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사교육비 잡는 이명박 ‘교육대통령’
    2009년 07월 28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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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이런 분은 꼭 있습니다. 직장이라면 동료나 상사 중에서, 제사나 명절 등 일가친적이 모이는 자리라면 집안 어르신 중에서 꼭 이런 분이 있습니다. 말씀 많이 하십니다. 세상 일엔 통달하셨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괜찮은데도 또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간혹 “그렇게 이야기만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시죠”라는 말이 입 안을 맴돕니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과외수업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고 하더라도 공교육만 가지고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가도록 하자”고 발언합니다. “개천에서 용 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합니다.

지난 24일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된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과외 받지 않고 사교육 받지 않고 학교 교육만 받은 사람이 대학가기 쉬운 시대가 열린다”고 발언한 것과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지당한 말입니다.

   
  ▲ 괴산고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사진=청와대)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겠죠.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사고나 일제고사 등 경쟁교육으로 사교육 수요를 자극시켜놓고, 다른 한편으로 사교육 안 받아도 되는 세상이라는 발언만 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임기 말에 100% 입학사정관제?

대통령이 학교현장을 방문한 건 서울 덕성여중, 강원 원주정보공업고, 충북 괴산고 등 세 번입니다. 모두 정부 교육정책을 충실히 실행하는 곳입니다. 덕성여중은 방과후학교와 사교육없는 학교, 원주정보공고는 마이스터고, 괴산고는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쭉 순방한 다음, 27일 라디오 연설을 합니다.

그런데 연설에서 사교육비 경감의 근본 대책으로 MB 교육의 핵심이었던 마이스터고, 기숙형 공립고, 자율형 사립고 등 ‘고교다양화 300’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과외받지 않고 학교교육만으로 대학가는 시대’,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안 시켜도 되는 시대”의 방법으로 제시된 건 입학사정관제와 지역 할당입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하여서는 “내년부터 상당한 부분 대학들이 그렇게 가고, 제 임기 말쯤 되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이 입학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2012년 대입제도의 전면 전환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100%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언급한 정도로 이해해야 달라고 주문합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러니까 현장을 챙기는 대통령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약간의 변화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자사고 등으로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자리를 입학사정관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순간 총애를 받다가 학원시장만 자극시킨 자사고가 불쌍해집니다.

포트폴리오 사교육 받으세요

문제는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입학사정관제가 어떤 제도인지 세부적으로 살피지 않겠습니다. 대신 대학과 학부모 두 측면으로 간단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전국 47개 대학이 실시합니다. 인원은 20,695명 정도입니다. 4년제 대학 입학정원 35만 명의 약 6%입니다. 앞으로 이 수치는 늘어날 예정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할까요? 학생의 현재 능력뿐만 아니라 잠재력까지도 종합적으로 얼마나 판별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2개 대학은 제대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준비 정도나 그동안의 학생선발 관행에 비추어볼 때, 나머지 대학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사립대 중에서 소위 일류대라고 하는 곳이 관건입니다. 작년 수시에서 고교등급제 논란이 벌어졌던 고려대처럼 일류대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특목고생을 우대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가정배경이나 교육환경은 뒤처지나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할지, 반대로 특목고나 자사고 등 출신 고교를 고려해서 뽑을지, 또는 반반 섞어 뽑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압니다. 그리고 이 결과에 따라 한국에서 입학사정관제는 다른 얼굴이 됩니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이외의 다양한 전형 자료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다양’과 ‘종합’입니다. 그리고 대학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복잡합니다. 따라서 학부모는 자녀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즉, 포트폴리오 관리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건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여기에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되면, 지금보다 더 왜 합격했는지 떨어졌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준비하기가 고약합니다. 당연히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도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안되는 논술학원에서 대학별 고사 대비나 입학사정관제 대비 학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이니 만큼 초반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거듭되다 보면, 정보원이나 노하우가 생깁니다. 가격은 지금보다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종합적인 관리와 정보 수집 비용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묘안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칫 했다가는 자사고와 특목고생이 일류대에 쉽게 가는 통로, 학원의 신흥 시장, 학부모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괜찮은 제도가 정부를 잘못 만나 망가질 수도 있는 겁니다.

심상치 않은 학원비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7% 올랐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지난 달 6월까지의 물가인상률입니다. 아무래도 경기침체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보습학원비는 3.9% 인상되었습니다. 고입단과학원 2.9%, 대입종합학원 2.8%, 피아노학원 2.1%입니다. 학원비 전체적으로는 2.4%의 인상률입니다. 학교에 내는 납입금이 1.9% 오른 것과 대비됩니다.

   
  

물론 유치원 납입금 5.4%, 전문대 납입금 2.9% 등 학원비 인상률보다 많거나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교에 내는 돈보다 학원에 주는 돈이 많이 인상되었습니다.

이건 예년과 다른 풍경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납입금, 특히 대학등록금의 오름세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납입금은 거의 동결입니다. 고교 납입금은 0%, 사립대 납입금은 0.5%입니다. 이런 가운데 학원비가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재밌는 점은 6월 들어서도 피아노학원과 보습학원 등 일부 학원비가 올랐다는 점입니다. 예년에는 납입금이든 학원비이든 교육물가가 오르는 시점이 있었습니다. 3월 신학기 즈음에 인상된 다음에 한 해 동안 쭉 갑니다. 2~4월 사이에만 오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피아노학원 0.3%, 보습학원 0.9%, 학원비 전체적으로는 0.2% 등 6월에도 올랐습니다. 특이한 현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6월까지 고입단과 학원비가 2.9% 올랐지만, 예년의 경우라면 섣불리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12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학원비는 요지부동이나 소비자물가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연말이 되어봐야 인상폭을 제대로 가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원비가 6월에도 소폭 오르는 일이 벌어지는 만큼, 남은 기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하루 전, 학원비 손대지 말라는 판결 알려져

더구나 지난 26일에는 현행 학원 수강료 상한제가 헌법에 배치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알려졌습니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기는 하나,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학원 수강료에 상한선을 둘 수 없습니다.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판부의 말처럼 ‘시장원리’에 따라 학원비가 결정되면 어쩌면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학원시장’에서는 초특가할인, 가격인하, 바겐세일 등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구를 데리고 가면 감해주는 것 빼고 말입니다. 따라서 학원비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약간 웃깁니다. 대통령은 27일 월요일 라디오에 나와 사교육비에 대해 언급합니다. 정부는 학원 불법교습 신고포상금제(학파라치)와 심야교습 단속 등을 한창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수강료 상한제가 헌법에 배치된다는 판결이 나옵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하루 전에 알려집니다. 재밌습니다. 정부는 학원이 적정선 넘는 걸 손대고, 법원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고, 대통령은 사교육비 경감시키겠다고 말합니다.

어쩌자는 걸까요. 아마도 ‘비동시성의 동시성’인가 봅니다. 하긴 사교육 수요 늘려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교육비 경감하겠다고 말하는 나라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사교육비와 같은 사회적으로 큰 사안은 단기 처방과 중장기 처방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수강료 상한제나 심야교습 금지 등은 현행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단기 처방입니다. 중장기처방은 공교육을 바꾸는 겁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단기 처방에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장기처방 위주로 가야 하는데,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와 지역할당 등 대입제도만 말합니다. 일류대로 가고자 하는 병목구간을 그냥 두고, 차량 진입 방식만 언급합니다. 이러면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사교육비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60만의 아이들이 2만의 일류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말에 고교평준화가 중학생의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교육사회학회 학회지에 실린 <고등학교 ‘평준화’ 배정과 경쟁 선발이 사교육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이 그것입니다. 연구결과는 상식적입니다. 고교입시를 치르지 않거나 고교 진입 경쟁이 완화되면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사교육비는 이렇게 봐야 합니다. 단기 처방으로 학원시장의 적정선 설정, 중기 처방으로 대입제도 개편, 장기 처방으로 좋은 대학 많이 만들기나 대학특성화 또는 대학평준화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도로교통의 흐름처럼 말입니다.

*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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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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