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왜 조봉암인가?
        2009년 07월 29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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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진보진영의 화두는 단연 ‘조봉암’이었다. 오는 31일로, 간첩혐의를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을 죄목으로 이승만 정부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지 50년을 맞는 죽산 조봉암에 대한 토론회가 이날 진보진영 곳곳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노동당 세새상 연구소가 이날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21세기 진보정치와 죽산 조봉암의 재조명’을 주제로 토론회의 첫 테이프를 끊으며,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중심이 된 복지한국 미래를 여는 사회민주주의연대에서 ‘조봉암, 건국의 주역인가 간첩인가’를 주제로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가 역시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의원회관에서 ‘조봉암과 21세기 진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이날 하루 동안에만 ‘조봉암’을 주제로 세 건의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주최의 조봉암 토론회(왼쪽)와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주최의 조봉암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왜 조봉암일까? 조봉암은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민주헌정질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진보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대중의 권익 실현’, ‘책임정치 구현’, ‘평화통일’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슬로건으로 1956년 대선에 참여해 23.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진보정당운동의 가능성을 입증해 낸, 한국진보정당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조봉암이 지닌 이와 같은 상징성에, 마침 억울한 ‘사법 살인’을 당한 지 50년 주년이라는 시의성, 그리고 2009년 진보정당운동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공이데올로기가 판치는 1950년 대 이승만 정권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진보정당운동에 부분적 성과를 거두었던 그에 대한 평가는 자연스럽다.

    왜 조봉암일까?

    장석준 진보신당 미래상상 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진보신당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 역사 속에는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좌파 정치가 존립한 기간 자체가 지극히 짧고 불연속적이었음에도 조봉암은 예외적으로 돌출해 명멸했다”며 “조봉암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너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너희 시대의 조봉암’이라는 것 아닌가”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각 진보세력들의 조봉암 해석에 어감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민주주의연대는 토론의 주제처럼 조봉암이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초대의 글을 통해 “조봉암은 희생자이기 이전에 커다란 성취를 이루었고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으며 이 나라와 국민의 삶에 실제적 은덕을 끼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다시피 조봉암은 제헌국회 의원으로, 헌법기초위원으로서 참여해 대한민국 헌법을 만들고,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을 주도했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 보장되고 자유로운 나라의 초석이며, 농지개혁은 60년 동안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자’로서의 조봉암, ‘정권에 의한 사법살인에 대한 복권’의 관점에서 조봉암에 토론회에 포커스를 맞췄다. 토론회에서는 조영건 6.15실천남측학술명예위원장이 ‘6.15통일시대와 죽산 조봉암’을 조명하며 김한성 연세대 교수가 ‘조봉암의 법살과 국가보안법’을,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이 ‘한국 진보정치사와 죽산 진보당’을 조명했다.

    진보신당은 조봉암 개인의 행적을 쫒고 그가 가진 리더십을 조명하면서 1950년대 당시의 진보정치운동이 2009년 이명박 정부의 현실 속에서의 진보정치운동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특히 ‘비정상적인 정치 하에서 이루어진 정적 제거 문제’를 제기하며 조봉암의 사법살인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정치적 탄압을 비교하기도 했다.

    진보 양당 ‘정치연합’ 대 ‘독자 진보정치’로 해석 갈려

    특히 양 당의 토론회는 죽산을 통한 ‘반MB연대’에 대한 해석에도 차이를 보여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토론회에서 조영건 위원장은 “항일투쟁과 분단조국에서 죽산의 정치투쟁의 최고 강령은 자주독립 평화통일 민주세력의 정치대연합이었다”며 “죽산의 진보정치는 식민지 피압박 민족해방과 신생국가 정치지형에서 진보와 사회주의가 ‘자주독립과 통일’을 중심과제로 해야 하며 민중적 진보가 민주주의 정치연합을 외연해 낼 때 그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 조현연 정책위의장은 “조봉암의 리더십을 ‘좋은정치 리더십’으로 표현하며, 단순한 반MB연합을 넘어 보다 나은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는 포스트MB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만 정권 반대 투쟁 과정에서 보수야당 민주당과 연합을 모색하면서도 ‘독자적인’ 진보 정치를 개척한 조봉암의 리더십이 우리 시대의 고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죽산에 대한 해석이 각 당의 상황에 ‘맞춤식’으로 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은 “조봉암은 비록 정치적으로 비극적인 실패를 경험했으나 정당활동가 리더로서의 그 역할은 돌아봐야 한다”며 “그러나 각 정치세력들이 조봉암을 전유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려 한다면 조봉암의 의미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정책위의장은 “사회민주주의 노선만으로 조봉암을 해석하려 한다면, 잘못된 해석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조봉암을 간첩에서 복권시키는 것도 중요한 시도이지만, 그를 통일지상주의자로 해석하는 것은 조봉암이 북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명확했던 만큼 옳지 않은 해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토론회는 조영건 6.15실천남측학술명예위원장,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김한성 연세대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토론자로 유재일 대전대교수, 최 성 한반도평화경제연구원 원장, 심재환 변호사,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가 참여했다.

    진보신당의 토론회는 조현연 정책위의장의 발제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오유석 성공회대 교수,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이 참여했으며 사회민주주의연대 토론회에는 하태경 열린북한 대표의 사회로 박홍규 영남대 교수, 이재교 변호사,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윤석규 신진보연대 기획위원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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