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장에서 정말 60만원 밖에 안줘?"
    2009년 08월 04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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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2009년 7월 31일 국민체육진흥공단 산본 지점

한손에는 검정색 수성 사인펜을 든 사람들이 뚫어져라 벽 전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와 타블로이드 신문 크기의 책자를 번갈아 보고 있다. 때론 무언가를 적기도 하고 때론 입으로 사인펜을 물어뜯기도 한다. 어떤 중년의 남자는 아예 바닥에 앉아 책자를 보며 고심한다. 또 다른 사람은 색색의 형광색으로 체크한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다. 간혹 할머니들도 뚫어져라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 국민체육공단 과천 지점에서 경륜을 즐기는 시민들(사진=공공노조)

대형 모니터 화면에 갑자기 ‘30’이라는 숫자가 나오더니 카운타 다운에 들어간다. 방송에서는 “마감 30초 전입니다”, “마감 20초 전입니다”라는 소리가 나온다. 사람들이 초조하게 창구로 몰려든다. 창구에 돈과 ‘표’를 넣는다. 창구 안쪽에서는 분홍색 옷을 입은 여성 매표원이 빠른 손놀림으로 이 돈과 ‘표’를 처리하고 있다.

때론 매표원이 늦게 처리해 ‘경주권’을 사지 못했다는 아저씨의 거친 항의가 벌어지기도 한다. 금요일 오후, 경륜 중계를 하고 배팅을 할 수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본지점의 모습이다. 이때 40대 여성 몇 명이 손으로 쓴 피켓을 들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노조 만들었다고 쫓겨났어요"

“저희 자리에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어요”
“월급 60만원 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로 쫒겨났어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물어보고 얘기를 듣더니 고개를 주억거린다.
“왜 그래?”
“겨우 60만원 밖에 못 받았어?”
“어려운 사람들 왜 자르고 그래”

 

   
  ▲ 서명을 받는 조합원들 (사진=공공노조)

사람들이 모이자 피켓을 든 여성 노동자를 안전관리요원이 불법으로 동영상 채증을 했다. 그러자 모여든 사람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뭐야? 이건 인권침해야”
“기자도 아닌데 멀 찍고 그래?”

항의가 거세지자 안전관리요원이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그리고 피켓을 든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매표소 안쪽에서 커튼이 올라가고 다시 매표가 시작됐다. 이때 매표소 안의 여성노동자가 눈치채지 않게 손으로 V자를 표시한다. 이 여성노동자 유니폼 왼쪽에는 ‘고용안정 쟁취, 단체협약 체결’이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있다.

교섭 요청 번번히 퇴짜

피켓을 든 여성들은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들로 부분파업에 나선 이들이다. 이들은 2007년 공공노조에 가입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에 교섭을 요청했으나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이유는 이미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별노조인 공공노조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막무가내다. 오히려 노조 사무국장 등 간부와 열성 조합원들을 찍어 해고하기에 급급했다.

   
  ▲ 사진=공공노조

장면 2. 2009년 8월 1일 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 본장

지난 주말에 이어 150여명이나 모였다. 혹서기 경마 휴장일이라 경륜장 1년 중 가장 바쁜 날인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국민체육진흥공단 매표소 비정규직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모인 것이다.

00지점은 22명의 조합원 중 한명만 빼고 다 나왔다고 했다. △△지점에서도 17명 조합원 중 16명이 참여했다고 했다. 무섭고 두려웠는데 막상 나오니까 잘 나왔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가장 성수기에 조합원들이 대거 빠져나오자 공단측은 질서유지요원을 교육시켜 대체근로를 투입했다고 했다. 물론 불법이다.

김사무국장은 “질서유지요원을 발매일을 시키니, 질서요원이 모자라게 되고 또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기저기서 직원을 빼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관악지점도 어제 질서유지요원을 교육시켰다고 했다. 아마 오늘 발매원으로 투입됐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오후 3시부터는 조합원들이 광명 본장 출입구 앞에 모두 모여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인노무사로부터 “이번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 파업을 빌미로 불이익을 준다면 공단측이 불법을 저지른는 것이다. 오히려 대체근로를 하는 것이 불법이다."는 교육을 받기도 했다.

   
  ▲ 출입구를 지키는 질서유지요원들 (사진=공공노조)

"대체근로가 불법"

어색하지만 손을 들어 노래도 불렀다. 경륜경기와 배팅이 한창 열리는 경기장 안에서는 노조 간부들과 일부 조합원이 경륜 고객을 상대로 왜 파업에 나서야 했는지 설명하고 나섰다.

선전물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생긴 이후로 발매원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핑계로 발매원들을 해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짤리지 않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더니 공단은 노조에 가입했다고 멀리 전보하겠다, 재계약 안할 수도 있다며 쥐어짜고 있습니다.”고 적혀있다.

조합원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사행성 경기인 경륜과 경정을 운영,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공공 사업을 벌이는 것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이렇게 쓰다가 잘라도 되는 것입니까?”라고 외쳤다.

경륜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손쉽게 서명에 나서주기도 한다. 김성금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지부 사무국장은 “우리 사정을 알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요. 없는 사람들 고생한다고 말이에요.”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든든한 후원자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

이날 광명 본장은 하루종일 술래잡기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단의 불법 대체근로를 채증하려는 노조측과 노조의 활동에 대해 불법 채증하는 공단측이 서로 맞섰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집회하는 조합원들 주변을 녹음기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조합원들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집회 발언 내용을 녹음하려 한 것이다.

4시 반경, 노조의 파업집회와 선전전이 끝나간다. 김성금 사무국장은 집회를 마치면서 마이크를 잡고 출입구 앞쪽에 담배를 피러 나온 고객들과, 4층 흡연실에서 이들을 내려다 보는 고객들에게 말했다.

“고객님들, 저희가 오늘 경륜장을 소란스럽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우리가 싸워서 우리자리를 지킬수 있으면, 최소한 공단이 우리를 지금과 같이 인간취급조차 않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싸울겁니다. 열심히 싸워서 다시 일자리에 돌아가게 되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저희를 응원하시고 도와주십시오.”

   
  ▲ 사진=공공노조

이때 지켜보고있던 손님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싸워!”

김사무국장은 이번에는 조합원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가 일자리를 지킨다해도 계약기간은 고작 5개월 밖에 안남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많이 힘드시죠? 저도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여러분보다 100배 200배 열심히 뛰어드릴테니까 여러분은 저만 따라오시면 되요.” 조합원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조합원들은 2일에도 올림픽지점에 모여 파업투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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