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재조정하라
        2009년 08월 05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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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4일), 클린턴의 방북, 경찰의 쌍용자동차 노조원 진압 등 여러 일들이 많은 날이었다. 그 덕에 주목받지 못하고 조용히 넘어간 정부 발표가 하나 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올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 국제회의를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쌍용, 클린턴 때문에 묻힌 정부 발표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한 국가의 경제․사회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면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중대한 이슈이지만, 이를 꼼꼼히 분석하기는커녕 단순 보도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선거의 핵심적 쟁점이 될 정도인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선진국들과 비교된다.

    문제는 사회적 외면 속에서 우리나라가 온당히 져야 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절대량 대비하여 2020년까지 8% 증가, 동결, 혹은 4% 감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EU가 개도국에 권고한 개발도상국의 목표치를 충족시킨 것으로 “획기적인 것”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표를 들춰봐도 우리나라가 개도국으로 분류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9위, 배출량 증가율 세계 1위, 누적 배출량 세계 22위. 당연히 경제규모도 이에 버금간다.

    정부의 희망과 다르게, 개도국의 지위나 이에 따른 감축 목표치는 국제협상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수반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외면하고 개도국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한국의 경제적 지위,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존중받을 수 있다.

    MB정부, 저탄소 녹색성장 허구 드러나

    환경 NGO들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허구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얼리 무버’가 되겠다는 G20 정상회의에서의 공언은 모두 거짓이고, 다들 학교에 간 이후에도 잠자리에서 꼼지락거리는 ‘잠꾸러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동감한다.

    잠꾸러기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얄팍한 ‘꼼수’도 개탄스럽다. 이번 발표에서는 작년에 발표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에너지 예상 증가율보다 높은 수치를 채택했다. 환경 NGO에 의하면 온실가스 감축량을 부풀려 생색내기 위해서 합당한 근거도 없이 제시된 수치다.

    그럼 우리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에 준하는 의무 감축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가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동일한 책임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온실가스 배출규모(누적 및 현재 배출량)를 가지고 있는 호주의 감축 목표량을 참고할 수 있다.

    호주는 오랜 보수당연합의 체제에서 벗어나 노동당이 집권한 후, 의욕적으로 ‘탄소오염감축계획(CPRS)’을 수립해왔다. 이 계획에 의하면 호주는 2020년에 2000년(우리나라의 2005년 기준과 대비된다) 대비 최대 15%에서 최소 5%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호주 내에서는 이것도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이다.

    기후변화 거버넌스 구축해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 것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일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합당한 책임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누가 얼마나 그 부담을 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 녹색성장위가 주도하면서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지식경제부조차도 논의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접어두고, 기후변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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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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