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민주당이 동영상 조작했다"
    By 내막
        2009년 08월 03일 07: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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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22일 방송법 재투표 과정 사전투표’ 문제 제기에 대해 한나라당이 ‘동영상 조작’, ‘비열한 음해’ 등의 거친 수사를 동원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실제 조작된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3일 오후 5시 20분 경 국회 정론관에서 "사전 투표 운운은 한 마디로 거짓 폭로이고 엉터리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며, "선동정치의 욕심에 눈이 멀어 동영상까지 조작했고, 정치 쇼로도 부족해서 이젠 아예 국민에게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근거 못 댄 채 "비열한 음모" 공격

    그러나 한나라당이 ‘동영상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민주당이 이미 브리핑한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나온 섣부른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22일 본회의에서 이윤성 부의장이 재투표 선언을 한 3차례의 발언 중에 두 번째를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민주당 브리핑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대변인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조작’ 내용이 뭔지, 그리고 주장하는 내용이 조작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 묻는 기자의 질문에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봐야한다"는 소리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본 대로 사회를 보고 있는 이윤성 부의장.(사진=김경탁 기자)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7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수정본)현안 관련 브리핑’을 이메일로 발송해 ‘조작’이라는 문구를 ‘왜곡 해석’으로 바꾸었다.

    한나라 "사전투표 운운은 흑색선전"

    현안 브리핑에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국회영상회의록 자료를 근거로 당시 이윤성 부의장이 방송법 재투표를 말한 것은 16시 2분 17초, 16시 2분 20초, 16시 3분 40초까지 총 3번이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강승규 의원 외 18인으로부터 제출된 수정안에 대해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두번째는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석의원이 부족해서 표결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각각의 경우에 표기된 시간은 이 부의장이 말을 끝마친 시점.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이 ‘재투표 선언’이라고 말한 세 번째 멘트는 ‘재투표 선언’이 아니라 투표 독려 멘트"라고 주장했다. "재투표 선언은 그보다 1분 23초 전인 첫 번째와 두 번째 멘트"가 재투표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투표불성립에 의한 재투표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재투표 사유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며, 국회 속기록에 3번째 발언 뒤에 ‘(전자투표)’라는 항목이 적시되어있음을 그 근거로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22일자 본회의 동영상과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을 보면 이윤성 부의장은 "투표를 종료합니다"라고 발언한 직후 당황해 하다가 옆에서 "재투표 하라고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한 뒤, 한참 뒤에 옆에서 건네준 쪽지를 보며 다시 문제의 세번째 멘트를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윤성 부의장이 한참 있다가 재투표 선언을 다시 한 것에 대해 윤상현 대변인은 "당시 재투표를 하기 위해 컴퓨터에 관련 사항을 새로 입력하는데 1분 정도가 소요됐다"며, "그래서 실제 투표행위는 투표를 다시 선언한 16시 2분 17초에서 1분여가 경과한 16시 3분 20초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따라서 실제 투표가 시작된 16시 3분 20초부터 세 번째의 투표독려 멘트가 끝난 16시 3분 40초까지는 20초간의 투표행위가 진행됐다"며, 20초가 경과된 16시 3분 40초에 전광판에 나타난 68명도 유효한 투표라고 강변했다.

    세번째 멘트 전 20초간 투표행위는 인정

    이윤성 부의장의 세번째 멘트가 마무리된 시점에 표결 전광판에 68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인정했다.

    즉, 한나라당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재투표 선언’이 유효하게 발효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불과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추가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려 하고 있다"며, "재투표 선언은 왜인지 구체적이어야 하지 그냥 투표하라고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영민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에 재투표를 하는 경우는 무기명 투표에서 명패보다 투표지가 많을 경우 한가지 밖에 없고, 표결불성립이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설령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왜 표결불성립인지는 이야기는 해줘야 할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또한 전자투표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데 1분 가량이 소요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윤성 부의장이 그 상황에서 부결선언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되는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재입력에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윤상현 대변인의 해명은 방송법 재투표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와 사전투표 인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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