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대리투표는 명백한 범죄” 그러나…
        2009년 07월 30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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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29일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초등학생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 위원장을 무리하게 연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국 PD 아빠를 둔 초등학생 딸은 경찰의 강제 연행 상황을 침착하게 사진으로 담았고, 언론은 현장 상황을 사진기사로 내보낼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회 언론법 처리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최상재 위원장 같은 이들을 잡아들이는 데 열중했지만, 정작 불법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론법 처리 과정은 불법으로 얼룩져 만신창이가 됐다. 여당과 야당 모두 ‘불법성’을 역설하고 있다.

    언론도 불법 논란에 공감했지만, 해법은 달랐다.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불법으로 얼룩진 언론법은 ‘원천 무효’라는 언론도 있지만, 그냥 국민에게 용서를 빌고 넘어가면 안 되겠느냐는 속내를 담은 ‘근엄한 코미디’를 해법으로 내놓은 언론도 있었다.

    다음은 30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공안형 경범죄’ 급증>
    -국민일보 <국정원, 현 정부 인사 실태 내사>
    -동아일보 <‘해고자 일부 구제’ 쌍용차 노사 접근>
    -서울신문 <온난화의 저주?…벌레가 몰려온다>
    -세계일보 <‘인감증명’ 없어진다>
    -조선일보 <초기 갑상선암 치료/ 한 "수술합시다" 일 "지켜봅시다">
    -중앙일보 <노총 탈퇴하니 파업 사라지고 임금 늘어났다>
    -한겨레 <컨설팅 열 번에 350만원 입학사정관제 ‘고액 과외’>
    -한국일보 <금리인상 "아직은" 버블규제 "이제는">

       
      ▲ 경향신문 7월30일자 1면.  
     

    한나라당이 몸이 달았다. 처음에는 언론법 국회 강행 처리로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봤다. 민생대책을 연이어 쏟아내면 국민 시선이 언론법 무효 공방보다는 여당의 대책에 시선을 돌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당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증거와 자료가 속속 드러나면서 언론법 처리 불법 논란은 대충 덮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졌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경향신문은 30일자 1면 <한나라 지지율 급락>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의 후폭풍이 지지율 하락의 동인이 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정당 지지율은 다시 민주당에 역전당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10% 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언론법 처리 불법 논란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걷잡을 수 없는 여론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도 인정한 언론법 ‘불법 투표’

    한나라당은 강공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이 언론법 투표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영상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겨레는 6면 <민주당 ‘대리투표 조사’ 압박 / 한나라 ‘투표방해 조사’ 역공>이라는 기사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표결 과정에서 전자투표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민주당의 행위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리투표식 투표방해 범죄행위’라고 강도 높게 민주당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리투표식 투표방해 행위가 벌어졌다고 여당 원내대표가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3면 <한나라, 투표 방해 동영상 공개>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불법 투표방해 행위 진상조사단’ 소속 박민식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민주당의 투표방해 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면서 “동영상을 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기들이 대리투표를 해놓고 덮어씌우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불법 대리투표 증거를 공개하자 한나라당도 불법 대리투표 증거를 공개하는 맞불을 놓았다. 불법으로 얼룩진 언론법은 시행하기도 전에 정당성과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사무처, CCTV 증거제출 거부는 잘못

       
      ▲ 세계일보 7월30일자 5면.  
     

    한국일보는 4면 <보수도 진보도 "미디어법 누더기로">라는 기사에서 “신문법, 방송법, IPTV법이 강행처리 끝에 통과는 됐지만 막판 여야 논의과정에서 갑자기 이뤄진 수정과 절충으로 인해 사실상 ‘부실 덩어리’로 탄생했다는 지적이 찬반 진영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출신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언론법 처리 불법 논란을 풀어줄 국회 CCTV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CCTV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거부하고 있다. 중요한 증거물을 감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다.

    세계일보는 5면 <"CCTV 자료제출 거부는 잘못">이라는 기사에서 “국회 입법조사처가 29일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투표 행위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국회 사무처의 입장이 잘못됐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대리투표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미디어법은 무효"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법이라고 언론법 처리 과정을 진단했다. 물론 불법의 당사자로 지목한 대상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다.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은 민주당 반응은 흥미롭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리투표가)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미디어법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공 드라이브는 자신을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법 처리 과정이 불법으로 얼룩졌다는 점은 여당과 야당 모두 인정하고 있다. 불법의 주된 주체가 다를 뿐이다. 한나라당의 이번 선택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지했기 때문인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논조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불법 증거 드러나는 데도 대법관 출신 이회창 "법적 문제 없다"

       
      ▲ 조선일보 7월30일자 4면.  
     

    조선일보는 4면 <"투표방해" "대리투표"…진실은?>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공개한 투표방해 영상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면 대법관 출신 <이회창 "방송법 재투표, 법적 문제없다">라는 기사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9일 방송법 재투표 논란에 대해 ‘효력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헌정사상 초유의 대리투표 행위라고 주장한 언론법 처리 과정을 대법관 출신이라는 한나라당 총재 출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법적 문제없다”고 밝혔고, 조선일보는 이를 기사로 처리했다.

    불법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언론법은 그냥 시행하면 안 되겠느냐는 읍소 전략일까. 중앙일보 반응은 더 흥미롭다. 중앙일보도 10면에 <이회창 총재 "방송법 재투표 효력엔 문제 없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 "대리투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 빌자"

       
      ▲ 중앙일보 7월30일자 사설.  
     

    중앙일보 <국회가 헌재와 검찰의 하부 기관인가>라는 사설은 언론법 처리 과정에서 국민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중앙은 “TV 앞에서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투표 방해, 남의 투표 대신하기를 보여줬다”면서 “국민 앞에 백 번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대리투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 국민의 투표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로 처벌 받을 터인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일을 했는데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언론법 처리에 긍정적 논조를 보였던 중앙일보가 언론법 대리투표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한 셈이다. 중앙일보의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다. 중앙일보는 “이 문제는 거리에 뛰쳐나가 떠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효 결정을 받아내든 법을 다시 고치든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헌법재판소나 검찰에만 떠넘기는 것도 국회의 권위를 허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권·언 야합 미디어법, 정당성 인정 어려운 형국"

       
      ▲ 경향신문 7월30일자 사설.  
     

    민주당의 장외투쟁 중단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마땅히 자율적으로 이번 사태의 전말을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그 결과를 놓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적으로 사태의 전말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우리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다면 언론법은 ‘합법’이 되는 것일까. 경향신문 시각은 전혀 다르다. 경향신문은 <밀어붙인다고 ‘미디어법 무효’ 덮을 수 있나>라는 사설에서 “권·언 야합의 산물인 미디어법에 대해 국민 다수가 납득하지 않고 있는 데다 통과 절차마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권 차원의 조급함과 강박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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