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협력업체들, 파산 요청
    By 나난
        2009년 07월 29일 11:1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쌍용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부품협력업체 600여 곳의 모임인 ‘협동회’가 28일 “31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기파산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들의 파산요청이 법적 효력을 갖진 않지만 외부의 파산 압박은 노사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협동회’가 28일 변호인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쌍용차 파산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3,800여 억 원의 채권을 가진 이들은 쌍용차를 파산시킨 뒤 쌍용차의 우량자산으로 새 회사를 만들 것도 요구했다.

    협동회는 “새로 출범하는 법인은 쌍용차의 브랜드와 설비를 인수하지만 고용 및 노조와의 각종 협약은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같은 내용이 노사 양측에 받아들여지면 채권단은 약 3,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 사진=금속노조 쌍용차지회

    협력업체들 "채권 출자전환 용의"

    또 이들은 “희망퇴직근로자의 협력업체 채용 보장 인원을 기존 450명에서 희망자 전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는 협력업체에 취직하기를 원하는 모든 쌍용차 퇴직자의 고용을 보장해 공멸로 치닫는 쌍용차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협력업체의 이 같은 안에 쌍용차 사측은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조가 협력업체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장 점거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사측이 아닌 협력업체에서 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협력업체의 조기파산 요청서는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 갈등으로 쌍용차의 회생가치가 하락,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공포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2월 12일 쌍용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대신산업이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채권 채무 동결로 만기 어음을 막기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또 현재까지 13개 업체가 부도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0개 업체가 폐업을 했다.

    현행법상 법정관리 중인 기업에 대한 파산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에 협력업체들이 조기파산을 요청한다 해서 법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사가 “파산만 막자”며 유일하게 공통의 소리를 낸 만큼 외부의 ‘조기파산 요청’은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쉽지 않지만 내 임무가 여기를 살리려고 있는 거다. 법률적으로 파산시키고 굿컴퍼니를 떼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 건 고려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먼저 파산 요청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 역시 최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주체가 되고 대타협 원칙만 세워진다면 회사쪽이 제시한 분사, 영업직 전환 등의 다양한 구조조정 방식을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수 있고 진전을 이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정관리인 "파산 요청 안한다"

    정치계에서도 노사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쌍용차 사태에 대해 “노사 간 마음을 연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정부의 회생 대책을 전제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를 향해 “회사가 협상을 거부하고 사태가 파국에 이르게 것은 상황을 외면한 책임이 크다”며 “노사가 협상으로 풀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관심을 가져도 부족한 마당에 민생을 말하면서도 쌍용자동차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 정부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평택시는 대규모 실업에 대비해 정부에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쌍용차 전체 직원 7,100여 명 중 73%인 5,200여 명이 평택공장에서 근무했고, 쌍용차 직원 가족과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평택시민 40만 명 중 약 5만 명이 쌍용차에 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쌍용차 사태가 평택경제에 미칠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평택시의 판단이다.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 휴업, 훈련, 유급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하는 기업에 임금의 90%를 지원하고, 실직자 전직지원장려금도 임금의 90%로 상향 조정된다. 조건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된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율이 15% 이상이어야 하는데 평택시는 쌍용차와 관련 업체 종사자가 15.2% 정도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