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대타협, 한나라당에도 제안"
        2009년 08월 03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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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부터 단식을 시작해 3일로 단식 12일 차에 접어든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홍 의원은 쌍용자동차 농성 현장에서 상주를 시작한 이래 사측과 경찰의 ‘물-식량 반입 차단’ 계획, 협상 중 ‘진압작전계획’을 입수해 폭로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 의원은 특히 지난 2일 폭로한 사측-경찰 합동 ‘진압작전계획’에 대해 “이미 31일 입수했지만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번 메모 입수에 대해 경찰과 사측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측이 진정성 없이 협상에 임한 셈”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3일, 평택 민주노동당 농성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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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희덕 의원(사진=정상근 기자)

    – 3일로 단식 12일 차에 접어들었다. 건강상태는 어떤가?

    = 괜찮다. 몸에 기운이 빠져있기는 하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견딜만 하다.

    – 사측이 노조와 협상 중에 경찰과 함께 도장공장 진압계획을 세웠다는 메모를 폭로했다. 메모를 작성한 시점이 31일임을 감안하면 협상 초기부터 ‘결렬’을 염두에 두고 진압계획을 세운 셈이다. 메모를 보고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가?

    = 어처구니없었고, 분노를 느꼈다. 속상했다. 원래 교섭을 하게 된다면 그 기간 동안만이라도 물길을 열고 조합원들에게 물과 음식, 가스 등을 제공했어야 했다. 그게 인도적 의례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쟁 중에도 휴전기간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사실 메모를 발견한 시점은 31일 당일이었다. 그런데 노사 협상중이라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메모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경찰은 이 메모에 대해 발뺌하고 있는데 예상했다. 상투적인 반응이다. 교섭기간에 이러한 진압작전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사측이 진정성 없이 협상에 임한 셈이 된다.

    – 도장공장안에서는 노동자들이 70일이 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3일 현장 상황을 들은 것이 있나? 내부는 어떤 상황인가?

    = 굉장히 어렵다.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전에 에어컨 냉각수를 받아 끓인 뒤, 이를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기까지 끊었기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 결렬 이후 어제부터 선무방송이 이어지고 있고 공권력은 침탈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최루액도 ‘진액’으로 뿌렸다고 한다.

    내부에서는 불도 안 들어와 촛불을 켜고 생활한다. 때문에 노조가 계속해서 사측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저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붙이면 내부 노조원들은 격앙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우려스럽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2일, 사측의 일방적인 협상결렬 선언이 있었다. “구조조정을 받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했는데, 사측의 이같은 논리를 어떻게 보나?

    = 사측은 힘이 있다. 용역업체 직원도 있고, 구사대도 있고, 경찰도 있다. 안의 노동자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사측은 힘의 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날자가 지날수록 상호간의 손실은 막대하지 않나? 이미 사측이 말하는 구조조정은 다 된 상황이다. 게다가 노조가 이번 협상에서 무리한 안을 제시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측은 계속해서 협상을 하다가 1일 갑자기 ‘6대4’를 제안했다. 총 390명만 고용하겠다는 것인데, 그나마도 ‘불안한 고용’형태이고 나머지는 아예 ‘명예퇴직’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이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나? 안에서 제비뽑기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동고동락하는 내부 노조원들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일이다.

    – 이번 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제시한 안이 ‘노조무력화’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 그건 초반부터 그래왔다. 사실 그게 가장 클 것이다.

    – 이번 협상기간에도 정부는 ‘방관자’의 위치에 서 있는데?

    = 팔짱만 끼고 있다. 답답한 것이 자기들은 ‘노사간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근본적으로 이런 사태를 만들어 낸 것은 정부다. 이전 정부건 지금 정부건, 상하이차에 쌍용차를 매각한 것이 정부인데 지난 정부 일이라고 팔장만 끼고 있는 것이 정부인가?

    정부의 이같은 행태는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상 그 시작을 알리는 쌍용자동차에서 노조의 저항을 무력화 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일종의 시범케이스라는 것이다. 때문에 노조에서도, 민주노총에서도 물러날 수 없는 것이다.

    – 3일 새벽 진압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다행이 아무일도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 진압은 쉽지 않다. 도장공장은 화약고다. 함부로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린다. 용산참사도 저렇게 지탄을 받았는데, 무리한 진압을 한다면 정말 무식한 정부다. 다만 이대로 사태가 장기화 되어서 노조원들을 ‘말려죽이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

    – ‘대화 재개’밖에 길이 없는데, 정치권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대화를 해야 한다. 지금 강기갑 대표 등이 야4당을 조직해 쌍용자동차 문제에 관해 교섭을 권고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조직하고 있다. 막판 대타협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에도 제안을 했지만 받을지는 모르겠다. (민주당은?)오늘 이 자리에 홍영표 의원도 오지 않았나? 얘기가 잘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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