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2009년 07월 29일 07: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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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용산, 미네르바, PD수첩,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였다는 것,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절차적으로 합법적인 외양을 갖추어 처리된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검찰이라는 조직이 있다는 점이다.

독재의 쌍두마차 검찰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조직은 검찰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한다. 교과서에서는 개개의 검사가 준사법적 독립관청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중요 사건들은 개개 검사에 의해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조직에 의해 처리된다.

한국의 검찰조직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법을 가장하여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해온 가장 효율적인 도구였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검찰조직은 강력한 대통령제와 더불어 독재의 쌍두마차였다. 민주화가 된 후로도 검찰조직은 그 시절의 권한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민주화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언젠가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이 검찰조직을 일컬어 스스로 ‘견공’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물어"라는 말에 물고, "그만"이라는 말에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보는 조직이 검찰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치에 휘둘리고 스스로 정치를 지향하기도 해온 한국 검찰의 왜곡된 본질을 표현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들 뭔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지만, 사실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큰 틀에서 법이나 제도가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는 정권교체의 비밀 중 하나가 검찰이라는 조직의 존재이다.

검찰의 무사적 욕망

검찰은 칼과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조직이다. 항상 칼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그 무사적 욕망은 제대로 제어되지 않을 경우 참사를 낳기도 한다. 칼에 대한 욕망은 검찰조직의 유전자에 배어 있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있다.

칼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며, 항상 그 역할을 정의해줄 주인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누가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검찰은 정의실현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불의를 실현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법을 지켰다고 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임명권자의 비밀스런 기호에 따라 검찰이 칼을 휘두르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제도적 통제수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로지 칼쓰기를 자제할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뽑거나 정의로운 검사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강직한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가장 필요한 자질

흔히 도덕성, 업무능력, 조직원들의 신뢰 등과 같은 단어들을 검찰총장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의 실현과 권한남용의 억제라는 한국 검찰에 가장 필요한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자질은 위와 같은 용어로 판단될 수 없다.

현재 중요사건들을 검찰총장이 대검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같은 하부조직을 활용하여 처리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검찰청법에 규정된 원칙을 실현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지 여부가 검찰총장 임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검찰조직을 통치에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버려야한다. 힘이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법에 대한 존중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통합의 가치는 오로지 대통령의 권력남용 억제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충성을 바치고자 하는 검찰총장보다는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정치적 독립을 지켜낼 의지가 있으며 권한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그런 검찰총장을 원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독주한다는 비난여론이 높다. 독재라는 말도 자주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검찰총장 임명 문제부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28일 내정 발표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과연 이런 점들이 고려된 인사였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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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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