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가 만든 ‘초식남’, 소통과 공감 필요
        2009년 08월 07일 04: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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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지켜주고 싶은 초식남에게 연애는 ‘불필요한 것’

    전통적인 남성은 육식동물이다. 자연스레 공격적인 모습을 떠오른다.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남성들도 하나같이 공격성과 적극성을 띤 캐릭터다. 이에 반기를 든 이가 있으니. ‘초식남’은 온순하고 자기애가 강하다. 남성의 공격성과 적극성이 거세된 이들이다.

    초식남은 2006년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여성 칼럼리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언급한 이후 <초식남의 연애학>과 <초식남, 여성화된 남자가 일본을 바꾼다> 등이 출판되면서 일본사회의 한 현상이 되었다.

    초식남은 카페를 즐긴다. 소유욕과 성욕이 없는 초식남은 소박한 생활을 한다.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돌진하지도 않는다. 기성세대의 눈에 초식남은 책임감, 권위, 근성 어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존재다.

    초식남은 섬세하고 연약하다. 여자가 지켜주고픈 남자다. 연애보다 독신생활에 충실하다. 연애를 불필요한 ‘감정노동’으로 여긴다. 연애에 들어갈 비용을 자신의 생활에 품격을 높이는 데 보태려 한다.

    이상보다 현실을 택한 초식남, 정치의 문제를 말하다

    ‘신인류’로 표현할 만큼 초식남은 사회현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기성세대처럼 초식남이 책임감과 권위, 근성이 없다며 존재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

    10년 전 그들에게 필요했던 사회공동체의 따스함을 주지 못한 것이 현재 초식남의 형성 계기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변혁이 일어났다. 사회는 급속히 무한경쟁의 시대로 빨려들었다. 시장은 불안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언제든 빈곤계층으로 낙오될 수 있는 상황에서 빈곤상태가 지속됐다. 지금의 초식남들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 집중해 생존을 모색했다.

    ‘이해찬 시대’를 거쳐 첫 발을 디딘 사회는 만능엔터테이너를 주문한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 깨졌다. 돈과 시간이라는 현실은 연애에 대한 낭만도 깼다. 취업 경쟁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내 집 마련은 평생 벌어도 힘들 것 같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창한 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다.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했다. 이들이 현재의 초식남이 됐다.

    정치의 책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한국의 IMF 이후 정치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위기 속에서 복지 확대와 생존을 모색하는 게 아닌 ‘더’ 시장경쟁으로 변했다. ‘더’ 부의 초집중화가 벌어졌다. 시장만능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교정하지 않았다. 잘못된 정치의 역할은 오히려 폐해를 더 부추겼다. 잘못된 정치의 역할이 극에 달했을 때 우리는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대통령의 고백마저 들었다.

    초식남의 99%는 20대와 30대. 88만원 세대와 이해찬 시대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한국의 IMF를 겪은 세대다. 빈곤의 시대에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상이 아닌 현실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의 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연애를 ‘불필요한 감정노동’이라며 포기해야 했다. 경제위기에 무너진 ‘불쌍한 부모’들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이들에게 정치가 한 것은 하나도 없다.

    소통과 공감으로 ‘초식남’과 함께 살아가야

       
      

    지난 4일 종영한 KBS 월화 미니시리즈 <결혼 못하는 남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초식남을 다룬 드라마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초식남 조재희가 여의사 장문정과 88만원 세대 정유진을 만나면서 변하는 모습을 다뤘다.

    초식남 조재희는 언제나 혼자였고 외로움 한 번 못 느껴본 이다. 초식남 재희와 소통과 공감에 노력하고 사랑하는 두 여자 문정과 유진을 만나면서 빗장 걸었던 타인과의 관계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내재된 본심을 드러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 혼자로도 벅차다”는 재희가 문정을 향한 애정과 유진에 대한 걱정은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게 된 것이다.

    초식남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남성일 뿐이다. 초식남과 함께 하는 길은 소통과 공감이다. <반두비>의 이주노동자 카림과 여고생 민서처럼. <결혼 못하는 남자>의 초식남 재희와 여의사 문정 그리고 88만원 세대 유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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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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