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대우차 방식 따르나
    By 나난
        2009년 08월 03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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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사측이 교섭 결렬을 선언한 지 하루만인 3일 새벽 단전 조치와 진압작전 시나리오 등으로 공권력 투입이 예상됐지만, 이날 오전까지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다. 하지만 노사 교섭 결렬과 이탈자 증가, 협력업체의 조기파산 요청 계획 등으로 쌍용차는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입수한 경찰 제3격대의 작전계획 메모에 따르면 경찰은 노사가 교섭을 하고 있던 지난달 31일부터 공장 진입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찰 투입시기는 3일 새벽 5시였다. 때문에 교섭이 결렬되고, 경찰이 지난달 6일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이 만료되는 3일 새벽 5시 공권력 투입이 점쳐졌다. 경찰이 강제 집행은 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남았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사측의 단전조치로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전화기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 세계)

    사측은 2일 오전 도장공장에 대해 단전 조치를 내렸다. 공장 내 설비 보전을 이유로 전기만은 끊지 않았던 사측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를 끊은 것이다. 전력 공급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도장공장의 특성상 단전 후 설비를 다시 하는 데에는 단전된 시간의 배의 시간이 소요돼 그만큼 공장 정상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회사 "인권위 조치 정당성 인정 어려워"

    사측은 단전 조치에 대해 “점거된 공장으로 제공되는 전력비를 포함한 유틸리티 비용만 매달 약 7억원의 비용이 발생된다”며 “회사는 물론 협력업체 채권단의 추가적인 손실 방지를 위한 단전, 단수 등의 조치는 점거사태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농성자들은 언제든 공장 밖으로 나와 필요한 물품들을 획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자발적인 의지로 그러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단전 단수 등의 조치와 관련한 인권위의 구제조치 요청에 대해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노사 교섭은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는 “결렬을 선언하자마자 도장공장의 전기를 끊고 용역과 구사대를 배치했다”며 “그 동안의 협상이 명분쌓기용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4일간 마라톤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다. 노사는 6개월 무급휴직안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번복하고 50% 무급휴직을 고수하며 정리해고 강행 입장을 취했다. 여기에 협상이 진행 중인 31일 경찰과 사측의 공동 진압작전을 세웠다.

       
      ▲쌍용차 사측은 지난 3일 오전 일방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사진=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편 교섭 결렬 이후 이틀 새 농성을 빠져나간 조합원들이 98명에 이르는 등 내부적인 동요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찰이 강제집행에 나선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탈한 32명의 3배가 넘는 수치로, 공장 점거농성 이후 8월 3일 현재까지 총 161명이 농성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70여일을 함께 한 조합원들의 이탈을 강제적으로 막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가 힘든 상황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뜻을 존중해주고 있다.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이탈 현상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청산형 회생계획

    한편, 사측은 협상 결렬을 선언과 함께 이미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마련 중에 있다. 사측이 말하는 청산형 회생계획이란, 기업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이다. 이는 자산 처분을 통해 회수한 금액을 채권자에게 나눠 갚는 것으로 이 절차가 끝나면 회사는 해산된다.

    쌍용차 최진홍 차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법률적 의미에서 회생이라는 부분은 갱생형 회생과 청산형 회생이 있다"며 "이번 쌍용차의 청산형 회생계획은 청산을 목적으로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청산 이후의 대안과 관련해 "자산이 청산된다는 것은 쌍용자동차가 없어진다는 것으로 그 이후의 회생 방안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GM이 GM대우로 탄생한 것처럼 ‘굿 쌍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지난 2000년 법정관리 중이던 대우자동차는 법원에 의해 불량 자산을 처분할 ‘올드 컴퍼니’와 우량자산을 편입한 후 제3자에게 매각할 ‘뉴 컴퍼니’로 나눠졌으며, 이후 ‘뉴 컴퍼니’는 GM으로 매각돼 ‘GM대우’로  출범한 적이 있다. 

    최악의 선택?

    이에 이번 쌍용차 사측의 청산형 회생계획안은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가 최근에 "(위장)파산을 시켜, 노동자를 해고하고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이와 관련 "만약 정부가 (위장)파산과 제3자 매각방식으로 이 사태를 처리하려고 한다면 사람 자르는 것은 수월해지겠지만 숙련된 인적 자원을 파괴하는 아주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 청산형 회생계획안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청산"이라며 "600여명의 해고 직원들로 인해 회사가 파산해 4,500명 임직원과 20만 부품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생계가 끊기게 됐다"며 모든 책임을 해고를 거부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돌렸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회사는 공장정상화에는 사실상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오직 정리해고를 관철하고 노조를 꺾었다는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해고를 피하면서도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택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노사는 4일간의 마라톤협상에서 △노조의 동의 없는 분사계획 철회 △영업파견 직원에 대한 정착지원금 지급 △무급휴직 후 순환휴직 실시 등의 내용에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2일 새벽 정리해고 대상자 중 40%만에 대해 고용관계 유지 입장을 주장하며 돌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부품협력사, 5일 파산 요청서 제출

    여기에 600여 쌍용차 부품협력사가 누적 적자가 더 커지기 전에 밀린 납품대금을 받겠다며 오는 5일 법원에 조기파산 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쌍용자동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정당 모임은 “파산만은 막아야 한다”며 사측에 “협상을 시작할 때 합의했던 대타협 정신을 기본으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역시 사측의 일방적 교섭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3일 오전 10시까지 사측에 구조조정 최종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측은 “(공권력 투입을 포함해) 회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는 다 취했다”며 “불법 점거 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 임직원들이 직접 도장공장으로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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