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껌, 아이스크림 많이 팔아줬는데,
    골목에서 서민들 죽이는 나쁜 기업”
    By mywank
        2009년 08월 03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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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옆이 롯데슈퍼인데 이제 폐업해야 되지 않겠나. 당장 매출이 70% 이상 떨어질 것이다. 그동안 껌, 아이스크림 등 롯데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팔아줬는데…. 그런데 오히려 영세상인들을 죽이고 있다.”- 10년 째 상계 2동서 ‘영계슈퍼’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

    “정말 야비한 행동이다. 상식적으로 같은 제품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마크를 단 것 중 소비자들이 어느 것을 선택하겠나. 영세상인들은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13년 째 상계 7동서 ‘오마트’를 운영하는 남 아무개 씨

    “70살인 내가 왜 데모하러 나서겠느냐. 그동안 독거노인들도 도우면서 신용 한번 잃지 않고 가게를 운영했는데…. 골목에서 서민들의 생존권 빼앗고, 죽이는 기업가는 기업가도 아니다. 롯데는 정말 ‘나쁜 기업’이다.”-20년 째 상계 7동서 ‘총각슈퍼’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

       
      ▲노원지역 상인들이 롯데슈퍼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마들연구소 제공)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노원지역 상인들이 4일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 입점에 반대하며, 가게 문을 닫는 ‘철시 투쟁’(철시 市 : 시장이나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아니함)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투쟁에는 상계 2동과 7동 지역 슈퍼마켓 등 10여 곳의 상점이 동참할 예정이다.

    골목을 점령한 ‘괴물 수퍼’

    현재 노원지역에서만 1,500억원(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포함, 2008년 기준)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주)롯데쇼핑은 지난달 25일 상계 7동에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를 ‘기습 오픈’한데 이어, 상계 2동에도 개점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앞서 (주)롯데쇼핑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지난달 24일자 <문화일보>, <아시아경제> 등 일부 일간지에 “노원구 상계 7동 등 서울지역 3곳의 롯데슈퍼 입점을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내용의 ‘거짓 정보’를 흘려 원성을 사기도 했다.

    결국 입점예정지 반경 700m 이내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지역상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까지 ‘골목상권’에 뛰어든다면, 노원지역 영세상인들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계 2동과 7동에는 30여곳의 영세 슈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들연구소(이사장 노회찬)와 ‘상계동 롯데슈퍼 입점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롯데슈퍼 입점지역 상인 44명(평균 25.5평 가게 운영)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자세한 내용 보기)는 지역 상인들의 우려를 잘 나타내 준다.

    지역 상인 100%, 경영 악화 우려

    설문에 참여한 100%의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으로 ‘경영활동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매출은 하루 평균 90만원에서 48만 4천원으로 46.2%, 고객 수는 하루 평균 180명에서 90.7명으로 49.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이들의 위기의식은 심각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에 들어선 ‘롯데슈퍼’ (사진=마들연구소 제공)

    상계 7동에서 ‘기성 홈마트’를 운영하는 이상한 ‘비대위’ 대표는 3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상계 7동 롯데슈퍼 주변에 있는 한 가게의 경우, 예전에는 매일 우유를 10개 정도 팔았지만 이제는 1개도 못 팔 지경”이라며 “롯데슈퍼에는 생선도 팔고 제과점도 있는데, 슈퍼들뿐만 아니라 주변 영세상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 이미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가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슈퍼까지 들어서겠다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하루 벌어 살아가는 영세상인들의 ‘철시투쟁’은 정말 생존권을 건 최후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우유 1개도 못 팔아"

    유성재 마들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롯데 측에서는 ‘롯데슈퍼가 들어서면 지역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입점 시 ‘고용을 축소하거나 폐업을 하겠다’는 상인들이 많아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롯데슈퍼가 들어선 상계 7동의 경우, 대부분의 영세슈퍼의 매출이 30% 가량 급감하는 등 영업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슈퍼 앞에서 상인들이 입점 반대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마들연구소 제공) 

    노원지역 상인들의 ‘철시투쟁’은 4일 오전 10시부터 하루 동안 이뤄질 예정이며,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개점 준비가 마무리된 상계 2동 롯데슈퍼 앞에서 ‘입점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중순부터 노원구청 항의방문 및 각종 집회 행진을 통해 롯데슈퍼 입점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한편 지난달 15일에도 청주지역 12개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과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무분별한 입점에 반대하며, 하루 동안 ‘철시투쟁’을 벌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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