 여기자 석방에 한정됐다는 무언의 결의를 다진 것으로 북한 측과 실무적인 절차만을 협의하고 복귀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셈"이라고 밝혔다.

       
      ▲ 동아일보 8월6일자 4면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게 올해 3월이 마지막이었다"며 "실제로 메시지는 없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어느 누구와도 대화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철학을 인사 차원에서 전달했고 북한은 이를 체제 홍보차원에서 메시지라고 포장했다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힐러리 클린턴 "석방과 북핵은 별개의 문제">를 3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북핵·미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일관되게 밝혔던 두 기자의 석방은 ‘별개 이슈’라는 주장과 일치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순전히 (기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목적에 국한된 것으로 다른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고, 북한 측은 이를 용인했다"는 뉴욕타임즈와 CNN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자 석방에 국한" – "오바마 행정부, 북미 외교 재시동"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이면에 더 깊은 이슈를 놓고 대화가 오가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외교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달리 수행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공식 방문에 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3면 <수행원 보니…사실상 미 정부 차원 방북> 기사에서 수행원으로 따라간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존 포데스타 소장을 언급하며 오바마 대통령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을 지낸 오바마 진영의 핵심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포데스타는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을 잇는 연결고리인 셈"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같은 면 <‘김의 메시지’ 중대 제의 담겼을 땐 관계 급진전> 기사에서도 "김 위원장이 북미 관계와 관련된 중대한 제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간접대화’를 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의 새로운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따라붙는다"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8월6일자 3면  
     

    한겨레도 4면 <시동걸린 미 대북외교 / 캠벨 인준뒤 첫 성과…’오바마 대북라인’ 본궤도에> 기사에서 포데스타 등 중량급 인사들이 동행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 북미 외교문제까지 논의했으리란 건 명확하다"며 "클린턴-김정일 면담 자리에 강석주 북한 외무성1부상이 참석했다는 것도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6자 회담 전에 양자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해온 우리만 중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클린턴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조선일보 지면에서도 읽힌다. 조선일보는 4면 <박수만 치고 있을 순 없는 정부> 기사에서 "우리 정부는 5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전격 방북한 데 대해 ‘아직 감을 잡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1994년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는 정부 핵심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1994년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영변 핵 시설을 동결하는 대가로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는 내용의 북미 제네바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배제도니 채 귀동냥만 했고, 막대한 경수로 건설비용까지 떠안았었다.

    조선일보는 또 "특히 정부는 ‘미국은 여기자를 데리고 오는데 우리 정부는 왜 개성공단의 우리 근로자를 못 데리고 오느냐"는 비판 여론이 급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쌍용차 시위대 전기총 사용 강경 진압…제2의 용산참사 우려

    경찰이 5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2차 진압에 나서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 2공장을 제외한 쌍용차 공장 모두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진압에서 쓰러진 노조원에게까지 진압봉을 휘두르고 폭동진압용으로 사용되는 대테러용 발사기는 물론 테이저건까지 동원해 과잉진압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 사측 직원 130여명이 부상했다. 이날 경찰의 진압의 풍경을 경향신문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경찰특공대는 노조원들을 해산, 연행하는 과정에서 진압봉과 곤봉을 휘둘렀다. 노조는 경찰특공대가 진압작전을 벌이면서 고무탄총을 사용해 노조원 김모씨(42) 등이 등에 고무탄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쇠봉을 쌍절곤처럼 연결한 쇠도로깨와 테이저건 등으로 무장한 경찰병력도 목격됐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해 차모씨(49)는 경찰 진압도중 조립 3·4공장 옥상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인권위 김칠준 사무총장 등 인권위 조사단이 이날 오후 쌍용차 정문에서 ‘최소한의 의료품이라도 넣어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거절했다."

    쌍용차 기사를 어느 신문보다 비중 있게 다룬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에서 경찰이 ‘토끼몰이식’ 강재해산 작전을 벌이면서 노조원들을 곤봉과 방패로 마구 때리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며 노조원들이 쫓겨간 도장 2공장은 시너 3만3천톤 등 모두 20여만톤의 인화성 물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만일 작은 불씨 하나라도 이곳에 옮겨 붙으면 화재가 아니라 대형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2면 <경찰 ‘위험한 진압장비’ 사용 / 노동자가 모르모트? ‘신무기 실험장’ 된 평택공장> 기사에서 테이저건에 이어 폭동진압용 다목적 발사기를 쏘는 등 과잉진압 논란을 빚고 있다고 고발했다.

       
      ▲ 한겨레 8월6일자 1면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경찰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강제진압을 자제사라는 내용의 긴급구제 조치를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농성장인 도장 2공장 안에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는 상황에서 전기 및 소화전까지 차단돼 자칫 대형 참사가 예상된다"며 "경찰이 강제진압을 위해 동원하는 최루액 공중살포 및 전기총과, 노조 쪽이 이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염병, 새총, 사제 대포 등은 인체 사상의 위험이 매우 높은 장비"라고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조선 동아 중앙에는 없는 쌍용차 노조원들의 고통

    이런 상황 속에서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경찰, 도장공장 2곳 외 모두 장악 / 쌍용차 농성자 어제 80여명 이탈>로 뽑아 경찰의 진압 성과를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또 현장에 나온 김경한 법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자진해서 농성을 풀고 나온다면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8월6일자 1면  
     

    조선일보도 1면 <경찰, 쌍용차 노조 진압작전 / 도장 2공장 빼곤 완전 장악> 기사에서 경찰의 진압 성과와 이탈자가 230여명으로 늘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일보도 1면 <"오늘까지 농성 풀면 선처" 경찰, 쌍용차 노조에 통첩> 기사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우려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배석규 YTN 대표 보도국장 사퇴요구

    구본홍 사장의 사임으로 4일부터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석규 YTN 대표이사(전무)가 보도국장을 비롯한 실·국장 7명에게 보직사퇴를 요구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배 대표는 5일 첫 실국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로운 체제 정립을 위해 실국장들에게 보직사퇴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보도국 및 조직장악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직을 장악해 간부들을 줄세우겠다는 의도"라며 "노사 협약에 따라 임기(1년)가 보장되는 보도국장을 흔들 경우 노조는 즉각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이번에 사퇴한 구본홍 전 사장의 경남고 후배로, 노조와 마찰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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