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박한 것은 파산이 아니라 승리다
    청산은 공멸 아니라 자본의 패배다
        2009년 08월 04일 10:0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협상이 결렬되고 사측의 의도가 보다 분명이 드러나고 있다. 사측은 5월초 구조조정 당시 비용 절감을 내세웠지만, 노동조합이 사측의 인력 감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보다 더 큰 비용 감축 계획 (무급순환휴직, 임금 감축 등)을 제출하자 말을 바꾸었다.

    공동관리인들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히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해고 없이는 정부 지원도 없다는 것과 노동조합을 이대로 두고서는 매각 절차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쌍용차 구조조정이 쌍용차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애시 당초 쌍용차 노동조합이 점거 파업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야기되었던 것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도 정부의 의지를 가장 많이 내보인다는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공공연히 정부의 하반기 구조조정에 쌍용차가 하나의 준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정부의 의지가 애초부터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이 회생보다는 매각을 위한 것 역시 파업 이전부터 관련 업계에서 이야기되던 내용이다.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 대책 등에는 10조원 이상의 재정을 즉각 투입하던 정부가 1원의 공적 자금 투입도 약속하지 않는 이유에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MB 정부가 진짜 노리는 것

    요컨대 사측의 목적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해고 자체가 목적인 구조조정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측이 어떻게든 해고 없이 함께 회사를 살려보자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응답할 리 없었다. 교섭에서의 기술적인 양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사측과 노동조합은 사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이러한 교섭 결렬 이후 사측은 더욱 공세적으로 청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쌍용차협력업체 채권단의 파산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교섭 결렬 이후에는 법정관리인들도 청산까지 염두해 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자산을 매각하여 빚을 갚는 청산 과정이 진행될 경우 노동자들의 고용 계약은 모두 해지된다. 지금까지의 체불 임금과 퇴직금은 일정 정도 보존 받겠지만, 해고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측이 청산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노동조합이 대승적 차원에서 나머지 비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사측의 해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다. 여전히 파산 혹은 청산 계획은 노동조합의 무릎을 꿇리려는 사측의 협박 성격이 강하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청산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다. 그리고 심지어 청산 과정으로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점거 파업을 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청산 시 대결은 정부의 대리인들이 빠지고 산업은행이 전면에 서게 된다는 점만 변화될 뿐이다. 

    청산은 ‘공멸’이 아니라 ‘자본의 패배’이다

    먼저 쌍용차 납품 업체들의 모임인 쌍용차합동회 채권단의 파산 후 뉴 쌍용 재건 계획은 고려의 가치도 없는 것임을 확인하자.

    쌍용차 채권단의 매출 채권은 액수로는 2,670억원 정도 되지만, 변제되는 채권 중 후순위로 담보물이 제외되고 남은 자산 중에서 각종 공익채권 등이 변제 된 후에야 순서가 돌아오는 채권이다. 자신들의 채권을 뉴 쌍용이 출범하면 출자전환하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실제 평가액은 몇 백억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쌍용자동차가 분리할 수 있는 부실 부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09년 지엠이나 2000년의 대우자동차의 경우를 흉내 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자세한 사항은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sola&id=645 참조)

    법정관리인들이 제출한다는 청산 중심의 회생계획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표현하는 법정관리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청산이라는 것은 결국 담보로 잡혀 있는 부분을 제외한 자산들을 매각한다는 것인데, 자동차 시장이 과잉생산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이 매각이 쉬울 리 없다.

    청산은 정부가 피하고 싶은 상황

    갖은 애를 써서 헐값에라도 매각을 단행한다면 창원의 디젤 엔진 공장과 일부 부지 정도일 텐데, 창원 공장의 경우 디젤 엔진 기술 개발에 들어간 각종 정책 자금과 인도 중국 등에 대한 기술 유출 논란 등 풀어야 할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매각하여 얻을 수 있는 금액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자동차의 핵심이라 할 평택 공장의 토지, 건물, 설비 등은 모두 대출 담보물로 산업은행에 넘어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청산이 된다면 이제 분명하게 쌍용자동차의 법적, 실질적 소유주는 정부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방치하며 지금의 사태에까지 이른 쌍용자동차는 다시 정부에게로 넘어간다.

    이는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정부는 쌍용차 문제는 노사 간의 문제라며 뒤로 빠져있었는데, 청산과 동시에 더 이상 법적으로도 숨을 수 없는 고용 및 자산 처리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노조를 죽여 청산이 되더라도 노동조합과 ‘고용’ 문제로 정치적으로 맞대결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점거 파업을 계속하고, 전국적인 연대 투쟁이 지속될 수 있다면 청산은 오직 자본의 패배로만 귀결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매각을 통해 얻을 것이 거의 없으며, 결국 주체만 바꾸어 다시 노동조합의 정리해고 철회 요구를 대면해야만 한다. 물론 청산까지 가면 정리해고 철회의 요구는 ‘정부의 고용 문제 해결’로 바뀌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청산 협박과 공권력 투입은 정부가 GM대우, 기아, 현대자동차에 보내는 메시지

    쌍용차 점거 파업을 계속 이어가는 키는 전국적 연대 투쟁이다. 이미 쌍용차 노조의 투쟁은 정부와 사측의 봉쇄 속에서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진행되고 있다. 봉쇄를 풀고, 정부를 압박하는 투쟁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의 맨 앞에 서야 할 노동자들은 다름 아닌 자동차 업계의 노동자들이다.

    현재 한국자동차업체들의 판매량은 2009년 상반기 155만대로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70%(2007년 기준) 정도를 차지하는 수출의 경우 약 34% 가량이 감소했는데,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를 고려하면 오랜 기간 동안의 생산 감소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현대 기아의 경우 경제 위기 직전에 중국 공장과 동유럽 공장을 확대하여, 국내 생산 유지 요인을 대폭 줄여 놓은 상황이다. GM대우의 경우 뉴 지엠의 글로벌 생산기지 편입 여부와 상관없이 오펠 매각에 이은 GM유럽의 사실상의 파산으로 전체 수출량의 30~40% 가량이 장기간에 걸쳐 사라질 형국이다.

    이들 기업들은 당장 하반기부터 강한 비용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에 맞추어 얼마 전에도 구조조정을 더욱 강하게 실행해야한다고 미리 거들기도 하였다.

    만약 정부와 사측이 쌍용차에서와 같이 해고를 통한 비용 감축을 일방적으로 관철시켜 나간다면, 이들 자동차 기업들에서는 1998년 IMF 경제 위기 당시의 구조조정 수준보다 더욱 많은 인원을 정리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위기가 동아시아의 국지성 위기라면, 현재의 위기는 전세계적 위기이며, 당시 위기가 미국과 중국의 급성장 속에서 일시적으로 터진 것이라면, 현재 위기는 금융 거품에서부터 미국과 중국의 달라 환류에 이르기까지 세계자본주의의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고가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침이 맞는다면, 현재 다른 자동차노동조합들의 연대 투쟁 방기는 자살에 가깝다. 법정관리인도 이야기하고, 정부도 이야기하는 핵심에는 당장 9월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할 GM대우와 중장기적인 생산 감축을 도모해야 하는 현대 기아 자동차가 있다. 쌍용차는 정부에게 쌍용차 자체적 의미보다도 이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조치 성격이 강하다.

    976명 해고를 위해 파산하겠다는 쌍차, 임박한 것은 파산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승리이다

    이미 1,800 여명을 해고한 상황에서 976명을 더 해고하겠다고 파산까지 언급하는 사측은 이미 파산을 언급한 순간부터 패배한 것이다. 976명의 임금이라고 해봤자 연 300억에 불과하다. 사측이 파업 손실이라고 주장하는 비용의 10분의 1이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공적자금 필요액의 30분의 1이다.

    연 300억 때문에 20만 가까운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받는 쌍용차를 파산시켜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정부와 자본의 옹색한 위치를 말해준다. 현재 쌍용차의 상황은 청산을 하든 말든 책임은 결국 정부에게 가도록 되어 있다.

    이제 문제는 노동자 운동이다. 금속노조의 자동차 기업 노동자들이 얼마나 빨리 연대 투쟁을 조직하여 쌍용차 파업을 엄호할 수 있는가, 제 사회단체들이 얼마나 더 헌신적으로 평택에서 투쟁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선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 투쟁의 향방이 평택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