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낮에 칼퇴근할 강심장 있을까?
    학생들 잠만 빼앗는 지옥 같은 제도”
    By mywank
        2009년 07월 31일 0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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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는 게 힘든데, (서머타임이 시행되면) 더 피곤할 것 같다. 별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걸 왜 다시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직장인 손 아무개 씨

    “이제 0교시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을 아침에 일찍 등교시킬 명분이 생길 것이다. 서머타임이 시행되어도 학생들은 ‘야자’ 때문에 일찍 집에 가지 못한다. 결국 학생들의 잠만 빼앗는 ‘지옥’ 같은 제도가 될 것이다.” – 고등학생 김 아무개 군

    “지난 80년대에도 서머타임을 겪어 봤는데, 시행될 때와 폐지될 때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중장비를 운전하는 기사로써 몸 상태가 좋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 또 새벽 4~5시부터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 타워크레인 기사 송 아무개 씨

    이명박 정부가 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20여년 만에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머타임은 여름철 일광시간의 효과적 활용과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표준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제도지만, 이에 따른 여러 혼란과 불편이 발생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반발 여론이 거세다.

    20여 년 만에 서머타임 부활 논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9일 19세 이상 전국의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p)를 벌인 결과, 서머타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46%로 찬성 의견(38.2%)보다 7.8%p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경제활동을 하는 30대(55.2%)와 40대(52.3%)의 반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두드려졌다.

       
      ▲1시간 앞당겨진 우리의 일상은? (사진=손기영 기자) 

    서머타임은 ‘일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잠에 들어 등화를 절약하고, 일광을 장시간 쬐면서 건강을 증진한다’는 근거로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뒤, 유럽의 여러 나라들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4∼1961년과 서울올림픽이 있던 지난 1987∼1988년 두 차례 실시했었으며, 현재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서머타임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서울대 경제연구소 등 7개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에너지 절감, 출퇴근 시간 분산 등으로 발생되는 경제적 이익이 매년 1,362억 원이고, 절약한 1시간으로 자기 계발은 물론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등 생활패턴의 근본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는 10월 시행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전경련 등 재계에서도 내수경기 활성화 및 소비 증진 등의 이유로 서머타임 시행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행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불편으로 발생되는 비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문화와 사회적 관습이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와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등의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 내수 진작 효과 없어"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31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서머타임 시행의 근거로 에너지 절약과 내수 경기 활성화를 들고 있지만, 별로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우선 ‘독일 연방에너지와 수질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서머타임 실시 이후 낮 시간이 길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위기 때문에 지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시간을 1시간 앞당긴다고 내수 경기가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것은 일부 고소득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서머타임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동경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어 이미 연중 내내 약 30분 정도의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서머타임을 시행하면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앞당겨지는 것이어서 신체리듬이 깨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 등에 서머타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longleg(닉네임)’는 “서머타임제도가 아니라, 조기출근제도”라고 비아냥거렸으며, ‘블루해피리치(닉네임)’는 “국민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관심 없고, 기업의 경제적 이익만 챙기는 서머타임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한다.

    "서머타임이 아니라 조기출근제도"

    ‘열쒸미차카게(닉네임)’은 “회사 입장에서는 1시간 더 일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출근은 정확히 해도 대낮 같은 시간에 칼 퇴근할 ‘강심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역시 명박스러운 ‘기업 프렌들리’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kim john(닉네임)’은 “서머타임을 생각하면, 80년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도 못 먹고 학교에 다녔던 기억부터 난다”고 밝혔다.

    한편 서머타임 부활에 대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정부는 “경제계, 노동계 등과 함께 대대적인 ‘정시퇴근 실천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별다른 규제 방안 등은 마련되지 않아, 일선 기업체나 작업 현장 등에서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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