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등록금 걱정없는 세상 열리나?
        2009년 07월 31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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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내년 2010년부터 전격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스로는 ‘학자금 안심 대출’라고 칭하는데, ‘등록금 후불제’입니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교수노조와 등록금넷 등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등록금 후불제입니다.

    그래서 당장 내년부터는 재학 중 대학등록금 걱정없는 세상이 열립니다. 형편이 되는 집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선불하면 되고, 형편이 안되는 집은 대출받아서 낸 다음에 소득이 생기면 갚으면 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해 대학총장,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신용유의자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취직하여 소득이 어느 정도 되면 ‘원천징수’ 형태로 갚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학 재학이나 미취업 상태에서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되는 비극이 사라지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학교 다닐 동안에는 ‘돈 걱정없이 공부하는 세상’이 열리는 겁니다. 대학교육의 기회 균등이 실현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성과, 하지만 정부여당에게 박수 쏠릴 듯

    이번 발표는 ‘긴급 브리핑’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팀을 꾸려 준비하다가 갑자기 발표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고려가 있지 않았나 추정됩니다. 최근의 민생행보 및 잇따른 대통령의 사교육비 발언에도 불구하고, MB 교육에 대한 원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여겨지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등록금 후불제 실시는 큰 변화입니다. 현재의 고부담 선불제에서는 돈 걱정으로 허리가 휘는데, 그럴 일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공을 정부여당이 챙기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후불제를 제안하고 운동을 전개한 건 교수노조와 등록금넷 등 시민사회단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처음으로 제안한 교수노조는 이 사안을 가지고 전국을 걸어다니는 국토대장정도 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여러 단체들로 구성된 등록금넷에서 간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교수노조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노고를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고생은 누가 하고 공은 누가 챙기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학등록금 부담의 반값을 정말 하는구나”라며 정부여당만 박수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학점 제한과 대출 이자율 등 몇 가지 보완되어야

    정부 방안대로 하면, 연소득이 4800만원 이하이고 C학점 이상 되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은 전액, 생활비는 연 2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졸업과 취직 후 정부가 정하는 일정 소득을 넘으면 그 때부터 원천징수 형태로 상환합니다. 예컨대, 정부 기준이 연 2천만원이면, 연봉 2천만원을 넘은 시점부터 10만원이나 20만원의 원리금이 매월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겁니다. 물론 일반대출처럼 목돈이 생기면 조기상환도 가능합니다.

    다만,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첫째, 신청기준이 C학점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게 불합리합니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ICL)’, ‘등록금 후불제’ 등 뭐라고 칭하든 간에, 공히 학교 다닐 동안에는 돈 걱정 없어야 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적으로 제한을 두는 건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적 기준을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선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둘째, 대출 이자율이 좀 더 인하되어야 합니다. 정부 방안대로 하면, 앞으로 5% 안팎으로 매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4% 초반대도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후불제의 재원을 국채로 조성하는 관계로, 시중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와 다릅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는 정부예산으로 재원을 조달한다고 정부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낮은 금리도 가능합니다. <2008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04-2005학년도에 영국은 2.7%였고, 호주는 2.4%였습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출 이자율 5%가 적게 보일지 모르나, 복리이기 때문에 실제 상환하는 원리금은 많습니다. 그러므로 국채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라도, 차츰차츰 정부예산을 직접 투입하여 이자율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 그리고 누진세 형태냐 아니냐 등의 상환 방식이 사회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장치도 필요

    정부 입장에서도 두 가지가 보완되어야 합니다. 첫째, 보다 투명한 소득 파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원천징수 형태로 국세청이 징수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월급쟁이만 유리지갑’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가 실제 소득보다 낮게 허위로 소득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돈은 많이 벌지만 상환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포착 및 징수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부가적으로는 조기상환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컨대, 상환기간이 한 5년 정도 남았지만 1천만원의 목돈이 생겨 미리 갚을 경우, 이자를 일부 경감시켜주던가 아니면 원금 일부를 제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즉, “돈 생겼을 때 빨리 갚으면, 돈도 절약하고 채무 부담도 줄인다”라고 인식하도록 하여, 채무불이행을 줄여야 하는 겁니다.

    둘째,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인상을 보다 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2009년이야 경기침체 등으로 사실상 동결이지만, 2008년 국공립대 8.7%, 사립대 6.7% 등 작년까지는 물가인상률보다 높게 올린 바 있습니다. 이런 일이 더 쉽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번 후불제가 소득 상위 30%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상위 30%는 여전히 선불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적용받는 대학생 중에서도 선불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이들로 인해 대학들이 쉽게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 30%는 연소득 4800만원 이상입니다. 이들은 400만원 하던 등록금이 20% 올라 480만원이 되어도 지불할 수 있습니다. 점차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이 진학하는 일류대일수록 등록금 이야기가 줄어든 게 그 반증입니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는 자칫 ‘평균 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일부 대학의 의학계열이 천만원이 넘어 ‘등록금 천만원’이라 명명하는데, 2009년 평균은 국공립대 419만원, 사립대 742만원입니다. 그런데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와 학생의 무저항이 만나면, 모든 등록금이 천만원대에 접어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취직하여 소득이 생긴 다음에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럽습니다.

    더구나 등록금의 가파른 인상은 국채가 늘어나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후불제 이용자를 10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대학생의 54%이니, 모두장학금을 빼면 한 최대 4-5조원 정도입니다. 이 돈만큼 매년 국채로 쌓이는데, 등록금 인상률만큼 더 늘어납니다. 물론 상환이 이루어지면 국채의 누적액이 줄어듭니다.

    문제는 늘어나는 힘과 줄어드는 힘 중에서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겁니다. 대출 이자율은 복리이고 등록금 인상률은 일종의 단리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자율은 4%대, 등록금 인상률은 10% 넘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더구나 대출금 회수는 등록금 인상보다 나중에 이루어지며, 전액 회수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이유들로 대학등록금에 대한 적정한 선을 그어줘야 합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대학등록금 자율화’ 이후 매년 가파르게 오른 바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자유롭게 운전하더라도 제한속도와 중앙선은 지켜야 하는 것처럼, ‘등록금 자율화’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정한 적정선을 준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과 호주는 액수 상한제입니다. 뉴질랜드는 매년 5%로 인상률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적인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액수나 인상률에 상한선을 두어야 할지 모릅니다.

    교수노조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린 의외로 관성의 법칙을 많이 따릅니다. 기존에 생각해왔던 것과 다른 게 나오면, “오, 그거 괜찮은데”보다 “뭔 소리야? 미쳤나!”가 먼저 튀어나옵니다. 파리의 택시운전사가 무상교육을 말했을 때도 그랬고, 몇몇 선생님들이 대학서열이나 학벌사회를 언급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2005년 겨울 교수노조가 처음 대학등록금 후불제를 들고 나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보완이 필요하지만, 후불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등록금을 내는 당사자가 아니지만, 제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방안을 만들고 전국을 걸어다녔던 박OO 선생님, 강OO 선생님, 김OO 선생님 등 교수노조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본받아, 앞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뭔 소리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예컨대, “병원비는 후불인데, 학원비는 왜 후불이 안되나”라고 하여 “미쳤나?” 소리와 만나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쩌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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