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암물질의심? 엽서 한 통만
        2009년 07월 30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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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발암물질은 400종 이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6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찾아내지 않으면 막을 수도 없다. 정부는 소극적이다. 전문가들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발암물질 감시 운동의 중요성과 대책, 외국 사례, 현장과 결합된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전문가의 글을 7차례 연재한다.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에도 동시에 실린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들어가며 : 한국에서 발암물질감시운동이 시작되다
    2. 유럽 신화학물질관리제도 (REACH) 도입배경과 경과
    3. 유럽 시민사회단체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 대한 적극적 대응
    4. 유럽 노동조합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 대한 적극적 대응
    5. 다시 한국에서, 문제는 무엇인가?
    6. 한국의 발암물질목록은 시민과 노동자의 공동작품이 되어야한다
    7. 마치며 : 발암물질감시운동, 현장에서부터 함께하자

    지난주에는 우리나라의 협소한 발암물질 목록을 바꿔내는데 있어서 시민과 노동자의 공동작업 필요성을 얘기했다. 그리고 최근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에서는 시민과 노동자 공동의 발암물질 목록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함께 해야 할 몫에 대해 얘기할 차례이다.

    현장의 확실한 발암물질만 35개

    현장에는 수많은 발암물질들이 존재한다. 이 물질들은 후두암, 폐암, 중피종, 혈액암(백혈병, 림프종), 간암, 피부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전문가 및 단체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인 CHE(The Collaborative and the Environment)에서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의 목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85종의 물질들이 폐암을 일으키는데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아직 증거가 불충분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있거나 상당한 증거가 있어서 발암물질로 볼 수밖에 없는 물질들이 35개나 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석면과 같이 잘 알려진 물질도 있고, 굉장히 낯선 물질들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알루미늄이나 절삭유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도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물질의 독성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논란도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종에서 너무 많은 폐암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 직업 자체를 암의 위험이 있다고 본다.

    알루미늄 제품 생산 업종의 폐암에 대해서는 CHE 뿐만 아니라 국제암연구소와 같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조직도 입장이 동일하다. 도장공장에서 사용되는 솔벤트(유기용제) 같은 물질들도 개별적인 독성은 잘 모르지만, 그 업종에서 폐암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절삭유의 경우는 폐암 뿐 아니라 후두암과 피부암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발암물질 목록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시작된 만큼, 내년부터는 현장의 노동자들도 어떤 물질이 발암물질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올해부터 이미 감시운동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는 발암물질정보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발암물질감시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발암물질 독성과 사용실태 및 국내외 규제 등의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녹색병원 연구소에서는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현장의 발암물질 실태를 진단하는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가장 먼저 금속노조가 나섰다. 금속노조는 우선 20개 지회를 정하여서 연구원들의 방문조사를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성분들을 발암물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발암성 성분을 함유한 물질을 찾아낸 후,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발암물질이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장에는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있으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노동자들이 알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환기시설이 부족한 곳도 많이 있어서, 위험하다는 진단이 내려지는 사업장들도 발견되고 있다.

    화학섬유연맹,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연맹 등에서도 발암물질진단사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진단사업은 9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결과는 10월말 쯤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시범조사이기 때문에 약 40-50개 사업장만 조사할 예정이지만, 내년부터는 사업장의 발암물질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작업환경측정이나 특수건강검진이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느낀 현장이라면, 내년부터 발암물질진단사업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엽서를 통해 현장의 암을 찾아내자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암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3명 중 1명, 여성의 경우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암은 이제 희귀한 질병이 아니다. 이미 현장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암이 발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암은 개인적인 질병으로 치부되면서 그 규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발암물질에 대한 무지 때문에, 직업적인 노출로 인해 발생된 암 조차 산재신청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서 발생되는 다양한 암을 찾아내고 직업관련성을 규명하여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것은 발암물질감시운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에서는 이 때문에 암신고엽서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사업장의 노동조합에서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로 암신고사업 참가신청을 하면, 사업장에 암신고엽서를 보내준다.

    암신고엽서를 받은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준 후 암신고엽서를 부서별로 비치한다. 조합원들은 그동안 본인이나 부서에서 암이 발생된 사례가 있으면 상세히 적어서 엽서를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에서는 업종별로 노동자들에게 발생된 암을 집계하여 통계를 작성하고, 직업성 암이 의심되는 경우 산업의학 전문의나 법률전문가가 직접 조합원에게 전화를 하여 산재신청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발암물질 없는 현장을 위해

    발암물질을 생산하지 않는 이상, 발암물질은 현장에서 몰아낼 수 있다. 수많은 대체물질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물질을 찾는 동안이라도 환기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어서 쓸데없이 노출되지 않도록 막을 수도 있다.

    노동자들에게 발암물질이 무엇인지 알려주기만 해도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을 안 먹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 한 명이 발암물질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할 때 찾아올 것이다. 조합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발암물질을 몰아내고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조합에게 요구되고 있다.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를 대표하여,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가 동지들에게 당부한다. 발암물질로부터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들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활동에 나서자. 발암물질 진단사업과 암신고엽서 사업에 동참하여 우리 현장의 조합원 인식을 높여내고, 발암물질 없는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보자.

    현장에서 발암물질을 몰아내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발암물질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지켜주는 길이 될 것이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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