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치킨집 사장님도 가게 문 닫아
“롯데슈퍼는 가정파괴범, 공공의 적”
By mywank
    2009년 08월 04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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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한 상인들이 온힘을 다해, 롯데 제품이 들어있는 상자를 각목으로 내리쳤다. 과자 아이스크림들이 땅바닥에 쏟아졌고, 어느새 화염에 휩싸였다. ‘골목 슈퍼’의 매상을 톡톡히 올리던 롯데 제품들은 노원지역 상인들에게 배신과 분노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문 닫은 골목 수퍼, 성업 중인 ‘괴물 슈퍼’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이라고 불리는 ‘괴물 슈퍼’가 동네에 들어서려고 하자 노원구 상계 2동과 7동 상인들은 4일 하루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상계 2동 롯데슈퍼 예정지 앞에서 입점 반대 집회를 벌이는 등 ‘철시 투쟁(撤市: 시장이나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아니함)’에 나섰다.  

   
  ▲이날 롯데슈퍼 입점에 반대하며 가게 문을 닫은 노원구 상계 2동의 한 슈퍼마켓 (사진=손기영 기자) 
   
  ▲성업 중인 노원구 상계 7동 ‘롯데(마이)슈퍼’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오전 11시부터 열린 이날 집회에는 ‘골목 슈퍼’ 12곳뿐만 아니라 제과점, 치킨집 등 다른 상점 6곳도 가게 문을 닫고 동참해, 기업형 슈퍼마켓의 문제가 단지 특정 상인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줬다. (주)롯데쇼핑은 지난달 25일 상계 7동에 롯데슈퍼를 ‘기습 오픈’한 데 이어, 상계 2동에도 입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30년 롯데 껌 팔아온 보답이 코앞에 롯데슈퍼 개점이냐’, ‘가정파괴범 롯데슈퍼’, ‘롯데슈퍼는 공공의 적’…. 이날 집회에서 상인들의 들고 있던 피켓에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상계 7동에서 ‘오마트’를 운영하는 남철희 씨의 아들 상영 군(15)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터를 빼앗지 말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채, 아버지 옆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일터를 빼앗지 마세요"

남군은 “부모님이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며 “(롯데슈퍼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상계 7동에 있는 기성 홈마트의 일을 돕고 있는 공원선 씨의 아들 현진(18)군도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괴물 슈퍼’는 상인들의 가정에도 ‘불행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상인들이 과자, 아이스크림 등 롯데 제품에 대한 ‘화형식’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은 상인들이 불을 붙이자, 곧바로 소화기로 진화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롯데 제품이 담긴 상자를 각목으로 부수고 있는 상인들 (사진=손기영 기자) 

장사 밖에 모르고 살아왔다는 상계 2동 준마트 사장 문상선 씨는 “내가 이런 자리에 나올 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며, 이곳 상인들의 심정을 전했다.

“이제 자식들에게 ‘열심히 부지런히 살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못하겠다. 왜냐하면 뻔뻔하게 대형슈퍼들이 골목까지 들어와 장사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너무 분노가 치밀어서 요즘 잠이 안 온다. 구멍가게들이 별 볼일 없는 존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분노한 상인 "열심히 일해도 성공 못한다"

상계 2동에서 ‘세계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열 씨도 <레디앙> 기자와 만나 “그동안 명절 때도 쉬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며 “지금도 인근 대형마트 때문에 수입이 많이 줄어든 상태인데, 롯데슈퍼가 입점하면 장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해설’은 명쾌했다. 노 대표는 이날 연대사에서 “예전 남원에 이마트가 생긴 뒤 롯데마트까지 입점하려고 했는데,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롯데마트는 결국 들어서지 못했다”며 “전국적으로 ‘큰 것(대형마트)’이 입점하기 어려우니까, 이걸 잘라서 ‘작은 것(대형슈퍼)’들을 많이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상계 7동 ‘롯데(마이)슈퍼’에서 10원짜리로 제품을 구입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노원지역 주민들도 이날 상인들의 집회에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라고 밝힌 여성은 집회장으로 달려와 “롯데는 원래 나쁜 기업이었다”며 상인들을 응원하기도 했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계 1동 주민은 “99마리의 양을 가진 사람이 1마리의 양만 가진 사람의 것을 왜 빼앗느냐”며 자유발언을 자청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 롯데 제품을 박살내고 ‘화형식’을 벌인 참가자들은 노원구 상계 7동에 있는 ‘롯데(마이)슈퍼’로 이동해, 10원짜리로 제품을 구입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마들연구소 및 민주노동당 노원구위원회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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